[세트] 더 파더 1~2 세트 - 전2권
안데슈 루슬룬드.스테판 툰베리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가족이란 무엇일까. 소설은 시작부터 가족이 파괴되는 현장을 지독하게 그려내고 있다. 경악과 공포가 잠시 사라진 자리에 아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펼쳐진다. 어느 날 큰 아들 레오는 상급생 둘에게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는다. 아들의 얼굴을 보게 된 아버지 이반은 아들이 겁을 집어먹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난다. 여느 아버지처럼 아이를 다그쳐 가해자 집을 찾지 않는다. 방어도 못하고 처맞기만 한 사실에 흥분한 나머지 그날부터 첫째 아들을 강하게 몰아붙인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여겼지만 아들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가르친다. 그리고 가족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있음을 가르친다. 

 

당신은 우리를 고립시키고 있어.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가두고 있다고.
이 빌어먹을 가족이라는 울타리. -p.153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된 삼 형제는 그날의 충격과 공포로부터 내내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날 현관문을 누가 열었는지에 대한 논쟁은 서로의 자책감을 덜기 위한 것일 뿐 누구도 진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버지의 절대적 가르침은 서로를 거짓으로 옭아매고 감싸는 것으로 둔갑한다. 가족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가훈이 아니라 조직의 룰과도 같다. 아버지의 끔찍한 폭력 이후 동생들은 그런 형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른다.  레오는 아버지를 부정하고 외면하며 그를 떠났지만 결국 레오의 내면은 아버지가 늘 말하던 생존방식이 흐르고 있었다.

진정한 클랜은 서로 배신하지 않아.
진정한 클랜은 언제나 서로를 보호해준다.
그렇지 못하면 ......,우린 모든 걸 잃게 되는 거야. - 2부, p.18

스웨덴 최악의 범죄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가정폭력에 노출된 이들이 범죄자로 활약(?) 한 이야기다. 무기 창고를 털고, 현금수송차량을 털고, 은행을 무려 아홉 곳이나 턴 화려한 이력을 가지게 된 이들은 형제이자 친구이자 연인 사이들이다. 그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뭉쳤고 한배를 탄 순간 계속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범죄행각을 일삼을 수 있었던데는 자신만의 규칙대로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레오가 있었다. 그는 치밀했고 영리했으며 오만했다. 형제가 함께하면 세상 두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아버지는 외면하고픈 존재이자 인정받고픈 존재이기도 했다. 자신을 배신자라며 쏘아붙이는 아버지가 죽도록 밉지만 자신이 리더로서 가족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반면 그들을 쫓는 형사 브론크스는 형제들과 비슷한 성장기를 거쳤다. 브론크스는 폭력 속에 성장했고, 폭력과 함께 살았으며, 그 폭력에 맞서기 위해 경찰이 되기로 결심한 사람이었다. -p.194 하지만 그는 그들과 정반대의 인생길을 걷고 있다. 그는 육감적으로 범죄자들의 윤곽을 파악한다. 학대와 폭력은 과도한 무력에 길들여짐을 파악한 것이다. 그리고 레오와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돌입한다.

 

이 소설에서 더 놀라움을 느낀 건 작가가 범죄자들의 가족이란 사실이다. 가족들이 벌인 범죄를 소재로 하여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리얼리티 그 자체다. 현실과 허구를 적절히 배치하여 완성도를 높였으며 문장 속 살아있는 시각들에 긴장감은 배가 된다. 각 인물 구도의 심리전도 볼만하다. 범죄자의 일원이었던 친구와 연인이 느끼는 삶의 결핍과 외로움도 공감할 수 있으며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엄마와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칼을 들 수밖에 없었던 브론크스의 형에 대한 연민도 느끼게 된다.

범죄의 중심에 아버지는 없었지만 우습게도 범죄의 시작과 끝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평범한 가정을 원한 아내를 배신자로 찍어 누른 아버지와 범죄자로 끌어들인 레오는 결국 서로 지독하게 닮아 있었다. 가족을 위해, 형제를 위해 사랑하는 여인은 그저 도우미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공식의 전형이였다고나 할까. 더 파더는 정신적 지주가 아닌 그냥 일그러진 영웅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레오에게 그때 그 시간, 아버지가 가르쳐준 가치관에는 흔들림이 없다. 지금과 그때의 차이점이라면 살아 있는 시간이 더 짧아져만 간다는 사실이다. 아버지와 레오를 보며 인간은 진정 변하지 않는 존재일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 고민해 보게 된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