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9 체인지 나인 - 포노 사피엔스 코드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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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바람이 나에겐 불지 말았으면 했다. 변화의 바람 말이다. 포노 사피엔스가 아닌 그냥 호모 사피엔스로 살다 가고 싶었다. 현실 안주형으로 살고픈 마음이 더 굴뚝같았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다. 아무리 코로나가 닥쳐도 꿋꿋이 버티다 보면 다시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포노 사피엔스를 안 순간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모두 디지털로 몰려가도 휴대폰을 좀 더 내려놓고 아날로그적 삶을 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단 얘기다. 이젠 모든 생활 플랫폼이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생태계에 밝은 미래를 낙관하기가 어렵지만 우리는 바뀌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알맞은 생체 리듬을 다시 찾아야 한다.

 

책은 포노 사피엔스 2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 이후 달라진 삶의 변화를 좀 더 명확하게 다시 짚어주고 있다. 이 책 앞전에도 <디브리프 2>를 읽어서 인지 책의 연장선 같다. 게다 몇 달 전부터 열심히 뒤적이고 다닌 게 도움이 되었는지 책의 절반 이상은 한 번쯤 들었던 내용이라 후르륵 읽어내려갔다.

 

 

 

 

벌써 9월이 시작되었다. 2020년의 봄과 여름이 지나갔다. 코로나 속에 계절의 변화를 느낄새도 없이 암담함과 무기력 속에 말이다. 기분은 조울증처럼 들쭉날쭉했다. 확진자 수에 민감해진 저울추처럼 뇌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었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감정 컨트롤을 잘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회 전반에서 울리는 앙칼진 소음에 귀를 막아도 견디기 힘들다. 이대로 있다가는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란 걸 알았다. 얻어맞은 뇌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신뢰할만하고 좋아하는 컨텐츠를 뒤지기 시작했으며 최대한 진정성 있는 정보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트렌드 공부다.

 

거대한 팬데믹이 휩쓸고 지나가면 문명의 기준이 달라진다.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내게 있어 휴대폰은 통화, 검색, 블로그, 카페, 카톡 정도로만 활용했었다. 될 수 있으면 덜 보려고 노력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젠 휴대폰 의존도가 어마어마해졌다. 거의 손에서 떼놓고 있을 수 없을 지경이다. 이 작은 휴대폰이 사회 전반 시스템을 모두 흡수해 버린 것처럼 바뀌어 버렸다.

이젠 이 물건이 없으면 사회생활이란 걸 할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우린 모든 컨텐츠를 소비한다. 게다 재창조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소비자든 생산자든 더 똑똑해지고 현명해져야 한다. 금융, 방송, 유통, 일자리, 교육, 의식주까지 이 모든 비지니스 영역을 이해하고 내 생활에 안착시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끌어와서 9가지 변화(메타인지, 이매지네이션, 휴머니티, 다양성, 트랜스포메이션, 회복탄력성, 실력, 팬덤, 진정성)의 속성을 보여준다. 이미 디지털과 친숙한 90년 세대들의 변화하고 있는 인지능력과 기술력은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으며 일찍이 디지털 놀이공간에 발을 들인 이들이 얼마큼 성장하여 막대한 부를 벌어들였는지도 보여준다. 그들의 상상력이 기술이 되어 인류 발전에 또 한걸음 나가는 모습이나 다름과 다양성을 보편화시키며 성공한 사례들은 매번 들어도 놀랍다. 가깝게는 BTS의 성공신화나 한순간의 실수로 단번에 추락한 사례들은 실력과 팬덤 그리고 진정성을 이해하는데 아주 적절해 보인다.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이 나의 무기가 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벌도, 혈연도 지연도 아닌 진정한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성공의 반열에 오른 기업들은 협업을 바탕으로 더욱 입지를 다져나가며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즉각 반영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데이터가 그 기업의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즉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찾아내는 것도 결국 소비자다. 해본 놈이 더 안다고 예전처럼 SNS를 시간 낭비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SNS를 통해 키운 유대감과 네트워킹이 그러한 능력도 키워내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비자들의 경험들이 연속적 소비를 일궈내는 것이다.

 

 

 

 

결국 변화하는 시대에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힘은 생각의 전환이다. 포노족으로 거듭나 시스템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자발적 학습이 필요하다. 늘 위기 때마다 사피엔스가 진화해왔듯 말이다. 9가지 새로운 코드에 주목하여 인생의 방향성을 고심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두려움도 공존한다. 더군다나 거리두기 3단계 앞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지금은.

 

지금은 누구나 힘들다. 나라고 예외가 아니다. 생계 걱정에 또 다른 걱정을 하나 더 얹는다면 휴머니티가 붕괴되진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무지보다 무서운 건 잘못된 판단이다. 사회경제공부도 중요하지만 인문학 공부가 더 절실해 보인다. 편가르고 물고 물어뜯고 배척하고 밀어내는 사람들이 더 늘어만 가는 것 같아 답답하다. 사람에 대한 더 많은 생각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깊이 알려 노력하기 위해서 인문학을 가까이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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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의 한 걸음
이토 미쿠 지음, 이시야마 아즈사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림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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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에 이런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어디서 읽은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드는데 도저히 떠오르질 않는다. 단편이었던 같기도 하고. (기억날 듯 말 듯 답답한 거 싫어하는데.ㅋㅋ)

 

암튼 딸아이가 좋아할 책표지라 고민 않고 들였는데 6학년 1반 아이들의 이야기라 정말 좋아할 것 같았다.(딸도 현재 6학년 1반이다) 희한하게 뭔가 유사성을 발견하면 특별함을 느끼게 되니까.

 

6학년 한 학기만 남겨둔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 뜻밖의 전학생이 오게 된다.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담임도 그렇고 반 아이들도 지나치게 오버하며 반기는 모양새다. 알고 보았더니 인원수가 부족해서 30인 31각 경기 출전이 좌절돼 있던 반에 30번째 친구가 오게 된 것이다. 한 한기를 남겨둔 시점에 전학생이라니. 마치 기적과도 같고 하늘이 정해 준 운명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전학 온 친구가 달리기하고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일초라도 줄여야 하는 숨 가쁜 경기에 느린 학생이라니..

 

이야기는 세 아이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학생 모카, 반장 고토미, 주장 가쓰야.

협동 경기를 준비하는 동안 각자의 입장에서 느낀 훈련의 고충과 친구들과의 미묘한 감정들을 들여다보게 되니 더 좋았다.

 

모카

이 학교로 전학 오게 된 모카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중학교 가기 전 얌전히 번 학기만 잘 지내다 졸업해야지 하며 오게 된 학교에서 아이들의 지나친 환대에 어리둥절했으나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허나 그 이유를 알게 된 순간 좌절감이 밀려든다. 태생이 거북이과인데 토끼가 되어야 한다니. 그 사실을 간파한 주장 가쓰야는 모카의 일일 코치를 담당하며 극한으로 몰아붙인다. 매일 아침 별도의 트레이닝도 힘든 일이지만 가쓰야의 말에는 가시가 있어 더 스트레스다. 하지만 포기하려던 순간 반 아이들의 공감 어린 시선에 다시 가쓰야와 으싸으쌰하게 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 빛나는 길임을 알게 된다.

 

 

 

고토미

주장 가쓰야와 어린 시절부터 남매처럼 지낸 고토미는 요즘 가쓰야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가쓰야 엄마의 죽음 이후 가쓰야가 달라지긴 했지만 30인 31각 경기도 가쓰야가 흥미를 보여 제안했을 정도로 가쓰야에게 잘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가쓰야가 모카에게만 신경 쓰는 모습이 사뭇 못마땅하다. 늘 붙어 다녔던 사이였는데 요즘은 변한듯한 가쓰야의 모습이 신경 쓰인다. 순간 모카를 향한 질투심을 느끼지만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친구들 사이와 가쓰야 주위에서 중심을 잘 잡아나간다. 참으로 진솔하고 멋진 친구란 생각이 들었는데 딸아이도 딱 고토미같은 리더십을 지녔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가쓰야

엄마의 죽음 이후 슬픔을 감추기 위해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던 가쓰야. 6학년이 끝나면 이사가 예정돼 있어 마음이 착잡하다. 그랬기에 가쓰야는 이곳에서 정말 뜻깊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한다. 경기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발을 묶은 채 함께 뛴다는 건 많은 필요조건이 따른다. 절대 어느 누구 하나도 잘나서도 안되고 뒤처지는 이를 잘 이끌어야 똑같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비슷한 속도를 유지해야 스피드도 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30인 이상이 출전해야 되는 경기인 줄도 모르고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건만 여름방학전 그 사실을 알게 돼 곤 좌절하고 만다. 하지만 2학기 첫날 운명처럼 전학생이 등장한 것이다. 가쓰야는 더 기다릴 수가 없다. 다짜고짜 모카를 밀어붙이며 속도를 내기 위한 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가쓰야는 모카에게서 희망을 보게 된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우승의 피날레도 멀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쓰야는 발목을 접질리게 되고 마는데.

 

후회 없도록 다 같이 달리면 된다. 결국은 마음이다

 

일본 작가의 책이라 지나치게 일본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의 협동정신이 돋보이는 데다 다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 기특해서 어른인 나도 마지막엔 울컥했다. 게다 담임선생님 너무 귀여우심.ㅎ 특히 가쓰야의 책임감은 요즘 아이들이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한다. 물론 반 친구들의 우정이 없었다면 절대 함께 달릴 수 없었겠지만 의지력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킨 점이 좋았다. 빨리 가는 건 혼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함께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진정한 승리는 모든 이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데 있다. 그것이야말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한 걸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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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브리프 DEBRIEF Vol.2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달라지는 우리 삶 - POST COVID-19 디브리프 DEBRIEF 2
바이러스디자인 UX Lab. 지음 / 바이러스디자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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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는 2020년대를 사는 게 아니라 훨씬 더 앞당겨진 미래를 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직 준비도 덜 된 상태로 급작스럽게 변화는 시대를 받아들여야 하니 혼란스럽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에 무엇부터 따라잡아야 할지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달라져도 너무 달라지고 있는 삶.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잘 이해하려면 뉴러너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보다 디지털 땜에 멀미가 날것 같지만 달라지는 삶에 익숙해지려면 어쩔 도리가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은 트렌드 가이드북이다. 이미 미래트랜드에 관한 내용으로 1권이 출간되었으며 2권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다루고 있다. 그나저나 이런 책이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다. 편집도 우수하고 디자인도 참 예쁘다. 책을 보고 있는데 남편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니냐며 반문한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펼쳐보니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알찬 정보가 들어 있었다. 용어의 의미부터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으니 새로운 공부가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변화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식 명칭을 COVID -19로 정했다. CO(Corona) 코로나 VI(Virus) 바이러스 D(Disease) 질병의 줄임말로 지리적 위치, 동물, 개인이나 집단을 지칭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코로나 일지를 보며 올해 초부터 변화된 세계정세를 들여다보았다. 전 세계 확진자 수와 발생국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역사책에서나 보던 팬데믹 현상을 내가 겪고 있을 줄이야.

 

코로나 발생 추이에 따른 구매 행태 변화도 재밌는 양상으로 변화되고 있다. 굳이 재밌다는 말을 붙인 건 4단계에서 보복 소비가 이루어졌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허탈, 짜증, 불신에 의한 소비라면 위험한 소비가 아닌가.

 

 

 

 

언택트 시대 모두 온택트로 몰리고 있다. 비지니스, 교육, 문화, 예술, 경제 모든 분야들이 죄다 온라인으로 몰리고 있다. 많은 이들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몰려들고 있으니 그 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앞선다.

 

우선 발빠르게 변하는 것이 유통시장이다. 온라인 시장의 대변화는 50~60대까지도 온라인 쇼핑에 빠지게 만들었다. 구독 경제 시장이 확대되면서 가정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나 정기배송을 이용하는 고객도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각 택배회사들은 인력을 충당하느라 바쁘고 최적의 배송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쿠팡이나 마켓컬리에 이어 얼마 전에는 네이버가 장보기 시스템을 오픈했다. 동네 재래시장까지 입점해 있다고 하니 이젠 정말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게 이루어지나 보다. 하지만 온라인에 취약한 세대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미국은 옴미 채널 형태의 쇼핑문화가 생겨났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물건을 드라이브스루 픽업 서비스로 찾아간다고 한다. 직접 구경하고 맛보고 흥정하던 시절이 막을 내리는 것 같아 쓸쓸하지만 어쩌겠는가.

 

온라인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오프라인은 또 다른 변화를 꾀 내어야 했다. 브랜드 매장은 실질적 매출보다 체험 위주의 공간을 만들어 고객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데 소개된 시모스 매장이나 프렐류드, 오키로북스는 찾아가고픈 곳이다. 실물 소비의 재미를 포기할 수 없지 않겠는가.

 

원치 않는 집콕시대때문에 집에서 할 수 있는 각종 놀이문화도 뜨고 있다. 달고나 커피 한번 안 만들어 본 집이 없을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했고 요리 관련 개인 유튜버도 엄청 증가했다.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며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자재를 주문하고 직접 요리를 하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식비 증가도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직접 채소를 기르는 일에도 관심이 가던 차 시중에 식물 재배기가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첨 알게 되었다.

게다가 거의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다 보니 매번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반조리식품의 편리성도 알게 되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반조리 식품의 가짓수를 보며 또 다른 신세계를 보는듯했다. 육류를 대체할 식품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반가운 뉴스다. 환경문제도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하니까.

외식업체도 비대면시스템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힘든 일을 로봇이 대체함으로써 직원들의 서비스 질이 높아졌다는 점은 좋게 보인다.

 

언택트때문에 가장 아쉬운 건 문화생활이다. 하지만 죽어가던 예술, 문화도 다시 새로운 방안을 찾고 있다. 4월에 진행된 방탄소년단의 방방콘은 어마어마한 조회수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물론 나도 그 조회수에 한몫했다.ㅋㅋ 이렇듯 온라인 플랫폼 안에 공연, 전시, 체험 등이 모두 옮겨 오게 된다면 편리하겠지만 공연장에서 땀 흘리며 응원하던 시절이 이렇게 가는구나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비지니스나 교육의 변화가 어쩌면 가장 당황스럽지 않을까. 재택근무의 편리함에 대해 말하는 이들은 많지만 온라인 학습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맞벌이 부모의 아이들은 거의 방치 수준이고 어른도 장시간 집중하지 못하는 수업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으니 집중도도 떨어져 학습저하를 낳고 있다. 조금씩 화상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것도 아직 갈 길이 멀고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시급할 것 같다. 이후 학교의 변화에 가장 주목을 하며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 발 빠르게 변하는 기업에 맞춰 그에 걸맞은 인재를 육성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코로나는 우리 생활 시스템을 많이 변화시켰다. 코로나와 함께 가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각자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조금씩 거리를 두고 함께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기술적 거리는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함께 공부하고 같이 가야 한다. 이 책의 뒷장에는 디자이너의 상상이라는 코너가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 줄 수 있음을 보았다. 나에겐 원터치 투명 돔이 필요할 듯^^

 

마지막으로 이런 위기에 생활 전반에 대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많은 이들이 실천의지를 불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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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드림 - 빨강머리 앤의 시작
리즈 로젠버그 지음, 줄리 모스태드 그림, 이지민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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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가 고아원에서 남자아이를 입양하려 했는데, 착오가 생겨 한 여자아이가 온다.

 - 1904년 모드의 일기장 속 메모 중에서

 

 

지금으로부터 112년 전 세계 독자들을 덕후로 만든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1908년 6월. <빨강 머리 앤>이 드뎌 세상에 나온 것이다. 1905년 6월 그녀가 "끝에 e가 붙은 앤 Anne으로 불러주세요"라는 고아 소녀를 쓰기 시작한 지 3년이나 지난 시간이었다. 그리고 앤의 고향인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모드와 앤의 일생을 읽고 있는 독자가 있다. 모드의 우울한 말로를 떠올리면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앤을 기억하고 사랑해 주는 수많은 독자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다 위안이 된다. 아마도 앤과 관련된 전 세계 출판물을 모두 모아놓으면 큰 대형 도서관 하나 정도는 거뜬히 나오지 않을까.ㅎㅎ

일전에 일본 작가가 쓴 책<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위즈덤하우스>을 읽은 적이 있다. 앤을 좋아해서 관련 삽화를 그리던 작가였는데 그 책을 통해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에 관한 일화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그 뒤 읽었던 책 <빨간 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 터치아트>에서 실물 사진들을 접하며 에드워드 섬과 작가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을 가졌었다. 이번에 읽은 <하우스 오브 드림>은 몰랐던 작가의 일생을 더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앤과 작품 속 캐릭터들을 한층 더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게다 전기에 등장하던 인물이나 풍경들은 이전에 읽은 책을 넘겨보며 다시 찾아보기도 했는데 코로나 시대에 이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아주 먼 과거를 마주하고 있는 서글픔이 밀려들기도 한다.

 

 

 

 

그녀의 삶은 일기장과 편지, 사진, 스크랩북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시대상을 이해하는데 이만한 훌륭한 기록물이 어디 있을까. 저자는 그런 그녀의 기록물을 모아 전기로 엮어 출판했다.

 

모드의 초창기 삶을 보면 정말 앤과 많이 닮아 있다. e를 고집한 앤과는 달리 모드는 e를 빼고 싶어 했다는 점만 다를 뿐.

앤은 아기였을 때 부모를 잃었고 모드 또한 아기였을 때 엄마를 잃었다. 자상했던 아빠는 몇 달 뒤 모드를 외조부모에게 맡기고 떠나버린다. 그러한 모드의 환경 때문에 앤은 어딘지 모르게 모드의 내면의 또 다른 자아 같기도 하다. 그녀만의 활발한 상상력, 자연에 대한 열렬한 사랑, 무생물에 이름을 붙이는 습관, 찬장 속 가상의 친구, 책에 대한 끝없는 사랑, 특유의 허영심과 자만함과 고집,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깊고 꾸준하고 변함없는 애착까지. -p.186

그랬기에 모드는 앤을 마치 실존 인물로 착각했다고 한다. 그것은 앤이 곧 모드이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드가 불완전한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데는 아름다운 캐번디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녀의 상상력은 앤에게 그대로 반영된다. 명랑하고 재밌는 삶, 밝음과 긍정의 전도사이고자 했지만 모드의 삶은 앤처럼 밝고 희망적이지 않았다. 그녀에게도 앤처럼 모진 삶의 굴곡이 있었지만 잘 견뎌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냉대는 독자인 나도 참을 수 없을 지경이고 그녀의 남편 또한 무능하고 무심해서 짜증이 난다. 게다 첫째 아들마저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의 망나니로 자라다니. 출간 뒤 출판사와의 긴 소송 문제는 또 어떻고. 게다가 전쟁의 소용돌이도 지나왔으니 나라도 정신이 온전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앤이 탄생하기까지 외할머니의 경제적 지원이 없었다면 더 수많은 좌절을 경험했을 것이다. 물론 물질적인 도움만 준 것으로 보이지만. 모드는 교사의 꿈을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낯선 곳에서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그랬기에 늘 영혼이 닮은 이를 갈구했다. 때론 너무 지쳐 구애를 승낙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애인이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등 불안한 시절을 보내게 된다. 오죽하면 그녀 자신도 '정신 나간 해'였다고 했을까.

그렇듯 변덕스러운 일상은 모드를 늘 초조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돌아옴으로써 기력을 회복한다.

그랬기에 앤을 쓰기로 결심하기까지의 설렘과 출간이 되기까지의 흥분감과 초조함이 그녀의 일생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모드에게 있어 글쓰기란 구출이자 도피이자 구원이자 목적이었다. -p.267

 

모드는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그 어떤 여성보다 자신에게 열정을 쏟으려 노력했다. 글쓰기는 그녀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탈출구이자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글 쓰는 자의 숙명이었을까. 앤은 그녀에게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앤의 성공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에게 성공의 굴레를 덧씌웠고 이는 다음 작품을 집필하는데 스트레스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 쓰는 일에 매진했다. 남편의 조울증과 첫째 아들의 방탕한 생활, 사랑하는 이의 죽음, 전쟁공포 등으로 그녀는 더욱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어도 펜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경험들 중 앤의 이야기의 소재가 된 것들이 제법 있었다. 일어난 모든 일이 그녀의 예술을 위한 소재가 되었다. -176 모드의 첫 낭독회나 무리한 집안일 등도 이야기 속에 넣었으며 길버트가 앤의 머리를 보고 홍당무라고 놀린 장면은 우습게도 실제 모드가 한 남학생을 놀린 것을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이처럼 그녀는 삶의 끄트머리에 이르러 진정한 글은 일상과 맞닿아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녀의 우울한 결말과는 달리 그녀는 성공한 작가이자 많은 이들의 영혼을 치료해왔다. 글을 쓰는 일은 고독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그만큼 이야기를 들어줄 영혼의 단짝도 필요한 것이다. 모드의 영혼을 풍요롭게 해 줄 상대가 늘 주변에 있었더라면, 좀 더 일찍 캐번디시로 돌아왔더라면 그녀의 삶은 얼마나 달라져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모드의 마지막 페이지에 쓰인 문장에 가슴이 아프다. “실수도 많았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을 이렇게 끝내야 한다니.”

 

비록 모드는 삶의 기쁨과 열정을 많이 즐기며 살지는 못한듯하다. 하지만 모드와 앤의 상상력은 수많은 독자들의 삶을 어루만져 주었다. '이야기 소녀'덕분에 우리는 꿈의 집 그곳어딘가를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은 절대 가난하지 않아요. 무언가 사랑할 대상이 있다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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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고양이의 행동 심리 - 고양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지음, 장인주 옮김 / 다온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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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냥이의 집사로 지낸지도 언 6년이 지나고 있다. 고양이 이전에는 개 세 마리를 키웠었다. 확실히 개와 고양이의 습성은 달라도 너무 다르고 개보다는 독립적인 고양이가 훨씬 키우기 수월하다. 털이 너무 빠진다는 단점만 빼면 거의 완벽하다고나 할까. 집사 생활 6년 차니 고양이 행동 심리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되지만 알다가도 모를 때가 더러 있다. 오죽하면 "미스터리 캣이야~~"라는 말을 달고 살까.

 

두 마리 냥이 중 첫째는 가정 분양이었고 둘째는 길냥이다. 태어나고 두 달 정도 자란 환경이 달라서일까. 두 녀석의 성격은 극과 극이다. 첫째는 소심하고 겁도 많고 입맛이 까다로운 반면 애교와 보챔이 심하고 둘째는 막 들이대고 아무에게나 잘 앵기고 호기심도 많으며 아무거나 잘 먹는다. 그러니 이 다른 두 녀석의 행동이 분석이 잘 안될 때가 있다.

 

최근 <고양이 백과사전>이란 책을 샀다. 본격적으로 고양이 공부를 좀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나이가 들어가면 잔병치레도 많아지니 여러모로 정보가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고양이의 행동 심리에 관한 책도 맘을 잡아끌었다. 평소 궁금했던 고양이 뇌구조에 관한 연구결과도 재밌을 것 같았고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 없는지 확인하는 시간도 될 것 같았다.

 

 

 

1장에서는 고양이의 뇌구조에 대해 다룬다. 고양이의 뇌구조는 인간과 비슷하지만 신피질(바깥 부분)이 얇아서 생각하는 기능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고양이는 주로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그 이유가 뇌구조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생각을 덜하니 스트레스도 덜 받고 슬픔을 느끼지 않으니 그건 오히려 내가 다 부럽구나.ㅎ

 

최근 장마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 그래서인지 이 녀석들의 행동도 굼떠졌다. 둘째는 자도 너무 자서 어디 아픈 거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고양이가 하루에 무려 16시간이나 잠을 잔다는 글을 본 순간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아마도 밤새 뛰어다녔겠거니 했다. 고양이도 자는 모습에 따라 깊게 자는지 얕게 자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깊은 잠에 빠졌을 땐 깨우지 말라고 한다. 가끔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는 게 귀여워서 깨웠었는데 이젠 그러지 말아야겠다.

 

 

 

2장에서는 고양이의 신체감각에 대해 다룬다. 시력, 청각, 후각 등 기본적인 감각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플레멘 반응에 대한 부분이 언급되어 있어 의문이 풀렸다. 공식적인 용어도 첨 알게 되었다. 고양이 움짤 영상이나 유튜브 영상에서 고양이가 집사의 발냄새를 맡고 놀라서 입을 벌리는 장면을 보며 빵빵 터진 적이 있었는데 그게 나름 이유 있는 행동이었다니 참 재밌는 이야기다.

 

3장에서는 고양이의 습성 즉 주로 본능(발정, 번식, 육아, 사회성) 적 측면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4장에서는 감정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고양이는 주로 꼬리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드러낸다는데 어떨 땐 가끔 헷갈릴 때도 있다. 예민한 첫째보다 둘째 녀석은 도통 감정 파악이 안될 때가 더 많기도 하고 집사의 반응에 시큰둥할때가 더러 있어 서운한적도 있었기 때문에 이론이 다 맞는건가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로 한가해진 틈을 타 사무실 환경을 개선했다. 두 녀석이 편히 놀고 쉴 수 있게 놀이공간을 더 늘리고 이것저것 용품도 배치해서 변화를 주었다. 그런 집사의 공을 아는지 제법 잘 놀고 널브러져 있다. 게다가 길냥이 한 마리도 사무실 입구에서 죽치고 있다. 비록 유리 문을 사이에 두고 있긴 하지만 으르렁거리지 않고 잘 지낸다. 각자의 선을 잘 지키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웃분 중에 최근 새끼 길냥이를 구조한 분이 계셔서 식구를 늘여볼까 잠깐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책에서 세 마리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사람도 셋은 관계가 어렵다고 하듯 고양이들도 마찬가지라고.ㅎㅎ 안 들이길 잘 한 것 같다. 그냥 두 녀석이나 잘 케어해야겠다.

이 책은 고양이를 처음 기르는 분들뿐 아니라 집사임에도 궁금한 점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일독하길 권한다. 특히 처음 고양이의 예쁨에 반해 들이려 한다면 반드시 공부를 한뒤 식구로 들이길 충고한다. 그래야지만 그들 곁에서 오래 더 잘 지낼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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