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의 한 걸음
이토 미쿠 지음, 이시야마 아즈사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림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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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런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어디서 읽은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드는데 도저히 떠오르질 않는다. 단편이었던 같기도 하고. (기억날 듯 말 듯 답답한 거 싫어하는데.ㅋㅋ)

 

암튼 딸아이가 좋아할 책표지라 고민 않고 들였는데 6학년 1반 아이들의 이야기라 정말 좋아할 것 같았다.(딸도 현재 6학년 1반이다) 희한하게 뭔가 유사성을 발견하면 특별함을 느끼게 되니까.

 

6학년 한 학기만 남겨둔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 뜻밖의 전학생이 오게 된다.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담임도 그렇고 반 아이들도 지나치게 오버하며 반기는 모양새다. 알고 보았더니 인원수가 부족해서 30인 31각 경기 출전이 좌절돼 있던 반에 30번째 친구가 오게 된 것이다. 한 한기를 남겨둔 시점에 전학생이라니. 마치 기적과도 같고 하늘이 정해 준 운명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전학 온 친구가 달리기하고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일초라도 줄여야 하는 숨 가쁜 경기에 느린 학생이라니..

 

이야기는 세 아이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학생 모카, 반장 고토미, 주장 가쓰야.

협동 경기를 준비하는 동안 각자의 입장에서 느낀 훈련의 고충과 친구들과의 미묘한 감정들을 들여다보게 되니 더 좋았다.

 

모카

이 학교로 전학 오게 된 모카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중학교 가기 전 얌전히 번 학기만 잘 지내다 졸업해야지 하며 오게 된 학교에서 아이들의 지나친 환대에 어리둥절했으나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허나 그 이유를 알게 된 순간 좌절감이 밀려든다. 태생이 거북이과인데 토끼가 되어야 한다니. 그 사실을 간파한 주장 가쓰야는 모카의 일일 코치를 담당하며 극한으로 몰아붙인다. 매일 아침 별도의 트레이닝도 힘든 일이지만 가쓰야의 말에는 가시가 있어 더 스트레스다. 하지만 포기하려던 순간 반 아이들의 공감 어린 시선에 다시 가쓰야와 으싸으쌰하게 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 빛나는 길임을 알게 된다.

 

 

 

고토미

주장 가쓰야와 어린 시절부터 남매처럼 지낸 고토미는 요즘 가쓰야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가쓰야 엄마의 죽음 이후 가쓰야가 달라지긴 했지만 30인 31각 경기도 가쓰야가 흥미를 보여 제안했을 정도로 가쓰야에게 잘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가쓰야가 모카에게만 신경 쓰는 모습이 사뭇 못마땅하다. 늘 붙어 다녔던 사이였는데 요즘은 변한듯한 가쓰야의 모습이 신경 쓰인다. 순간 모카를 향한 질투심을 느끼지만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친구들 사이와 가쓰야 주위에서 중심을 잘 잡아나간다. 참으로 진솔하고 멋진 친구란 생각이 들었는데 딸아이도 딱 고토미같은 리더십을 지녔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가쓰야

엄마의 죽음 이후 슬픔을 감추기 위해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던 가쓰야. 6학년이 끝나면 이사가 예정돼 있어 마음이 착잡하다. 그랬기에 가쓰야는 이곳에서 정말 뜻깊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한다. 경기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발을 묶은 채 함께 뛴다는 건 많은 필요조건이 따른다. 절대 어느 누구 하나도 잘나서도 안되고 뒤처지는 이를 잘 이끌어야 똑같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비슷한 속도를 유지해야 스피드도 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30인 이상이 출전해야 되는 경기인 줄도 모르고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건만 여름방학전 그 사실을 알게 돼 곤 좌절하고 만다. 하지만 2학기 첫날 운명처럼 전학생이 등장한 것이다. 가쓰야는 더 기다릴 수가 없다. 다짜고짜 모카를 밀어붙이며 속도를 내기 위한 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가쓰야는 모카에게서 희망을 보게 된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우승의 피날레도 멀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쓰야는 발목을 접질리게 되고 마는데.

 

후회 없도록 다 같이 달리면 된다. 결국은 마음이다

 

일본 작가의 책이라 지나치게 일본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의 협동정신이 돋보이는 데다 다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 기특해서 어른인 나도 마지막엔 울컥했다. 게다 담임선생님 너무 귀여우심.ㅎ 특히 가쓰야의 책임감은 요즘 아이들이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한다. 물론 반 친구들의 우정이 없었다면 절대 함께 달릴 수 없었겠지만 의지력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킨 점이 좋았다. 빨리 가는 건 혼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함께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진정한 승리는 모든 이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데 있다. 그것이야말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한 걸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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