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흐르는 꽃 - Novel Engine POP
온다 리쿠 지음, RYO 그림, 이선희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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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을 만큼 밝은 여름의 세계가 펼쳐졌다.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새하얀 구름이 눈부시게 빛났다. -p. 42

 

어제 아침 산책을 다녀온 엄마가 오늘처럼 아름다운 날씨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감탄을 하셨다. 하늘빛이 너무 아름답다고 온 세상이 그렇게 맑아 보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베란다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하얀 구름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는 말이 정말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덩달아 기분마저 좋아지게 만든 여름의 날씨. <7월에 흐르는 꽃>은 그런 기분을 안고 펼쳤다.

 

일본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서로 맞닿아 있는 듯하다. 첫 페이지 <서시>에 씌인 멀리 있는 구름과 그곳에서 쏟아지는 빛을 보고 두려움에 휩싸인다.라는 문장을 보면서 영화 <날씨의 아이>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으니.

 

온다 리쿠의 소설은 처음 만났지만 일본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를 예상하고 책장을 넘겼다.

 

음침한 녹색 그림자, 거울, 녹색인간, 여름 사람.

 

'여름이 흐른다'라는 아름다운 의미를 지닌 마을 가나시로 이사 온 미치루는 이 독특한 지명만큼이나 이곳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언가 감추고 있는듯한 사람들, 창문이 없는 겨울성과 여름성으로의 초대, 이 마을에 머무는 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규칙.

 

기묘한 이야기가 그렇듯 이야기는 짐작할 수없이 흐른다. 여름 방학 동안 미치루가 왜 여름 캠프에 초대되었는지, 그곳에 초대된 여섯 명의 소녀들이 어떤 연유로 선택되어 이곳에서 합숙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오죽하면 미치루 엄마는 왜 딸을 이런 이상한 캠프에 가도록 허락한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모든 궁금증은 미치루의 행동을 통해서 알 수 있을 뿐이다.

 

"저게 우리의 쓸쓸한 성이야"라는 분위기에 더해 친절하지 않은 단서들은 자칫 이 이야기가 한 여름의 더위를 씻어 줄 공포물이 아닐까 하게 만든다. 종소리, 침묵의 시간, 한 소녀의 실종, 죽은 비둘기의 사체. 더 의아한 건 수로에 꽃이 흘러내려 오면 색깔과 숫자를 보고 할 것. -p.57 이라는 행동지침이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를 내내 생각하다 보니 그 의미가 어렴풋이 그려졌다.

역시..

 

전쟁이나 재해는 다양한 의식을 만들어 냈다. 아마 일본만큼 영혼을 위한 다양한 의식이 있는 나라가 있을까. 그러한 전통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갖가지 상상과 전설을 만들어 낸다.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만드는 불꽃놀이마저도 애도를 위한 의미가 있다니. 소녀들은 불꽃이 타는 그 시간 동안만큼은 위안을 받는다.

 

메멘토 모리.

흐르는 꽃의 의미가 밝혀지는 순간 앞으로 더 나빠질지도 모를 미래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소설 속 상상의 일들이 마치 미래를 예견하듯 하나씩 현실이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 일런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전쟁과 재해에 더해 질병으로 떠나버린 이들을 위한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세상이라니.

 

이 너머의 있을 사람들.

저 너머로 흘러갈 꽃들.

인생은 흐르는 강물과 같기에 그렇듯 흘려보낸 꽃들은 지지 않고 흐르고 흘러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이들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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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교양 미술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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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순부터 딸아이를 데리고(엄밀히 말하자면 끌고 ㅋ) 미술관을 찾았었다. 물론 지금은 아쉽게도 중단 상태다. 그때 함께 보았던 작품들은 주로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뮤즈나 아니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전시회 정도였었다. 다행히 요즘은 미술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해 주어서 관람하기 좋다. 덕분에 사전 지식이 많지 않아도 음성 서비스나 도슨트의 재미난 설명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아이들은 자칫 그림마저도 학습하듯 획일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내 느낌과 생각은 배제한 채 말이다. 아이와 함께 다니는 동안 그런 점들이 고민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잘못된 선입견을 줄 수도 있고 아니면 좁은 식견만 남기게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좀 더 미술과 친해지기 위해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할까.

 

이 책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미술작품을 바라볼 때 어떤 관점으로 살피는 게 유익한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연령별 관점(5~7세, 8~10세, 11~13세) 이었다.

아이가 미술작품에 흥미를 보여준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신이 날만한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흥미를 유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나도 아이를 데리고 다녔지만 마음으로 그림을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 뜻대로 잘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에게도 취향이 있고 관심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흐의 해바라기를 모두가 다 좋아할 수는 없고 해석에 답지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선 엄마가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을 얼마큼 가지고 있느냐와 얼마나 넓은 식견을 가지고 있느냐이다. 자신의 미적 안목에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이 신경쓰인건 나도 그리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림은 좋아하지만 풍부한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이 늘 부족하다고 여겨왔기에 늘 아이의 시선을 좇으면서도 내가 안절부절 어쩌지 못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어떤 질문을 하지? 저런 질문에는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하지? 등등 말이다.

 

1부를 읽다 보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그림이 그려진다. 우선은 엄마의 견문과 미술을 접하는 관점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 이는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었다. 그래야 캔버스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정답이 없는 질문도 던질 수 있으며 숨은 메세지를 찾아볼 수도 있다. 그런 순간들이 만나 여러 작품들과의 연결고리도 생겨나는 것이다. 회화의 역사는 흥미로우니까. 그림을 보는 열세가지 방법을 잘 기억해두면 좋겠다.

 

가급적이면 정보를 얻는 것과 분석적인 안목을 갖추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p.17

 

 

 

2부에서는 여러 작품을 보며 어떤 식으로 감상하면 좋을지 살펴볼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그림이 우선이 돼야 한다. 너무 해설에 치우치지 않도록 아이의 관점에 맞추어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잘 그렸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이해하는 것이 포인트니까.

 

바로 그 시점부터 아이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p.47

 

그림을 감상하기에 앞서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시대를 이해하고 작가를 알면 더 좋지만 아이의 연령에 맞추어 자유로운 시각에서 먼저 출발하려 했다. 간단하게 설명을 덧붙이고 책에 나와 있는 질문들을 몇 가지 찾아보며 생각의 폭을 넓혀 보았다. 물론 딸아이(13세)의 연령대 질문들은 생각 외의 질문들도 많았고 그에 대한 해설도 조금 어려운 것들도 있었지만 나 또한 생각지도 못한 관점에 흥미로움을 느꼈었다.

 

<세월이라는 음악의 춤>에서 놓친 야누스의 석상에 대한 해석과 4명의 인물들의 빙빙 도는 다리 모양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미쳐 몰랐던 사실이었고 <회화 예술의 발명>이라는 그림은 처음 본 그림으로 결핍이 예술을 탄생시킨다는 숨은 의도를 아이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눈먼 소녀>는 너무 아름다운 색채 때문에 눈에 들어온 작품인데 빈곤의 아픔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작품으로 너무나 평화롭기 그지없어서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던 작품이다. <공 위에서 묘기를 부리는 소녀>라는 작품은 아이가 어떤 시선으로 보게 될지 궁금했던 작품인데 두드러지는 남성의 모습이나 아슬하게 서 있는 여성의 모습보다 흐릿하게 묘사된 인물들이 더 시선이 간다고 말해서 나도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처럼 나도 아이로 인해 놓친 장면들을 찾아보게 되니 재미난 시간이었다. 이곳에 실린 30편의 작품들을 같이 보면서 공부해보는 것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내가 아이에게 미술 작품을 들이미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더 많은 영감을 얻길 바라서이다. 잠재력의 힘이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낳는지를 알고 있고 이러한 다양한 사고는 일상에서도 힘을 발휘하니까. 책을 덮고 나니 다시 미술관 나들이를 자유롭게 다니던 이전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고흐의 거친 붓질을 만져보며 느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안타깝지만 완전한 이전으로의 일상은 어려울 것이다. 어쩔 수 없지만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나 책으로라도 그런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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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역사 - 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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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있는 언어에 대해 조금 진지해 본 적 있는가. 난 문학작품을 읽을 때나 혹은 언쟁이 생겼을 때 언어의 진지함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어원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며 언어의 유희도 즐긴다. 글의 기원은 농경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글이 생겨나기 이전 인류는 언제부터 언어를 사용했으며 언어는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진보해 왔고 언어가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은 언어에 관한 작은 책(A little book of language)이다. 목차를 보면 언어에 관한 다양한 관점이 보인다. 처음 아기의 언어부터 시작하여 언어의 변천과 문학어 그리고 현대 인터넷 언어와 언어폭력으로 고통받는 현대인의 실태까지 꼬집으며 언어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정작 언어폭력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가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또한 우리가 언어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p. 368~369

 

우리는 종종 언어로 바보짓을 한다. -p.9

언어는 또한 보다 진지한 목적을 갖고 있다. -p.340

우리는 자라면서 언어의 옷장을 만든다. -p.388

 

 

언어라는 어원을 보면 혀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즉 혀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그렇다고 혀를 가진 모든 동물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앵무새에게 아무리 말을 가르쳐 본들 인간의 언어를 똑같이 흉내 낼 뿐 이해는 할 수 없다. 인간이라면(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누구나 말을 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을 익혀서 말을 배워왔다고 하기 어색하다. 아기가 옹알이에서 시작해 말을 익히고 이해하는 학습과정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마치 본능인 것처럼. 심지어 언어에 대한 감각이 좋은 이들은 다국어 소통이 가능한 이들도 제법 있다.

인간은 말로 하는 언어뿐 아니라 몸짓, 눈짓, 표정 등을 총동원해서 훨씬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한다. 게다 언어에 리듬과 억양을 붙여 의미를 전달하는 법도 터득한다. 그만큼 언어의 범위가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센트는 우리에게 특정 단어를 발음하는 방식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p.190

 

언어는 단순히 의사전달을 넘어 감정, 신분, 직업, 가치관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언어는 유희, 정체성, 감정, 관계(형식적, 사교적, 목적), 사고를 위해 사용된다. 그럼으로 다양한 역할과 차이를 지니게 된다. 저자는 다양한 예시와 부가 설명을 통해 이해와 재미를 주고 있다. 세계인들이 쓰는 다양한 언어가 참 신기하기도 하지만 여러 언어를 체계화시키고 발전시켜왔다는 사실도 대단해 보인다. 하나의 언어에도 방대한 뿌리가 있고 여러 가지 방언과 속어들이 존재하니 그 뿌리를 찾는 일이 끝이 없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서로의 문화나 가치관의 차이점에서 오는 의사소통의 부재도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다.(각국의 문학작품 중 도저히 번역이 힘든 작품이 있는 것처럼)

 

인간의 뇌는 하나의 언어 이상으로 다양한 언어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발음할 수 있다. 어느 오지 탐험가가 오지의 어느 부족민들을 만나 그들과 일상을 나누던 장면을 본 적 있다. 정말 재미났던 건 그들이 쓰는 언어였다. 목구멍에서 걸린듯한 발성이 좀 우습게 들리기도 했지만 죄다 비슷하게 들려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들의 언어를 흉내 내던 오지 탐험가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져 보기 좋았는데 한편으론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를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부족장 말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하나둘 문명세계로 떠나서 점점 그곳을 지키는 부족민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그들의 언어도 조용히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겠다.

 

순간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이 떠오른다. 첫 단편에서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편지글은 인간이 쓰는 언어가 단순히 의사소통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언어와 인간관계에 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어서 유독 기억에 남는다.

 

 

 

언어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소멸과 생성을 거듭한다. 언어는 더 편리하게 발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언어의 모든 분야(단어, 문법, 발음, 방식, 철자, 구둣점 등)가 변한다. 구시대적 어휘들은 사라지고 신조어는 나날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기본 언어의 틀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세대 간 소통이 어려워지는 걸 보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나 반면 그것들이 정착되는 시간은 더뎌 보인다.

 

언어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분야가 바로 어원이다. 나도 어원을 자주 찾아보는 편인데 단어가 생성되는 과정이 흥미롭고 또 어떤 단어는 그 역사를 알고 나면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책에도 재미난 예시가 있지만 얼마 전에 본 어원이 떠올랐다.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다는 글인데 어원의 의미를 알고 나자 동물에 대한 마음가짐이 더 달라지게 되었다.

 

언어는 특히 어휘의 선택 유무에 따라 개개인의 성향이나 신분을 짐작하기도 하고 상황에 적절한 고급 어휘를 씀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또한 문장 구사능력에 따라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그만큼 언어가 자신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우리는 말실수로 인해 난감한 일을 겪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관계가 틀어지는 일도 경험한다. 부적절한 언어로 홍역을 치르는 정치 인사나 유명인을 보면서 안타까움보다는 비난을 하는 이유도 언어가 그 사람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차별, 비하, 편견 등을 조장하는 단어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언어도 교육이 필요하다. 공교육과 각종 미디어의 힘으로 어휘력은 폭풍 증가하지만 그에 비해 언어의 논리성이나 언어의 미적감각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언어에 대한 관심이 곧 나에 대한 관심이다. 책은 언어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언어의 아름다움은 문학작품에서 두드러지는데 문체가 아름다운 글을 만나면 언어로 그림을 그린다는 표현이 와닿게 된다.

 

앞으로 언어는 더 어떻게 변화할까.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전혀 짐작할 수 없듯이 언어의 미래도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다고 한다. 국민이 백신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개개인이 주의를 기울이고 협력해야 하듯 언어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개개인이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세계가 된다. 또한 우리가 현명하게 쓰는 언어가 좋은 사회를 만든다. 언어의 다양성(외국어 및 신조어) 좀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세계인의 문화와 전통뿐 아니라 세대차를 좁히는 데 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언어란 무엇일까를 넘어 너무 홀대하진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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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으로 물들다, 나만의 실내 정원
오하나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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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에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집에 식물들을 늘리기 시작했으나 베란다가 없고 해가 짧은 층에 살고 이따 보니 관엽식물과 일부 다년생 꽃을 피우는 녀석들 말고는 잘되지 않는 것 같았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내 집의 특성을 꼼꼼히 살피고 공부를 했다면 얼마든지 잘 키워볼 수도 있었겠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었다.

 

그런 내가 이사 후 너른 베란다가 있고 해가 잘 들며 바람도 잘 통하는 집을 보며 얼마나 행복해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나도 플랜테리어에 열정을 쏟아 식물과 함께 하는 예쁜 집을 만들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본격적으로 식물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모든 정보를 얻는 편인데 영상으로 보여주는 정보가 이해하기 쉽고 더 편하긴 하지만 번거로움을 느꼈기에 괜찮은 책 한 권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이미 작년에 베란다 텃밭을 해 보겠다고 책을 구입했으나 실내 환경이 열악해서 뼈아픈 실패담도 있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해 보고 싶었다.

 

 

 

올 초 유튜브에서 흙 하나만으로 식물의 생존 유무를 책임 지던 식물관리사를 본 적 있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흙이 해답임을 찾아냈던 그분은 자신만의 노하우로 개발한 흙을 사용해 죽어가던 식물도 살려냈다. 그랬기에 흙과 비료에 관한 정보부터 꼼꼼히 살폈다.

 

읽다 보니 아!! 베란다에 심어논 방울토마토들의 성장이 더딘 이유를 이제서야 찾았다. 지난해에 사용한 흙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대충 사용한 탓이었다. 당연히 영양분이 없는 흙에 꽂힌 상태로만 있었으니 제대로 성장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모종 탓만 했으니 진짜 내가 생각해도 멍청하다. 당장 성토와 복합비료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천연 비료에 관한 유용한 팁도 눈에 띄었다. 계란껍질과 식초, 쌀뜨물과 커피 or 티백 찌꺼기를 활용한 비료라니. 모든 재료가 가까이 있었건만 그런 것들이 식물에 도움이 되는 건지도 몰랐고 특히 쌀뜨물은 바로 주는 게 제일 좋은 건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설탕을 넣어 발효시킨 후 사용하는 것이 좋은 줄은 정말 몰랐다.

 

사계절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그만큼 볼거리가 풍성해서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알아야 하는 식물의 가짓수도 많다는 얘기다. 이제서야 식물에 대해 공부하려니 암기가 안돼서 답답하다. 낯선 외국 이름들이 입에 잘 붙지도 않거니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은 여전히 헷갈린다. 그래도 어쩌랴. 계절별 식물 관리법을 잘 터득해야 내가 선택한 식물들을 저세상으로 보내지 않고 꾸준히 함께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봄 같은 경우 꽃샘추위를 인지하지 못하면 냉해를 입힐 수 있다. 나도 여러 번 그런 적이 있어서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여름은 식물을 키우기 가장 힘든 계절이라고 한다. 장마철이 있기 때문이다. 과습에 주의하고 살충제를 필히 구비해두어 식물들을 잘 들여다보아야겠다. 가을은 볕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월동 준비를 해야 하며 겨울은 추위로 인한 냉해와 건조함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집안 온도를 잘 체크해서 집안의 식물과 온도가 잘 맞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겠다.

 

본격적으로 집안을 다양한 화초로 장식하고 싶다면 공간에 맞는 화초를 잘 데려다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각 공간마다 빛의 양이나 습도, 온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은 그런 정보를 얻기에 안성맞춤이다.

 

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주방, 화장실, 현관이라면 음지식물이나 관리하기 쉬운 식물 또는 작은 식물이 좋다고 한다. 순식간에 키워서 먹는 새싹채소나 주방에 유일하게 볕이 들어오는 선택 받은 자리가 있다면 베이비채소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고사리 식물과 비슷하게 생긴 더피를 하나 들여야겠다.

 

볕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침실, 공부방, 서재 같은 공간은 식물이 있으면 더없이 필요한 공간이다.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관리하기 쉬운 관엽식물이 편한데 작년에 자금우를 키우다 보내버린 적이 있어서 다시 들여놓고 싶은 생각이 든다. 비실비실 대던 산호수는 다시 살아나서 요즘 한창 예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사하고 아이비를 다시 장만했었다. 그런데 잘 못 옮겨 심었는지 상태가 안 좋아서 물에 옮겨놓았더니 인테리어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다.

 

 

 

 

거실은 볕이 괜찮게 들지만 사무실은 볕이 거의 들지 않아 몇 개의 관엽식물을 제외하고는 식물이 잘되지 않는다. 정말 잘 자란 녀석이라면 금전수정도. 이 녀석이 으찌나 쑥쑥 잘 자라는지 그걸 본 지인이 돈 많이 벌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했었다. 사무실에 있는 녀석을 꺾꽂이해서 집안으로 번식시켜 보아야겠다.

이사 전 거실에는 벤자민 고무나무와 오색마삭줄을 보냈었다. 그래서 잎이 널찍널찍 한 식물을 선호하는 편인데 다시 들이고 싶어진다. 트리안은 생각보다 키우기가 깐깐해서 더 이상 들이지 않고 있는 녀석이다. 하지만 앙증맞은 모습 때문에 계속 미련이 남는다.

 

식용식물은 현재 고추와 토마토만 심어 놓았다. 가을에는 쪽파와 래디시를 심어 보아야겠다. 완전 남향이 아니라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해 봐야 알겠지. 아직 허브를 제대로 키워 본 적이 없는데 로즈마리, 오레가노, 라벤더를 키워보아야겠다. 장미허브는 엄마가 가지고 있던 녀석인데 알아서 잘 자라고 있다.

다육이는 아주버님이 전문이시다. 한창 다육이에 빠져 있을 땐 별로 시큰둥했었는데 이제서야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참 생명력 하나는 짱인것 같다. 집에 있는 유일한 다육이의 이름이 용월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히아신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작년에는 그냥 꽃만 사서 향기를 즐겼었는데 가을에 구근을 한번 장만해보아야겠다. 구근에 색상에 따라 꽃 색상을 알 수 있다고 하니 구근을 장만해서 수경재배부터 한번 해 보련다. 테이크아웃 컵 뚜껑이 그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보라색을 참 좋아하는데 카파눌라는 처음 보는 꽃인데 너무 예뻐서 반했다. 더위에 약한 편인데다 좋은 모종을 구입해야 실패하지 않고 키울 수 있나 보다.

 

 

 

 

다양한 생활소품을 재활용해서 화분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손재주가 영 꽝이라면 가격이 저렴한 다이소가 안성맞춤이겠지만 말이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라면 보통 봄과 가을에 여러 가지 활동(옮겨 심기, 번식, 비료 주기, 채소 기르기)을 하는 게 적합하다는 점이다. 아직 파종을 해 본 적이 없는데 가을에 한번 도전해 보아야겠다. 구근식물 참 좋아하는데 이번엔 구근만 구입해서 잘 보관해 두었다 심어보기로 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한눈에 보는 12달 가드닝 캘린더가 있다. 아주 유용하게 쓰일 듯하다.

 

코로나로 인해 생활공간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집안에서 온 가족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공간이 주는 역할과 환경이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식물은 돈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관심과 사랑으로 돌보아야 식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 이제라도 식물에 관심이 생긴다면 잘 알고 시작해야 한다. 초보자들에게 쉽고 초보자들도 관리하기 쉬운 작물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니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자책하는 횟수도 줄고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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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7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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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 오브 와일드>를 먼저 보았다. 예고편을 보면서 개와 인간의 가슴 찡한 모험담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땐 개가 본성을 찾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로 결론을 내렸다. 물론 영화는 좀 더 부드럽고 드라마틱 하게 그리고 있다.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난 <야성의 부름>을 그렇게 이해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인간이 가축을 길들이며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동물들의 삶은 인간들로 인해 많이 변화하게 된다. 자연의 법칙이 하나씩 틀어져가고 각자의 삶의 영역이 침범당하면서 동물들은 각자의 본성을 잃어갔다. 어찌 보면 인간은 동물과의 공존을 위해서 이기적인 방법으로 그들을 대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은 충분히 우리의 목적을 위해 동물을 제멋대로 부려왔고 동물들의 터전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인간들의 욕망과 난폭함으로 그들의 목숨을 빼앗아왔다. 나는 <야성의 부름>을 읽는 동안 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인간들의 잔악한 본성 때문에 내내 마음이 아팠다. 동물들의 생존본능과 그들만의 법칙(강한 자만이 살아남는)은 충분히 순응할 수 있다. 인간에게 수많은 얼굴이 존재하듯 그 얼굴에 따라 개는 충직한 일꾼이 되기도 하고 깍듯이 복종하기도 하며 마음을 헤아리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야성의 부름에 응답한 벅은 그런 면모를 모두 보여주며 독자들의 가슴에 울림을 전하고 있다.

 

 

 

대자연은 인간에게 있어서 투쟁의 장이자 극복해야 할 도전의 대상이었다. <야성의 부름>은 그곳이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 하는 알래스카였기에 생존을 위한 본능이 강하게 피어날 수밖에 없는 땅이었다. 게다가 욕망의 땅이기도 했다. 노란 돌덩이(금)를 차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경쟁은 매서운 추위도 잊게 할 만큼 매력적인 땅이었다. 인간은 도전의 대상이 있어야 성장한다. 그렇듯 벅이 본성을 깨뜨릴 수 있게 된 계기도 힘겨운 야생에 놓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어려움 속에서 더욱 살아나는 생존의 힘. 그 모습을 인간의 삶에 빗대어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인간은 인간 스스로의 나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타인과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이자 숙제다.

 

벅은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대저택의 귀염둥이로 지내다 납치를 당해 알래스카로 팔려간다. 인간의 보살핌 대신 누군가의 몽둥이가 날아오고 명령과 복종만이 강요된다.

벅에게 몽둥이는 그가 감히 반항할 수 없는 두려운 존재였다.

몽둥이의 가르침 덕분에 원시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p.20

 

이곳에서 맞이 한 생존의 법칙은 처음 보는 하얀 눈처럼 모두 생소한 것들이었다. 몽둥이와 엄니의 법칙 아래 맡은 일을 해내야 한다는 걸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우편배달을 위해 이동하는 거리는 너무 길었고 다른 개들과의 관계도 신경을 써야 했다. 차츰 규칙을 터득하고 적자생존의 법칙에 눈을 떠간다. 규율이 깨어지면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고 쓰러지면 죽는다는 단순한 진리 외에 야성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알았기에 벅은 다른 개들과는 달리 똑똑하게 버텨나간다. 벅은 때를 기다릴 줄도 아는 영민함을 지녔다. 과거에 사로잡혀 우울해하지도 않았으며 하나씩 깨어나는 본능의 물결에 환희를 느낀다.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이니만큼 동물들의 삶이 곧 인간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을 수밖에 없다. 썰매를 끄는 개들의 캐릭터에서 인간상이 보인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우울증이 온 친구도 있으며 자기 일만 생각하는 친구도 있는 반면 동료들과의 호흡 유지를 위해 눈치껏 발맞추는 친구도 있다. 썰매를 끄는 일은 엄청난 팀웍과 협력을 요하는 일이다. 개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페이스를 조절하며 이동한다. 벅의 놀라운 점이라 하면 지도자로서의 능력이었다. 힘이 아닌 배려로 동료들을 다스릴 줄 알았다.

 

"내 평생 벅 같은 개는 처음이야!"

 

하지만 벅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인간들의 무식한 난폭함과 어리석은 이기심 때문에 벅과 동료들은 굶주림과 채찍질에 하나둘 쓰러져간다. 그때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존 손톤이라는 자가 벅을 구하자 벅에게 새로운 삶이 주어지게 된다. 진정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인간에게 진심으로 복종하고 순종적이 된다. 이제 벅은 인간의 사랑(머묾)과 야성의 부름(떠남)이라는 두 갈래 길에 놓이게 된다.

 

벅에게 있어 과거는 아득히 먼 과거였다. 숲속 깊은 곳에서 부르는 소리에 전율이 느껴진다는 것. 이 사실이 점점 중요하게 다가왔다. 그러다 벅은 숲속에서 회색 늑대와 마주하게 된다. 그 둘의 만남 이후 벅은 완전히 야생이 깨어나게 되고 근육들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치게 된다. 손톤의 죽음은 인간과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졌음을 의미한다. 갈등의 한쪽 고리가 끊어지자 야성의 부름의 소리는 더 크게 들려온다. 벅은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이 늑대를 능가하는 전설이 된다.

 

이야기 속에서는 혹독한 추위와 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는 개도 있고 몽둥이에 굴복하지 않아 맞아죽는 개도 등장한다. 벅의 생애만 본다면 강하고 멋진 이야기지만 동물과 인간의 공존기는 다양한 관점이 있고 생각할 거리도 많다. 꼭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라는 법칙도 없으며 인내심을 가진 자 혹은 운이 좋은 자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진리도 들어맞지 않는다.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고 어쩌면 형태만 달라졌다 뿐이지 야생 그 자체일는지도 모른다. 좀 더 나아가 연결 짓자면 그렇기에 우리는 때를 기다리고 현재를 살아낼 인내심과 때가 왔을 때 움직일 순발력, 나아가 위기를 극복할 통찰력이 필요한 것이다. 각자의 내재된 본성(숨은 능력)은 주로 위기가 닥쳤을 때 드러난다. 어쩌면 벅처럼 그 이상을 능가할 수도 있다. 내 인생의 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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