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역사 - 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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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있는 언어에 대해 조금 진지해 본 적 있는가. 난 문학작품을 읽을 때나 혹은 언쟁이 생겼을 때 언어의 진지함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어원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며 언어의 유희도 즐긴다. 글의 기원은 농경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글이 생겨나기 이전 인류는 언제부터 언어를 사용했으며 언어는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진보해 왔고 언어가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은 언어에 관한 작은 책(A little book of language)이다. 목차를 보면 언어에 관한 다양한 관점이 보인다. 처음 아기의 언어부터 시작하여 언어의 변천과 문학어 그리고 현대 인터넷 언어와 언어폭력으로 고통받는 현대인의 실태까지 꼬집으며 언어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정작 언어폭력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가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또한 우리가 언어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p. 368~369

 

우리는 종종 언어로 바보짓을 한다. -p.9

언어는 또한 보다 진지한 목적을 갖고 있다. -p.340

우리는 자라면서 언어의 옷장을 만든다. -p.388

 

 

언어라는 어원을 보면 혀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즉 혀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그렇다고 혀를 가진 모든 동물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앵무새에게 아무리 말을 가르쳐 본들 인간의 언어를 똑같이 흉내 낼 뿐 이해는 할 수 없다. 인간이라면(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누구나 말을 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을 익혀서 말을 배워왔다고 하기 어색하다. 아기가 옹알이에서 시작해 말을 익히고 이해하는 학습과정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마치 본능인 것처럼. 심지어 언어에 대한 감각이 좋은 이들은 다국어 소통이 가능한 이들도 제법 있다.

인간은 말로 하는 언어뿐 아니라 몸짓, 눈짓, 표정 등을 총동원해서 훨씬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한다. 게다 언어에 리듬과 억양을 붙여 의미를 전달하는 법도 터득한다. 그만큼 언어의 범위가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센트는 우리에게 특정 단어를 발음하는 방식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p.190

 

언어는 단순히 의사전달을 넘어 감정, 신분, 직업, 가치관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언어는 유희, 정체성, 감정, 관계(형식적, 사교적, 목적), 사고를 위해 사용된다. 그럼으로 다양한 역할과 차이를 지니게 된다. 저자는 다양한 예시와 부가 설명을 통해 이해와 재미를 주고 있다. 세계인들이 쓰는 다양한 언어가 참 신기하기도 하지만 여러 언어를 체계화시키고 발전시켜왔다는 사실도 대단해 보인다. 하나의 언어에도 방대한 뿌리가 있고 여러 가지 방언과 속어들이 존재하니 그 뿌리를 찾는 일이 끝이 없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서로의 문화나 가치관의 차이점에서 오는 의사소통의 부재도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다.(각국의 문학작품 중 도저히 번역이 힘든 작품이 있는 것처럼)

 

인간의 뇌는 하나의 언어 이상으로 다양한 언어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발음할 수 있다. 어느 오지 탐험가가 오지의 어느 부족민들을 만나 그들과 일상을 나누던 장면을 본 적 있다. 정말 재미났던 건 그들이 쓰는 언어였다. 목구멍에서 걸린듯한 발성이 좀 우습게 들리기도 했지만 죄다 비슷하게 들려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들의 언어를 흉내 내던 오지 탐험가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져 보기 좋았는데 한편으론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를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부족장 말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하나둘 문명세계로 떠나서 점점 그곳을 지키는 부족민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그들의 언어도 조용히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겠다.

 

순간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이 떠오른다. 첫 단편에서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편지글은 인간이 쓰는 언어가 단순히 의사소통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언어와 인간관계에 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어서 유독 기억에 남는다.

 

 

 

언어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소멸과 생성을 거듭한다. 언어는 더 편리하게 발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언어의 모든 분야(단어, 문법, 발음, 방식, 철자, 구둣점 등)가 변한다. 구시대적 어휘들은 사라지고 신조어는 나날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기본 언어의 틀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세대 간 소통이 어려워지는 걸 보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나 반면 그것들이 정착되는 시간은 더뎌 보인다.

 

언어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분야가 바로 어원이다. 나도 어원을 자주 찾아보는 편인데 단어가 생성되는 과정이 흥미롭고 또 어떤 단어는 그 역사를 알고 나면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책에도 재미난 예시가 있지만 얼마 전에 본 어원이 떠올랐다.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다는 글인데 어원의 의미를 알고 나자 동물에 대한 마음가짐이 더 달라지게 되었다.

 

언어는 특히 어휘의 선택 유무에 따라 개개인의 성향이나 신분을 짐작하기도 하고 상황에 적절한 고급 어휘를 씀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또한 문장 구사능력에 따라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그만큼 언어가 자신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우리는 말실수로 인해 난감한 일을 겪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관계가 틀어지는 일도 경험한다. 부적절한 언어로 홍역을 치르는 정치 인사나 유명인을 보면서 안타까움보다는 비난을 하는 이유도 언어가 그 사람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차별, 비하, 편견 등을 조장하는 단어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언어도 교육이 필요하다. 공교육과 각종 미디어의 힘으로 어휘력은 폭풍 증가하지만 그에 비해 언어의 논리성이나 언어의 미적감각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언어에 대한 관심이 곧 나에 대한 관심이다. 책은 언어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언어의 아름다움은 문학작품에서 두드러지는데 문체가 아름다운 글을 만나면 언어로 그림을 그린다는 표현이 와닿게 된다.

 

앞으로 언어는 더 어떻게 변화할까.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전혀 짐작할 수 없듯이 언어의 미래도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다고 한다. 국민이 백신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개개인이 주의를 기울이고 협력해야 하듯 언어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개개인이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세계가 된다. 또한 우리가 현명하게 쓰는 언어가 좋은 사회를 만든다. 언어의 다양성(외국어 및 신조어) 좀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세계인의 문화와 전통뿐 아니라 세대차를 좁히는 데 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언어란 무엇일까를 넘어 너무 홀대하진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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