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흐르는 꽃 - Novel Engine POP
온다 리쿠 지음, RYO 그림, 이선희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분 좋을 만큼 밝은 여름의 세계가 펼쳐졌다.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새하얀 구름이 눈부시게 빛났다. -p. 42

 

어제 아침 산책을 다녀온 엄마가 오늘처럼 아름다운 날씨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감탄을 하셨다. 하늘빛이 너무 아름답다고 온 세상이 그렇게 맑아 보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베란다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하얀 구름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는 말이 정말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덩달아 기분마저 좋아지게 만든 여름의 날씨. <7월에 흐르는 꽃>은 그런 기분을 안고 펼쳤다.

 

일본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서로 맞닿아 있는 듯하다. 첫 페이지 <서시>에 씌인 멀리 있는 구름과 그곳에서 쏟아지는 빛을 보고 두려움에 휩싸인다.라는 문장을 보면서 영화 <날씨의 아이>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으니.

 

온다 리쿠의 소설은 처음 만났지만 일본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를 예상하고 책장을 넘겼다.

 

음침한 녹색 그림자, 거울, 녹색인간, 여름 사람.

 

'여름이 흐른다'라는 아름다운 의미를 지닌 마을 가나시로 이사 온 미치루는 이 독특한 지명만큼이나 이곳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언가 감추고 있는듯한 사람들, 창문이 없는 겨울성과 여름성으로의 초대, 이 마을에 머무는 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규칙.

 

기묘한 이야기가 그렇듯 이야기는 짐작할 수없이 흐른다. 여름 방학 동안 미치루가 왜 여름 캠프에 초대되었는지, 그곳에 초대된 여섯 명의 소녀들이 어떤 연유로 선택되어 이곳에서 합숙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오죽하면 미치루 엄마는 왜 딸을 이런 이상한 캠프에 가도록 허락한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모든 궁금증은 미치루의 행동을 통해서 알 수 있을 뿐이다.

 

"저게 우리의 쓸쓸한 성이야"라는 분위기에 더해 친절하지 않은 단서들은 자칫 이 이야기가 한 여름의 더위를 씻어 줄 공포물이 아닐까 하게 만든다. 종소리, 침묵의 시간, 한 소녀의 실종, 죽은 비둘기의 사체. 더 의아한 건 수로에 꽃이 흘러내려 오면 색깔과 숫자를 보고 할 것. -p.57 이라는 행동지침이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를 내내 생각하다 보니 그 의미가 어렴풋이 그려졌다.

역시..

 

전쟁이나 재해는 다양한 의식을 만들어 냈다. 아마 일본만큼 영혼을 위한 다양한 의식이 있는 나라가 있을까. 그러한 전통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갖가지 상상과 전설을 만들어 낸다.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만드는 불꽃놀이마저도 애도를 위한 의미가 있다니. 소녀들은 불꽃이 타는 그 시간 동안만큼은 위안을 받는다.

 

메멘토 모리.

흐르는 꽃의 의미가 밝혀지는 순간 앞으로 더 나빠질지도 모를 미래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소설 속 상상의 일들이 마치 미래를 예견하듯 하나씩 현실이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 일런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전쟁과 재해에 더해 질병으로 떠나버린 이들을 위한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세상이라니.

 

이 너머의 있을 사람들.

저 너머로 흘러갈 꽃들.

인생은 흐르는 강물과 같기에 그렇듯 흘려보낸 꽃들은 지지 않고 흐르고 흘러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이들의 품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