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교양 미술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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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순부터 딸아이를 데리고(엄밀히 말하자면 끌고 ㅋ) 미술관을 찾았었다. 물론 지금은 아쉽게도 중단 상태다. 그때 함께 보았던 작품들은 주로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뮤즈나 아니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전시회 정도였었다. 다행히 요즘은 미술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해 주어서 관람하기 좋다. 덕분에 사전 지식이 많지 않아도 음성 서비스나 도슨트의 재미난 설명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아이들은 자칫 그림마저도 학습하듯 획일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내 느낌과 생각은 배제한 채 말이다. 아이와 함께 다니는 동안 그런 점들이 고민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잘못된 선입견을 줄 수도 있고 아니면 좁은 식견만 남기게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좀 더 미술과 친해지기 위해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할까.

 

이 책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미술작품을 바라볼 때 어떤 관점으로 살피는 게 유익한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연령별 관점(5~7세, 8~10세, 11~13세) 이었다.

아이가 미술작품에 흥미를 보여준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신이 날만한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흥미를 유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나도 아이를 데리고 다녔지만 마음으로 그림을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 뜻대로 잘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에게도 취향이 있고 관심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흐의 해바라기를 모두가 다 좋아할 수는 없고 해석에 답지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선 엄마가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을 얼마큼 가지고 있느냐와 얼마나 넓은 식견을 가지고 있느냐이다. 자신의 미적 안목에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이 신경쓰인건 나도 그리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림은 좋아하지만 풍부한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이 늘 부족하다고 여겨왔기에 늘 아이의 시선을 좇으면서도 내가 안절부절 어쩌지 못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어떤 질문을 하지? 저런 질문에는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하지? 등등 말이다.

 

1부를 읽다 보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그림이 그려진다. 우선은 엄마의 견문과 미술을 접하는 관점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 이는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었다. 그래야 캔버스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정답이 없는 질문도 던질 수 있으며 숨은 메세지를 찾아볼 수도 있다. 그런 순간들이 만나 여러 작품들과의 연결고리도 생겨나는 것이다. 회화의 역사는 흥미로우니까. 그림을 보는 열세가지 방법을 잘 기억해두면 좋겠다.

 

가급적이면 정보를 얻는 것과 분석적인 안목을 갖추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p.17

 

 

 

2부에서는 여러 작품을 보며 어떤 식으로 감상하면 좋을지 살펴볼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그림이 우선이 돼야 한다. 너무 해설에 치우치지 않도록 아이의 관점에 맞추어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잘 그렸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이해하는 것이 포인트니까.

 

바로 그 시점부터 아이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p.47

 

그림을 감상하기에 앞서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시대를 이해하고 작가를 알면 더 좋지만 아이의 연령에 맞추어 자유로운 시각에서 먼저 출발하려 했다. 간단하게 설명을 덧붙이고 책에 나와 있는 질문들을 몇 가지 찾아보며 생각의 폭을 넓혀 보았다. 물론 딸아이(13세)의 연령대 질문들은 생각 외의 질문들도 많았고 그에 대한 해설도 조금 어려운 것들도 있었지만 나 또한 생각지도 못한 관점에 흥미로움을 느꼈었다.

 

<세월이라는 음악의 춤>에서 놓친 야누스의 석상에 대한 해석과 4명의 인물들의 빙빙 도는 다리 모양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미쳐 몰랐던 사실이었고 <회화 예술의 발명>이라는 그림은 처음 본 그림으로 결핍이 예술을 탄생시킨다는 숨은 의도를 아이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눈먼 소녀>는 너무 아름다운 색채 때문에 눈에 들어온 작품인데 빈곤의 아픔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작품으로 너무나 평화롭기 그지없어서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던 작품이다. <공 위에서 묘기를 부리는 소녀>라는 작품은 아이가 어떤 시선으로 보게 될지 궁금했던 작품인데 두드러지는 남성의 모습이나 아슬하게 서 있는 여성의 모습보다 흐릿하게 묘사된 인물들이 더 시선이 간다고 말해서 나도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처럼 나도 아이로 인해 놓친 장면들을 찾아보게 되니 재미난 시간이었다. 이곳에 실린 30편의 작품들을 같이 보면서 공부해보는 것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내가 아이에게 미술 작품을 들이미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더 많은 영감을 얻길 바라서이다. 잠재력의 힘이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낳는지를 알고 있고 이러한 다양한 사고는 일상에서도 힘을 발휘하니까. 책을 덮고 나니 다시 미술관 나들이를 자유롭게 다니던 이전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고흐의 거친 붓질을 만져보며 느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안타깝지만 완전한 이전으로의 일상은 어려울 것이다. 어쩔 수 없지만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나 책으로라도 그런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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