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가 죽었다! 1
스바루이치 지음, 오경화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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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가 주인공인 이세계 판타지 만화라고 하면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늠름하고 믿음직한 용사가 '짜잔'하고 나타나면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인데, 화제의 만화 <용사가 죽었다>는 제목 그대로 용사가 죽으면서 시작되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세계 판타지 만화다. 


주인공 토우카는 중앙 대륙의 남서쪽 마을 '체자'에서 무 농사를 짓는 평범한 소년이다. 토우카의 꿈은 예쁜 외모에 성격까지 털털한 소꿉친구 유나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인데, 토우카보다 한참 꿈이 큰 유나는 악마와 싸우는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농사(와 여자)밖에 모르는 토우카를 한심하게 여기는 눈치다. 


바로 그때, 마을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마가 나타나 유나를 덮치려 하고, 토우카는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대신 함정을 설치해놓고 악마가 알아서 걸려들기를 기다린다. 물론 토우카가 설치한 함정에 악마가 쉽게 걸려들 리가 없고, 어디선가 '짜잔'하고 나타난 용사가 단칼에 악마를 물리치면서 상황은 종료된다. 


악마가 덮치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홀연히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 용사에게 유나는 홀딱 반한 표정...! 선남선녀인 용사와 유나가 잘 되는 꼴을 보다 못한 토우카는 눈을 시뻘겋게 뜨면서 열폭하는데, 하필이면 이때 용사가 걸려들고 만다. 어디에? 바로 토우카가 악마를 잡기 위해 설치해 놓았던 함정에! ㅋㅋㅋ 만화 시작한 지 20페이지 만에 용사 사망! 이거 실화냐? ㅋㅋㅋ 


봉인이 풀린 악마에 맞서서 세계를 구해야 할 용사가 죽어버린(혹은 용사를 죽여버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토우카에게 이변이 일어난다. 토우카의 정신은 그대로인데 육체만 용사의 그것으로 바뀐 것이다. 토우카는 함정에 빠져 죽어버린 용사 대신 용사 행세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무척 엉뚱하고 기발해 웃음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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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신네 집 1
오카 카나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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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신네집>은 일본의 만화, 일러스트 작품 투고 사이트 픽시브(pixiv)에서 조회수 4백만을 기록한 인기작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내용은 타테가와에 있는 낡은 아파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교 2학년 남학생 단노 신지, 일명 '단신'의 집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코믹한 일상을 그린다. 


남자 대학생 한 사람이 살기에도 비좁은 단신의 자취방에는 매일 같이 두 친구가 놀러 온다. 한 명은 단신의 아르바이트 동료이자 긴 머리와 안경이 트레이드 마크인 샨피, 다른 한 명은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순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구구다. 


겁 많고 인기 없고 낯가림이 심한 단신은 두 친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서 살림을 축내고 빈둥거리다가 돌아가는 것을 질색하지만, 막상 친구들이 오지 않으면 오늘은 왜 안 올까 걱정이 된다. 어쩌다 공포 영화라도 본 날에는 낡은 자취방에서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러 오라고 성화를 부린다. 친구들은 그런 단신을 놀리면서도 귀여워하는 눈치다 ㅎㅎㅎ


평범한 남학생들의 코믹하기도 하고 바보 같기도 한 일상을 그린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남자 고교생의 일상>이 연상되기도 한다. 내가 소싯적에 자취 좀 해봤다 or 친구 자취방에 염치 불고하고 기생해(?) 봤다 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듯. 개성 강한 세 남자 대학생의 유쾌한 일상을 보면서 실컷 웃고 싶은 독자에게 이 만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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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과 잿빛의 세계 1
이리에 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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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과 잿빛의 세계>는 마법사 가족의 일원인 여자아이 란이 지방도시 하이마치(일본어로 '잿빛거리'라는 뜻)로 이사를 가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린 마법 판타지 만화다. 란의 가족은 모두 네 명이며, 가족 모두 마법사다. 엄마는 사악한 세력을 봉인한 문의 파수꾼으로, 임무가 워낙 막중하다 보니 집에는 좀처럼 돌아오지 못한다. 아빠는 사랑하는 아내가 단신 부임 중인 관계로 본의 아니게 독수공방 신세다. 오빠 진은 터프한 성격에 말수도 적지만 어린 여동생 란을 살뜰히 돌보고 집안 살림도 잘한다. 가족 모두 마법을 쓸 줄 아는 것만 제외하면 사이좋고 화목한 인간 가정의 모습과 썩 다르지 않다.


란은 또래 친구들보다도 한참이나 키가 작아서 땅꼬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사실 란에게는 친구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기 머리만큼 큰 운동화를 신으면 순식간에 몸이 커져서 매력적인 성인 여성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책임감 강한 오빠 진은 동생 란이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속마음은 아이인 채로 동네를 누비다가 무슨 큰일이라도 생길까 봐(또는 큰일이라도 벌일까 봐) 걱정이 되어 운동화가 보이는 족족 숨기기 바쁘다. 말리면 더 하고 싶은 어린애 심보를 간직한 란은 진이 힘들게 숨겨 놓은 운동화를 열심히 찾아서 신고 어른으로 변신해 자기만의 모험을 떠난다. 


1권에서 란은 자신의 마법 능력을 활용해 하늘을 날기도 하고, 고급 맨션의 최상층에 사는 남자를 만나기도 하고, 마을 축제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를 도와주기도 한다. 엄마가 오래 집을 비우고 있는 데다가 전학 간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외로운 란에게는 즐거운 일탈이지만, 동생이 위험에 처할까 봐 걱정이 태산인 진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성장이다. 


이리에 아키의 작품을 처음 읽는 것이고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는데도, 설정이 흥미롭고 이야기 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어 무리 없이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시원시원하고 환상적인 그림체도 마음에 든다. 19금을 연상케 하는 장면도 있으나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이리에 아키의 다른 작품으로는 <군청학사>, <메아리의 골짜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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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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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책에서 소개되지 않았다면 이런 소설이 있는 줄도 몰랐을 듯. 추리소설의 외형을 띄고 있지만 인간의 심리 갈등과 가족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보기 드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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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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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빨간 책방'에 소개되기 전까지는 이 책이 있는지도 몰랐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 소개된 이후 판매 순위가 급상승한 걸 보면 나 같은 독자가 많은 듯하다. 


에릭 무어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며 대학 강사인 아내 메러디스, 중학생인 외아들 키이스를 부양하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다. 아버지는 파산하고,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죽고, 형은 변변치 못하고, 여동생은 병으로 죽었기에 에릭은 지금의 가정을 누가 봐도 흠잡을 데 없는 가정으로 만들고 싶었고 대체로 성공한 듯 보인다. 아들 키이스가 마을에서 실종된 소녀 에이미의 유괴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기 전까지는. 


에이미가 실종되기 전날, 에이미의 부모는 아르바이트로 베이비 시터 일을 하는 키이스에게 에이미를 맡겼다. 에릭은 피곤하다며 먼저 잠든 아내를 대신해 키이스의 귀가를 확인했다.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귀가하기는 했지만 전화로 먼저 알렸기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음 날 에이미가 실종되고 키이스가 용의자로 지목되자 에릭의 눈에 키이스의 모든 것이 수상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키이스의 아버지로서 키이스를 감싸고 변호하지만, 속으로는 키이스의 발언이며 행실이며 모든 것이 미심쩍어 보이는 에릭. 결국 에릭은 자신의 의심 때문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만다. 


어린 여자아이의 실종 사건을 둘러싼 추리 소설, 범죄 소설이지만, 아들이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아버지가 겪는 심리적 갈등을 그린 심리 소설, 가족 소설의 면모 또한 강하다. 만약 내 자식이 범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면 나는 내 자식이 범인이 아니라고 백 퍼센트 신뢰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범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면 나의 부모는 내가 범인이 아니라고 백 퍼센트 신뢰하며 변호해줄까. 결코 만만치 않은 주제를 건드린, 보기 드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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