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풍당의 사계절 5
시미즈 유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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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일본 2분기 애니메이션 방영작 중 하나인 <녹풍당의 사계절>의 원작 만화 제5권이 국내에 정식 출간되었다. 안 그래도 애니메이션이 끝나고 아쉬움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했는데 마침 이렇게 신간이 나오니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ㅎ 책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꺅' 하고 소리를 질렀다 ㅎㅎㅎ 





<녹풍당의 사계절> 제5권에는 다섯 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터프한 외모와는 다르게 여성지에서 음식 담당 기자로 일하는 이사고 씨가 짝사랑 중인 편집장을 녹풍당에 데려오는 과정을 그린 '서툰 두 사람', 등교 거부 중인 소년과 구레의 만남을 그린 '이어지는 마음', 각각 의류 회사 직원과 만화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자매의 추억이 담긴 요리를 재현한 '카페의 나폴리탄', 아들 부부와 함께 살기로 하면서 그동안 취미로 직접 구운 그릇을 모두 버리기로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인생의 즐거움 등은 애니메이션에도 나오는 에피소드이다. 





'어느 맑은 날의 오후'만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지 않은, 원작 만화에만 있는 에피소드이다. 녹풍당에서 디저트를 담당하고 있는 츠바키는 어느 맑은 날 오후 2층 창고를 정리하다가 가을에 먹고 남은 홍옥 2개를 발견한다. 마침 집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은 츠바키와 토키타카 두 사람뿐. 둘은 잘 씻은 사과의 심지를 파내고, 파낸 자리에 설탕과 계피, 버터를 채운 다음 렌지에 돌려서 익힌다. 따끈따끈하게 구워진 사과위에 '마침' 냉동실 안에 있던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다고 ㅎ ㅎㅎ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ㅎㅎㅎ 





이 밖에도 애니메이션에 반영되지 않은 깨알 같은 장면들이 원작 만화에는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 빵 터졌던 장면은, 햄버그 소스 회의를 하다가 스이와 구레, 츠바키의 의견이 갈리자 토키타카가 조용히 스이의 편을 들어준 것 ㅎㅎㅎ (개인적으로 이 만화에선 스이X토키타카, 구레X츠바키 커플을 밉니다 ㅎㅎㅎ 너무 공식인가요 ㅎㅎㅎ) 스이와 토키타카의 오랫동안 같이 산 부부 느낌 좋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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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체력 -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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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이십 대 시절에도 체력이 썩 좋진 않았는데 삼십 대 중반이 되고 보니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떨어진다. 나름 운동이랍시고 주말마다 집 근처 공원에서 파워워킹도 하고, 집에서 틈틈이 요가와 스트레칭도 하고, 영양제도 꾸준히 챙겨 먹는데 이 정도로는 안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이영희의 <마녀 체력>을 만났다. 저자 이영미는 25년 넘게 170여 권이 넘는 책을 만든 대편집자로, 하루 종일 책상 앞에서 씨름하는 전형적인 저질체력 사무직 노동자로 살아왔다. 30대에 고혈압 진단을 받았을 때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저자는, 마찬가지로 저질체력이었던 남편이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눈에 띄게 몸매와 체력이 달라지는 걸 목격하고 자기도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매일 아침 집에서 10분 거리인 구민회관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도 벅찼는데, 점차 달리기, 자전거로 범위를 넓히더니, 이제는 마라톤 대회로 모자라 운동선수들도 감히 도전을 못한다는 철인 3종 경기에 나간다. 


저자가 운동을 통해 얻은 것은 체력만이 아니다. 운동을 하면서 넘어지고 깨지고 다시 일어나는 연습을 하지 않았다면, 회사에서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을 때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들이 재수를 하는 동안 더욱 마음 졸였을 것이다. 부부 관계도 소원해졌을 것이다. 운동은 저자를 아무리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강철 같은 사람으로 바꿨고, 아무리 마음이 불안해도 내색하지 않는 돌부처로 바꿨다. 자칫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살 뻔했던 부부는 운동이라는 취미를 공유하며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마흔 넘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 나이가 들어도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것도 운동이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운동을 시작한 계기부터 운동을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 운동을 통해 얻은 효과와 교훈 등이 빼곡히 실려 있다. 25년 경력의 대편집자가 쓴 글답게 문장이 잘 읽히고 재미있다. 이제라도 몸치 신세에서 벗어나 달리기, 수영, 자전거 고수가 되고 싶다 하는 '예비 마녀'들을 위한 깨알 팁도 실려 있다. 나도 저자처럼 운동하고 싶은데 뭐부터 시작할까. 달리기? 수영?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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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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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은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1987년에 발표한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제까지 추리 소설 말고도 연애, 드라마, 코믹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쓴 바 있고, 정통파 추리소설뿐 아니라 사회파 추리소설을 쓰기도 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에 속하는 이 소설은 다른 장르나 사회파 추리소설의 그림자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 개인적으로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모 소설이 연상된 - 철저한 정통파 추리소설이다.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어." 추리소설 작가인 '나'는 어느 날 애인 가와즈 마사유키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짐작 가는 데라도 있느냐고 '나'가 묻자 가와즈는 어물쩍 답을 피한다. 얼마 후 '나'는 가와즈의 시체가 바다에서 떠올랐다는 연락을 받는다. 가와즈의 죽음에 석연찮은 부분이 있음을 직감한 '나'는 친구이자 편집자인 후유코의 도움을 받아 추리소설 작가의 자격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서 특정한 일을 함께 한 사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이들 중 몇몇이 차례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가와즈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사건의 전모는커녕 살인 사건인 줄도 몰랐던 '나'가 용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일종의 취조를 하면서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그에 비하면 사건의 전모라는 게 허무할 정도로 식상한데, 1987년에 출간된(그때만 해도 지금만큼 추리소설이 많지도 않고 널리 읽히지도 않았겠지?) 작가의 초기작임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사건의 전모를 통해 다수의 정의와 소수의 정의가 충돌할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 소수의 정의가 희생되는 경우 이는 폭력이 아닌지-를 묻는 점은 사회파 추리소설의 면모가 살짝 보인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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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나이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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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발리의 한 리조트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오른손에는 샹그리아가 찰랑거리는 잔을, 왼손에는 사랑스러운 연인의 손을 잡고 있다...라고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발리는 무슨. 낮 동안 찜통 안의 만두가 이런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더위 속에서 주중 근무보다 갑절은 힘이 든 주말 근무를 한 다음, 편의점에서 산 4캔에 만 원짜리 맥주와 찬물 샤워 기운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내일도 근무라서 얼른 불 끄고 잠이나 잤으면 딱 좋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전원을 켠 것은, 오늘 밤이 가기 전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서커스 나이트>를 읽고 난 감상을 몇 자라도 끼적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발리의 발 없는 귀신들이 꿈에 나타나 밤새 나를 괴롭힐지도...! 


남편 사토루와 사별한 후 시부모님 집 2층에서 어린 딸 하나를 키우며 살고 있는 사야카는 어느 날 기묘한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사야카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예전에 살았던 사람인데, 그 집 정원에 소중한 것이 묻혀 있으니 파서 가져가도 되겠느냐는 것이다. 사야카는 편지의 내용보다도 편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을 보고 더욱 깜짝 놀란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사야카의 옛 연인인 이치로. 사야카는 이십 대 초반에 이치로와 결혼을 생각할 만큼 뜨겁게 사랑했지만, 불의의 사고를 겪은 이후 도저히 이치로와 결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도망치듯 발리로 떠났고, 그 후 친구처럼 지내고 있던 선배 사토루로부터 암 선고를 받았는데 죽기 전에 아이를 낳고 싶으니 결혼해주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덥석 결혼을 결정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치로에게 다시 연락이 오다니. 이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사야카는 이치로의 허락을 구하기 전에, 정원에 묻혀 있다는 '소중한 것'이 뭔지 직접 파내서 알아내기로 한다. 


사실 사야카에게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물과 대화할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라는 능력이다. 사야카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활용해 '소중한 것'이 히비스커스 나무 아래 묻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가족들 몰래 히비스커스 나무 아래를 파서 조그만 꾸러미 하나를 발견해낸다. 꾸러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작은 뼛조각. 사야카는 뼛조각에 말을 걸어서 이치로에게 죽은 형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뼛조각에 담긴 사연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이치로를 만나기로 마음을 정한다. 


소설은 사토루를 잊지 못하고 있던 사야카가 옛 연인 이치로를 거듭 만나면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사야카는 겉보기엔 어려서부터 발리에서 자라서 독립적이고 자유분방한 여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를 동시에 잃은 데다가, 두 번째 가족을 만들어준 사토루까지 암으로 세상을 떠나서 마음의 상처가 많았다. 이치로와의 관계 역시 사야카에게는 결말을 짓지 못하고 묵혀둔 원고 같은 것이었다. 사야카는 한때 이치로의 가족이 운영하는 신사에서 지내기도 했고, 이치로의 어머니와는 마치 친모녀처럼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고를 겪고, 사야카의 몸에 그 흔적이 남기까지 하면서 이치로와 그의 가족은 사야카에게 든든한 기둥이 아닌 무거운 돌덩이 같은 존재로 바뀌었고, 결국 사야카는 이치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사야카와 이치로는 과거의 일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서로에게 미안한 일, 서운한 일을 어루만지고 다독인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미처 아물지 않은 채로 남아 있던 마음의 상처가 스르르 낫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일부러, 억지로 무엇을 하기보다는 저절로, 자연스럽게 무엇이 이루어지길 기다리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대체로 이런 태도는 소극적이고 답답하게 보이기 마련인데,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은 여유롭고 편안하게, 때로는 달관의 경지에 이른 듯한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이는 사야카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별의 아픔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일부러, 억지로 한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며, 이는 실제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머리를 아무리 열심히 굴려도 때가 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사람이 몸을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적합한 장소가 아니면 이룰 수 없는 일이 있다. 사야카는 남편과 사별한 후 너무 늦게 그의 사랑을 깨달았다고 - 그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고 - 가슴 아파하지만 시간을 돌린다 한들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사야카는 이치로의 어머니에게 사죄하지 못했다고, 이치로의 마음을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했다고 후회하지만, 지금 사는 집에서 사토루의 가족과 평안한 생활을 보내지 않았다면, 발리에서 이치로의 진심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그런 후회조차 못했을 것이다. 


결국 인간은 시간과 공간이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천 위의 무늬 한 조각이다. 어떤 무늬로 완성될지 - 무늬로 완성되기는 할지 -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다 보면, 이치로가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편지를 보낸 주소가 하필 사야카의 집이었던 것처럼, 사야카가 이치로의 편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새로운 사랑을 찾은 것처럼, 온 우주가 시간과 공간이라는 노를 저어 당신이 탄 배를 마땅히 가야 할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것이다. 내 우주는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것일까. 지금으로선 그곳이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고 다정한 애인이 기다리는 발리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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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사 - 조금씩, 다르게, 살아가기
요조 (Yozoh)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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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는 내가 믿고 읽는 몇 안 되는 국내 저자 중 하나다. 요조가 쓴 책은 몇 권 안 되지만 대체로 마음에 들었고, 신문이나 잡지 등에 기고한 글도 거의 다 좋았다('거의'라고 단서를 붙인 건, 좋지 않은 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미처 읽지 못한 글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올해는 요조가 신간을 두 권이나 냈다(오예!). 한 권은 올해 초에 낸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이고, 다른 한 권은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간 <오늘도, 무사>다.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이 요조가 6개월 동안 읽은 책에 관해 쓴 독서 일기라면, <오늘도, 무사>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책방 무사'를 운영하고 있는 요조가 책방 주인으로서 경험한 일과 소회를 풀어쓴 '책방 경영기'이다.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책방을 시작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매일 책방 문을 열고 장사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매출이다. 대형 서점, 인터넷 서점도 매출이 부진하다고 아우성인 요즘 같은 시대에 자그마한 동네 책방이 잘 되면 얼마나 잘 되랴. 어쩌다 들어온 손님이 책을 실컷 구경하고 나서는 스마트폰 열고 정가에서 10퍼센트를 할인해주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살 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주인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책방을 운영해본 적이 없어서 겪어본 일은 없지만 알 것 같다. 


연예인 봤다고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손님, 밑도 끝도 없이 시비 거는 손님, 동네에서 한가락 하는 것 같은 무서운 손님 등등 온갖 진상 손님도 많이 만났다. 이제는 CCTV도 설치하고 진상 손님에게 대응하는 기술도 늘었지만, 불편한 건 여전히 불편하고, 무서운 건 여전히 무섭다. 저자는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면 환상부터 가지지 말고 책방 운영의 현실부터 알라고 충고한다. 책방 주인이 여성이고 혼자 일하는 경우라면 경각심을 더욱 가져야 한다. 


"여자 혼자 갇혀 있는 공간에서 이상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공포스럽습니다. 호신품을 꼭 구비해두세요. CCTV를 꼭 설치하세요. 손님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례한 손님에게 억지로 웃어주지 마세요. 불쾌할 때는 꼭 분명하게 의사를 밝히셔야 합니다." (229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올해로 4년째 서울에 이어 제주에서 책방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건, 책방을 운영하면서 얻은 나쁜 기억보다 좋은 추억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꽃과 먹을거리를 들고 찾아오는 고마운 손님들, '돈맥경화 치료 간담회'를 주최하면서 알게 된 인연들, 책방 무사처럼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 주인들, 책방을 지키는 동안 읽은 책들, 동네 사람들 등등... 제주로 옮긴 책방 무사는 아예 간판도 내걸지 않은 - 정확히는 '(한)아름 상회'라는 다른 이름의 간판이 내걸린 - 상태라는데, 그런 곳을 굳이, 일부러, 기어코 찾아가는 손님들 정말 대단하다(나는 언제 가볼까...). 


책 마지막에는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에 실린 독서 일기를 연상케 하는 짤막한 독서 일기도 실려 있다. <목사 아들 게이>, <남창 일기>,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마이 버자이너>, <질문 있습니다>, <자갈마당>, <페미니즘을 팝니다>, <우리가 키스하게 놔둬요> 등인데 다 찾아 읽어봐야지. 이 책들을 읽으면서 요조의 다음 책을 기다려야겠다(얼른 내주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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