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미트리오스의 가면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48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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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 카레보다 앞선 시대에 활약한, 영국 스파이 소설의 대가 에릭 앰블러의 대표작이다. 1939년에 발표된 작품이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배경은 1930년대의 터키 이스탄불. 휴가를 위해 이곳을 찾은 추리소설 작가 래티머는 우연히 수배 중인 범죄자 디미트리오스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럽 전역에서 스파이로 활약하던 디미트리오스가 왜 갑자기 이스탄불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을까. 추리소설 작가로서 호기심을 느낀 래티머는 작가로서의 이력과 능력을 발휘해 디미트리오스가 죽은 이유를 캐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래티머는 디미트리오스의 행적을 왜 조사하는지 수상하게 여긴 사람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기도 한다. 


악독한 범죄자의 뒤를 캠으로써 스스로 선하고 도덕적인 인간이라는 확신을 얻고자 하는 건 아니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 질문이 오가는 대목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이기도 하다. 범죄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로서 폐부를 찔린 듯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과정도 흥미롭지만 결말도 훌륭하니 마지막까지 꼭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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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 - 건축을 시로 만든 예술가 ㅣ 클래식 클라우드 23
신승철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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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그의 생애와 성취를 돌아보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무척 좋아한다. 평소 관심 있고 존경하는 인물을 다룬 책이 나올 때는 물론이고, 관심 없고 잘 몰랐던 인물을 다룬 책이 나올 때에도 가급적이면 구입해서 읽어보는 편이다. <르코르뷔지에> 편은 후자다. 워낙 유명한 인물이라서 이름 정도는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는 전혀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르코르뷔지에는 1887년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시계 장인인 아버지와 피아노 교사인 어머니 슬하에서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미술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일찌감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시계 장인이 되는 것으로 진로가 정해졌지만, 시계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드는 것을 보고 건축가로 진로를 바꿨다. 17세 때 이미 건축가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20대 내내 유럽 전역을 여행했다. 여행은 르코르뷔지에의 삶을 크게 바꿨다. 원래는 지역의 풍토나 자연에서 기반한 디자인을 추구했는데, 그리스 여행 당시 파르테논 신전을 보고 비례와 균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피렌체에 있는 에마 수도원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공간 구획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는 훗날 르코르뷔지에가 현대의 아파트의 모델이 되는 건축물을 구상하고 설계하는 데 바탕이 되었다. 


생전에도 사후에도 위대한 건축가로 평가받지만, 사실 르코르뷔지에의 삶에는 그림자도 많다. 어릴 때 왼쪽 눈을 실명해서 평생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았고, 화가가 되기를 꿈꿨지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건축 일을 놓지 못했다. 건축이라는 일의 특성상 클라이언트와 마찰을 빚는 때도 많았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미학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아내 이본과는 싸울 때도 많았지만, 이본을 위해 파리의 펜트하우스와 지중해의 오두막을 지을 만큼 지극히 사랑하기도 했다. 르코르뷔지에는 이본이 세상을 떠난 지 몇 년 후 아침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마지막 눈을 감을 때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불행했을까. 인간의 삶에서 행복이란, 불행이란 무엇일까. 바람직한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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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소년 상.하 세트 - 전2권 (완결)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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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의 진정한 결말. 중간의 지지부진한 전개를 만회하는 듯한 깔끔하고 감동적인 결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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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소년 상.하 세트 - 전2권 (완결)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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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완전판을 전부 읽고 나서야 진정한 결말은 <21세기 소년>에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음은 <21세기 소년> 완전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지만, <20세기 소년>이 찜찜한 상태로 완결이 난 데다가 최대한 빨리 진정한 결말을 보고 싶어서 완전판 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2008년에 출간된 구판을 구입했다. 상권과 하권을 빠른 속도로 읽었는데 역시 재미있고, 우라사와 나오키다운 결말은 이거지 싶다. 


여전히 세계 대통령 '친구'에 의해 점령된 상태인 도쿄. 기나긴 방랑 끝에 장벽을 넘어 도쿄에 입성한 켄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만박 회장으로 간다. 사람들이 만박 회장에 사람들이 모인 건 칸나 때문이다. 칸나는 도쿄에서 유일하게 안전한 장소는 만박 회장이라고 판단하고 켄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서 사람들을 만박 회장으로 모았다. 무대에 오른 켄지가 노래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친구'를 비롯한 지구방위대가 나타나 만박 회장에 모인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오쵸가 운전하는 로봇이 사람들을 구하고, 켄지는 마침내 '친구'의 정체를 알게 된다. 


이후 켄지는 연합군의 요청에 따라 과거로 연결되는 버추얼 게임에 참여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작중 빌런들과 모두 재회하는 켄지.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저지른 - 켄지 자신에게는 사소해 보였던 - 실수나 잘못이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되어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났음을 깨닫고 진심으로 뉘우친다. <20세기 소년>을 읽는 동안에는 내용이 팬데믹 상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놀랐는데, <21세기 소년>을 읽는 동안에는 내용이 최근 논란이 많은 학교폭력 문제와 겹쳐서 신기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작가의 신통력일까. 


발단 부분의 참신함에 비해 결말 부분이 용두사미 같은 감이 없지 않지만, 20세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21세기를 맞으며 느낄 수 있는 소회나 당시 사회 문화 등을 시기적절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훌륭한 점이 더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자신이 기대한 것과는 다른 현재에 실망하기보다는, 스스로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고 실망할 시간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들라는 메시지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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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완전판 11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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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본 지 2년 만에 완결을 본다. <20세기 소년> 다음에 <21세기 소년>이 있다고 하니 '완전한 결말'이라는 의미로서의 완결은 아니다. 11권에서 마침내 켄지가 도쿄에 입성한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한 건 아니다. 도쿄를 둘러싼 장벽 앞에 앉아 기타를 치며 시간을 보내던 켄지는 <은하철도 999>의 철이와 비슷한 옷차림을 한 쵸쵸(쵸노 쇼헤이)를 만난다. 쵸쵸는 일본 경제 부흥의 상징이자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뒤를 이어 도쿄에서도 만박이 열린다는 사실을 켄지에게 알려준다. 켄지는 도쿄 만박, 그중에서도 중심인 태양의 탑에 가기로 결심하고 장벽을 넘는다. 


한편 칸나는 볼링 대회를 마친 고이즈미 쿄코와 재회하고, '친구'가 도쿄 도민들을 향해 분사하는 빨간 페인트가 쿄코의 몸에는 전혀 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친구'의 위치를 짐작하게 된다.  급기야 칸나는 도쿄 도민 모두를 만박 회장에 모으라고 지시하면서, 어느덧 유행가가 된 켄지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에게 약속한다. 켄지가 제시간에 행사장에 무사히 도착해서 칸나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가 후반부의 묘미. 대작의 결말치고는 심심한 감이 없지 않은데, 앞서 말했듯이 11권이 완결이기는 해도 완전한 결말은 아니니... <21세기 소년> 완전판의 출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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