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메이드는 여왕의 비밀을 알고 있다. 2
토야마 에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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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을 보는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려서 혼처를 구하지 못한 리즈는 린필리아 왕국의 여왕 슐리에스의 전속 메이드로 발탁이 된다. 남자도 결혼도 질색이었던 리즈는 아름답고 믿음직한 여왕에게 봉사하며 살 수 있게 되었음에 기뻐한다. 기쁨도 잠시. 리즈는 결혼도 하지 않고 후계자도 없는 여왕의 지위를 여왕의 이복 남동생 다섯 명이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여왕이 리즈에게만 알려준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리즈는 여왕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다짐하는데...


토야마 에마의 <마녀 메이드는 여왕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여왕의 비밀이 상당히 중요한 만화다. 1권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될까봐 안 썼는데 2권 뒤표지에 비밀의 내용이 나와 있으니까 써보자면, 여왕은 사실 실종된 제1왕자, 즉 남성이다. 브래드는 왕궁에서 독살당한 어머니와 누나 슐리에스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대가로 슐리에스의 모습이 되어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브래드는 리즈에게 왕권을 지키기 위해 자신과 사랑을 나누고 후계자를 낳자고 하는데, 남성을 싫어하고 (브래드가 아닌) 슐리에스 여왕을 좋아하는 리즈에게는 쉽지 않은 제안이다.


2권에서 리즈는 슐리에스 여왕을 지키기 위해 슐리에스 여왕에게 청혼한 옆나라 레온 왕자의 아내가 되기로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슐리에스 여왕은 바로 군사를 일으키고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의 기운이 감돈다. 2권에는 3왕자 데트와르의 사연이 나오는데 왕궁 로맨스 좋아하는 분들은 이 캐릭터도 상당히 좋아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2권 마지막에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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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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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하는 일을 쉽게 해내는 사람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이를테면 처음 보는 사람과도 편안하게 대화하는 사람. 사람들 앞에서 잘 웃고 잘 울고 잘 화내고 잘 잊어버리는 사람. 눈 앞에 다수의 사람들이 있어도 긴장하지 않고 자기 표현을 잘 하는 사람. 관계가 어떻게 끝날지 걱정하지 않고 쉽게 뛰어드는 사람.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걸 잘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보면 닮고 싶고 그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 한편으로 나는 왜 그런 사람이 아닌지 자책하는 마음,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절망하고 체념하는 마음이 든다.


2021년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설가 문진영이 2023년에 발표한 소설집 <최소한의 최선>에는 그런 사람, 그런 관계가 여러 번 등장한다. <미노리와 테츠>의 '나'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사랑받는 캐릭터인 친구 수민을 부러워한다. <변산에서>의 '나'는 학창시절부터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해 딸을 낳고 자신보다 훨씬 어른스럽게 살고 있는 친구 민주를 내심 우러러 본다. <오! 상그리아>의 '나'는 해외여행 자체가 드물었던 시대에 세계일주를 다니며 여행작가로 이름을 날린 엄마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다. <내 할머니의 모든 것>의 '나'는 여자는 현모양처로 사는 게 제일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던 시대에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외할머니를 남몰래 동경한다.


나와 다른 누군가의 삶이 부러운 건 내 삶의 형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웬만해선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너무 늦지 않은 어떤 때>의 '나'가 인도 여행 중에 만난 안와를 보면서 느끼는 경외심이 그렇고, <고래 사냥>에서 함께 취업 준비생 시절을 겪고 있는 룸메씨와 월미도 바이킹을 타러 가는 '나'의 심정이 그렇다. 가족들과의 태국 여행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 론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네버랜드에서>의 '나', 퇴사 후 생산적인 나날을 보내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지나가는 바람>의 '나'도 그렇다.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고 싶은 욕망 때문에 괴로운 이유는, 어쩌면 과거에 일어난 어떤 일 때문에 자기 자신과 불화하거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령 <한낮의 빛>의 '나'는 오랫동안 남들 앞에서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는 그가 철들기 전에 저지른 어떤 일과 관련이 있다. 그 일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존재였을 수도 있지만, 그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지금의 나로 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그 어떤 '최소한의' 나도 '최선'의 나라는 걸 받아들이는 겸허함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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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용의자
찬호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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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둔 후 20년간 집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던 남성이 시체로 발견된다. 사건 현장을 봤을 때 자살일 거라고 짐작한 경찰은 남성의 옷장 안에서 뜻밖의 물건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옷장 안에는 스물다섯 개의 유리병이 있고 그 안에는 누군가의 시신 토막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20년 동안 바깥 출입을 전혀 하지 않은 남자가 언제 어디서 사람을 죽여서 어떻게 시체를 처리한 걸까. 강력반 형사 '쉬유이'는 엄청난 사건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조사에 착수한다. 


<고독한 용의자>는 <기억나지 않음, 형사>, <13.67>, <망내인> 등 다수의 소설을 펴낸 홍콩 작가 찬호께이의 최신작이다. 처음에 나는 은둔형 외톨이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라는 설정이 - 추리 소설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밀실 트릭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존재라는 점에서 - 너무나 매력적이라고 느꼈는데, 생각보다 이른 단계에서 소설 속 은둔형 외톨이가 20년 간 거주한 방이 실제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이 아니고, 인터넷을 통해 얼굴을 모르는 사람과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다 소설 후반부에 나오는 반전을 보고 '역시 찬호께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반전인지는 직접 읽어보고 알아내시길...


찬호께이는 사회파 범죄소설가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 소설에도 그런 면모가 드러난다. 자살은 너무 흔한 일이라서 놀라는 사람도 별로 없다. 누군가가 고립되어 은둔하는 생활을 해도 관심을 가지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드물다. 남성들은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직접 대시하는 대신 돈으로 '렌탈 애인'을 사고, 여성들은 생활비, 학비를 벌기 위해 어릴 때부터 성매매에 뛰어든다. 경찰은 무능하거나 무력하고, 시민들은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다. 과연 이 도시에 '고독한 용의자'는 단 한 명뿐일까. 소설 속 장면들을 곱씹을수록, 쓸쓸한 결말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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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메이드는 여왕의 비밀을 알고 있다. 1
토야마 에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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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능력을 지닌 '리즈'는 마녀 같다는 이유로 혼기가 되었는데도 결혼하지 못했다. 리즈 자신도 남자나 결혼에 관심이 없어서 이런 게 삶이라면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차에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린필리아 왕국의 여왕인 슐리에스 여왕 폐하가 리즈의 능력을 특별히 여겨 자신의 전속 메이드로 고용한 것이다. 리즈는 자신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 주고 지낼 곳까지 마련해 준 여왕에게 어떻게든 보은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리즈는 여왕이 가까운 가족에게도 숨기고 있는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는데... 


토야마 에마의 <마녀 메이드는 여왕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설정이 상당히 재미있는 만화다. 이 나라의 왕궁에서 일하는 메이드는 단순한 시녀가 아니라 '신부 후보'이다. 여왕은 물론 다섯 왕자와 왕궁을 드나드는 귀족 남성들 모두 메이드를 신부 후보로 여기고 관심이 가는 메이드에게 청혼한다. 이중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여왕에게 '픽'을 받은 리즈는 일견 가장 신세가 좋아 보이지만, 여왕과는 결혼도 할 수 없고 후계자도 낳을 수 없다. 그래서 리즈는 여왕과 여왕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여왕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자신이 하기로 한다. 아 이 얼마나 대단한 사랑인가...


이 만화에는 슐리에스와 리즈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 백합보다 이성애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리즈와 다섯 왕자들의 케미도 좋아할 듯. 특히 금발 미남인 2왕자 류시온과 흑발 미남인 3왕자 데트와르가 이성애 로맨스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남주&서브남 캐릭터라서 이들과의 케미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 같다. (나는 슐리에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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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 백
후지모토 타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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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어떤 사람이 나에게 어떤 '세계'를 보여줄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기 만화 <체인소 맨>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 <룩 백>에는 혼자서는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세계에 서로를 데려다 주는 관계가 나온다.


초등학교 4학년인 후지노는 또래 친구들보다 뛰어난 그림 실력과 개그 감각을 인정 받아 학년 신문에 4컷 만화를 싣는다. 어느 날 후지노의 담임 선생님이 등교 거부 중인 은둔형 외톨이 쿄모토와 함께 만화를 연재할 것을 제안한다. 후지노는 "학교에도 못 오는 나약한 애가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요?"라고 코웃음 치는데, 얼마 후 신문에 실린 쿄모토의 만화를 보고 더는 잘난 체하는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쿄모토의 그림 실력이 후지노의 그것보다 월등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후로 후지노는 쿄모토의 실력을 뛰어넘기 위해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줄이고 그림에 매진한다. 하지만 6학년이 되어도 쿄모토의 실력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가족과 친구들은 공부도 친구도 등한시하고 그림에만 빠져 있는 후지노를 질책한다. 결국 후지노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그림을 그만두기로 하는데, 졸업식 날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졸업 증서를 전해주기 위해 쿄모토의 집에 찾아 갔다가 뜻밖의 일을 겪는다.


이후의 전개는 후지노가 계속 그림을 그릴 경우의 미래와 후지노가 그림을 그만둘 경우의 미래, 이렇게 두 가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양쪽 모두 후지노가 쿄모토와 만나게 되고 쿄모토와 함께 그림을 그리게 된다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후지노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인생을 살든 간에 후지노에게 쿄모토는 반드시 만날 인연이고, 그림은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일종의 '업'이라는 의미로 읽혔다.


주인공이 n회차의 인생을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과 반드시 해내야 할 과업을 깨닫고 그것에만 몰두하는 삶을 사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일본 드라마 <브러시업 라이프>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노 요코의 <백 만 번 산 고양이>와 함께 너무나도 좋아하는 세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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