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
구로사와 아키라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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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구로사와 아키라는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라쇼몽>, <데루수 우자라>로 두 번이나 수상한 세계적인 영화감독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은 그가 만 예순여덟이 되던 1978년에 쓴 자서전 '비슷한 것'으로, 출생부터 <라쇼몽>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까지에 이르는 생애 전반(前半)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의 자서전에서 '우리가 늘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개성이란 것은, 실은 유치원에서 만났던 소꿉친구나, 처음 읽었던 소설 속 주인공이나, 또는 사촌 누이가 기르던 사냥개에 이르기까지 온갖 자잘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절대 자기 혼자만 사는 게 아니다. (중략) 그래서 나는 내 기억 속에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사람이나 사건에 관한 추억을 뽑아보았다'라는 문장을 읽고 자서전을 쓰기로 했다는 그는, 바람대로 희미한 기억부터 청소년기의 소소한 추억, 청년기의 질풍노도와 같은 심경 등을 자세하고 생생하게 그려냈다. 덕분에 이제까지 그의 영화를 한 편도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일본 버전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 않나 싶다. 

 
1910년 도쿄에서 4남 4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군인 출신의 아버지를 두었기 때문에 비교적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그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손윗 누나 모모요와 형 헤이고로, 모모요는 어린 나이에 병사해 어린 구로사와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고,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모두 뛰어난 수재였던 헤이고는 문학, 미술 등 예술에 조예가 깊어 훗날 구로사와가 영화 감독이 되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이 책은 또한 메이지 시대 후반부터 다이쇼, 쇼와 초기 도쿄의 모습과 그곳 사람들의 생활상을 짐작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1923년에 있었던 관동대지진은 저자의 집은 물론 도쿄 전체를 파괴하다시피 한 무시무시한 사건이었다. 그 때 저자의 나이는 고작 만 열세 살. 중학교 2학년이었다. 동네의 집과 가게들이 모두 무너진 것은 물론, 학교가 부서지고, 건물들이 파괴되면서 피어오른 흙먼지가 일식처럼 태양을 가려서 낮에도 어두웠으며, 대화재 때문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 같은 정경이 오랫동안 이어졌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을지 상상이 된다.


그 때의 아픈 기억들 중에는 조선인 학살 사건도 있었다.


"관동대지진 때 발생한 조선인 학살 사건은 이런 어둠에 겁먹은 사람들을 교묘하게 이용한 선동자의 소행이다. (중략) 화재로 집을 잃은 친척을 찾아서 우리 가족이 우에노에 갔을 때, 아버지는 단지 수염이 길다는 이유로 조선인으로 몰려 몽둥이를 든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나는 조마조마해서 함께 있던 형을 쳐다보았다. 형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가 "한심한 놈들!" 하고 버럭 호통을 쳤다. 그러자 둘러싸고 있던 패거리가 슬금슬금 흩어졌다. (중략) 동네에서 어느 집의 우물물은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우물 바깥 담장에 백묵으로 쓴 수상한 기호가 있는데, 그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표시라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이실직고하자면 그 수상한 기호라는 건 내가 쓴 낙서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어른들을 보면서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pp.95-6)


학생이 보기에도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만연했던 걸 보면 당시 일본 사회가 얼마나 미쳐 돌아가고 있었는지를 어렴풋이 알겠다. 이 뿐만 아니라 학교 교사가 선천적으로 몸이 허약했던 구로사와를 대놓고 괴롭혔던 일이라든가, 육군 대위가 직접 중학교 군사 훈련을 시킨 일 등 저자의 경험으로 미루어 알 수 있는 당시 일본 사회의 폐단이 한둘이 아니다. 이 때의 경험들 때문인지 저자는 평생 일본 사회, 특히 주류 권력층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했고, 제 한 몸 건사하려고 시류에 편승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대중과 타협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 제국주의의 반작용으로 그의 명작들이 탄생했다니,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다.


책의 뒷부분은 그가 영화계에 입문하여 영화감독으로 커리어를 쌓고 <라쇼몽>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기까지의 일들이 나온다. 그의 어린 시절만 해도 영화가 지금처럼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영화 감독은커녕 영화계에서 일하겠다는 꿈조차 꿔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형 헤이고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문학과 음악, 연극 등에 심취했고, 미술은 전문 학교를 다닐 만큼 잘했다. "나는 탐욕스럽게 미술, 문학, 연극, 음악 등의 예술에 몰두하긴 했지만, 장차 내 앞에 그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영화라는 길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알지 못했다"(p.164) 라는 그의 말대로, 그는 어떤 영화감독이 되겠다든가, 어떤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이나 목표가 없었고, 그저 그때그때 눈에 보이고 가슴에 느껴지는 것에 충실했다. 그리고 그 결과 미술, 문학, 음악 등 모든 면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영화들을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故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가 그의 삶에서도 실현된 셈이다.   


언젠가 그의 영화를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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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 개정판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5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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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 봤는데 원작 소설의 100분의 1도 못 담은 것 같다. 역시 소설은 책으로 읽어야 제맛.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으니 시간 넉넉할 때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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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치이론과 좀비
대니얼 W. 드레즈너 지음, 유지연 옮김 / 어젠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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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자로서 보기에 정치외교학은 경제학, 사회학 등 타 사회과학 학문에 비해 다른 학문과 연계하거나 대중이 흥미를 가지게끔 어필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그야 정치외교학이 타 사회과학 학문과 비교할 때 방법론상 특징이 뚜렷하지 않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치외교학과 가까운 사회학이 최근 인문학, 예술, 대중문화 등과 활발히 융합 내지는 협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관심과 노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국제정치이론과 좀비>이 나왔을 때 참 반가웠다. 국제정치학과 좀비라니. 이보다 신선한 조합이 또 있을까?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른 테마 중 하나인 좀비를 이용해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신보수주의, 관료정치 등 국제정치학 교과서의 주요 개념들을 소개하는 구성도 흥미로웠다. 미소 냉전이 끝나고, 테러와의 전쟁, 민족 갈등, 종교 분쟁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전은 사라지고 국지전만 남은 상황에서, 인권, 환경 등을 빼고 국제정치학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카드는 별로 남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냉전을 전제로 쓰인 국제정치학 교과서들이 사실상 폐기될 위기에 놓인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으며, 국제정치학 주류인 현실주의가 상정하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좀비라는 소재를 택한 저자의 발상이 참으로 놀랍다. 이런 게 진짜 크리에이티브가 아닐까.


아쉬운 점은 내가 국제정치학만 배웠지 좀비 영화는 본 적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이 책 내용 절반은 아예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좀비를 모르니 어쩔 수 없이 국제정치학에 대한 설명 부분만 자세히 읽고 나머지는 그 내용을 좀비와 어떻게 연결하여 서술했는가를 확인하는 정도로만 읽었다. 시도만큼은 인상적이나 좀비를 모르거나 국제정치학을 모른다면 반쪽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물론 국제정치학과 좀비에 모두 해박한 사람이라면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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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치이론과 좀비
대니얼 W. 드레즈너 지음, 유지연 옮김 / 어젠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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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과 좀비의 만남이라니, 상상력과 창의성에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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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책 - 하버드 학생들도 몰랐던 천재 교수의 단순한 공부 원리
조지 스웨인 지음, 윤태준 옮김 / 유유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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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은 더 늦기 전에` 공부 원리를 배우라는 표지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구매했습니다. 평생 공부를 목표로 많은 것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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