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이론과 좀비
대니얼 W. 드레즈너 지음, 유지연 옮김 / 어젠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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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자로서 보기에 정치외교학은 경제학, 사회학 등 타 사회과학 학문에 비해 다른 학문과 연계하거나 대중이 흥미를 가지게끔 어필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그야 정치외교학이 타 사회과학 학문과 비교할 때 방법론상 특징이 뚜렷하지 않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치외교학과 가까운 사회학이 최근 인문학, 예술, 대중문화 등과 활발히 융합 내지는 협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관심과 노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국제정치이론과 좀비>이 나왔을 때 참 반가웠다. 국제정치학과 좀비라니. 이보다 신선한 조합이 또 있을까?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른 테마 중 하나인 좀비를 이용해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신보수주의, 관료정치 등 국제정치학 교과서의 주요 개념들을 소개하는 구성도 흥미로웠다. 미소 냉전이 끝나고, 테러와의 전쟁, 민족 갈등, 종교 분쟁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전은 사라지고 국지전만 남은 상황에서, 인권, 환경 등을 빼고 국제정치학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카드는 별로 남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냉전을 전제로 쓰인 국제정치학 교과서들이 사실상 폐기될 위기에 놓인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으며, 국제정치학 주류인 현실주의가 상정하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좀비라는 소재를 택한 저자의 발상이 참으로 놀랍다. 이런 게 진짜 크리에이티브가 아닐까.


아쉬운 점은 내가 국제정치학만 배웠지 좀비 영화는 본 적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이 책 내용 절반은 아예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좀비를 모르니 어쩔 수 없이 국제정치학에 대한 설명 부분만 자세히 읽고 나머지는 그 내용을 좀비와 어떻게 연결하여 서술했는가를 확인하는 정도로만 읽었다. 시도만큼은 인상적이나 좀비를 모르거나 국제정치학을 모른다면 반쪽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물론 국제정치학과 좀비에 모두 해박한 사람이라면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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