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허로 평생 월급 받는다 - 직접 출원에서 창업까지 특허 달인의 실전 가이드
허주일 지음 / 부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저자 허주일은 2012년부터 한 달 평균 3건, 3년 만에 약 100건을 출원해 중소기업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특허의 달인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저자가 특허로 인생역전 하기까지 특별한 비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물일곱 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다시 회사원이 되었으나 회사 사정이 악화돼 직접 특허 거래에 뛰어든 것이 전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끊임없이 출원할 '꺼리'를 찾고, 변리사의 손을 빌리는 대신 스스로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 그 과정에서 터득한 모든 정보와 노하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장면이 연출될까? 

발명은 기술보다 사람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발명은 기술 그 자체를 위해 탄생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한가 아닌가는 나중 문제다. 이 기술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활용된다면, 앞으로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먼저 떠올려 보아야 한다. 기술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아서 삶에 직접 도움이 되는 특허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pp.9-10)


책에는 특허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물론 발명, 창업, 출원, 전자출원 등에 대한 내용이 개괄적으로 담겨 있어 초심자가 읽기에 좋다. 저자가 직접 출원해 상품화된 '유모차 자전거'를 예로 든 케이스 스터디도 나오기 때문에 출원부터 상품화까지 프로세스를 알기에도 좋다. 


인상적이었던 점 하나는 특허라고 하면 변리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발명한 출원인의 역할이 더 크다는 점이다. 특허는 아직 상품화되지 않은 것을 가지고 권리를 요청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출원인이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대리인인 변리사의 역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고 특허 출원을 하고 싶다면 변리사에게 다 맡기면 될 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가 직접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야 한다. 저자가 특허의 달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발명을 잘 해서만이 아니라 특허 프로세스를 잘 알고 직접 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앞으로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점이다. 특허는 재산이나 학력 없이도 누구나 출원할 수 있고, 가치에 따라 어마어마한 재산이 될 수도 있다. 선진국과 대기업이 앞다투어 특허 전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불편을 느끼는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남에게 친절을 베풀고 봉사하고 기부하는 것만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로 수많은 사람들을 돕는다면 그 또한 선행이다. 나도 좋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윈윈(win-win)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면 특허 출원에 도전하는 것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 -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공감 능력을 회복한 아이들
브루스 D. 페리, 마이아 샬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 민음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를 읽으며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기를 택한 어머니께 감사했다. 이제까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크게 좌절하지 않고 견디며 살 수 있었던 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온종일 편안히 있게 해주신 어머니 덕분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이 책은 미국 최고의 트라우마 전문가이자 소아 정신과 의사인 브루스 D. 페리 박사와 과학 저널리스트 마이아 샬라비츠가 공저했다. 저자들은 공감 능력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고, 이것이 사람의 행복과 가정의 평안은 물론 사회 안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아기 때의 경험이 공감 능력 발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는 '개로 길러진 아이'의 동생인 유지냐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러시아 고아원에서 태어나 생후 2년 동안 누구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유지냐는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극도로 결여되어 있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스트레스 요인의 처리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이 사람이 없으면 아기는 감각 발달이 지체되고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아기 때 곁에 항상 엄마가 있고, 엄마와 반응을 주고받고 공감하는 시간이 많은 것은 더없이 큰 축복이며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부모만이 공감 능력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사회적 뇌가 제대로 발달하려면 사회적 경험이 필요하다. 오늘날 TV, 컴퓨터, 스마트폰의 보급은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면대면으로 만나 공감하고 진심으로 유대감을 갖는 시간을 빼앗기 때문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악플이 횡행하고, 싸이코패스 범죄가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타인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해소되어야 할 감정이 분출되지 못하니 남에게 무관심하거나 남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문화가 퍼지는 것이다.


매력적이지만 냉혈한 소시오패스 소년 라이언의 사례는 그래서 무섭다. 아기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 전혀 없는 '아동맹'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라이언은 어린 시절 애착을 형성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고, 그 결과 이웃 소녀를 성폭행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소시오패스가 되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도 크고작은 사건을 여러 번 일으켰는데, 부모는 그의 문제를 진심으로 알려들지 않고 문제를 막는 데 급급했다. 타인은 물론 부모와의 소통, 감정 교류마저 차단된 소년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부모 또는 미디어 같은 외부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마약 중독자인 부모 슬하에서 온갖 폭력과 위협에 시달렸지만 자기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난 트리니티의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사랑을 받을 때 그 사랑을 아는 것은 자기 책임이다. 트리니티는 비록 부모에게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주 가끔 부모가 사랑을 표할 때 그것을 발견해 소중히 간직했고, 자신을 도와주는 이웃 아주머니와 교사들의 도움을 감사히 여길 줄 알았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으나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상심하지 말자. 사랑받는 행복도 있지만 사랑주는 행복도 있는 법. 지금 나는 사랑받고 있는가를 넘어, 지금 내 곁에 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에게 나는 충분한 사랑을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하지 않습니다 - 연꽃 빌라 이야기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2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회사를 다닐 때는 동년배 여자들과 비교해 월급이 월등히 많았다. 업무상 패션에도 신경을 썼고, 본가에서 출퇴근을 했기에 월세가 들지 않는 것을 핑계 삼아 수입 대부분이 의복비로 사라졌다. 확실히 소재가 좋은 옷, 가방, 신발 등을 하고 다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마음을 윤택하게 하고 매일을 아름답게 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그때는 시간에 쫓기고 생각할 여유도 없었지만, 회사를 그만둘 때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이렇게 피폐한 생활은 싫어.'
지금은 예전 의복비도 안 되는 금액으로 다달이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전의 삶으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문득 지금의 생활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 무미건조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교코 스스로 즐길 거리가 없기 때문에 지유키 씨에 대한 이런저런 것들이 몹시 궁금한 것이다. (pp.70-1)


무레 요코의 소설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의 후속편이다. (리뷰 http://blog.aladin.co.kr/779636164/7476185) 
대형 광고 회사에서 조기 퇴사한 45세 독신 여성 교코가 집을 나와 월세 3만 엔(우리나라 돈으로 약 30만 원)짜리 낡고 허름한 연꽃 빌라에 산 지 삼 년이 지났다. 지진과 원전 사고로 생활은 더욱 불안해졌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와의 불화도 나아지기는커녕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연꽃 빌라에 새로운 이웃이 온다. 이름은 지에코. 할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대형 맨션을 버리고 연꽃 빌라에 사는 지에코의 삶에 교코는 깊은 흥미를 느낀다. 그녀는 왜 이곳에서의 생활을 선택했을까.


"저는 제가 좋아서 무직인 거예요. 일을 찾을 마음은 없으니까, 취직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한테 시간을 할애해 주세요." 
(...) "저기, 향후에 참고로 하고 싶으니 왜 일을 하고 싶지 않으신지 알려 주실 수 없을까요?"
"이미 평생 할 분량의 일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하기 싫은 일도 불합리한 일도 전부 다 참으면서요. 그만큼 월급이 많았기 때문에 참을 수 있는 한 참고, 돈을 모아서 그만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할 마음은 더 이상 없습니다." (p.97)


지에코의 등장도 흥미롭지만, 이번 속편에서 가장 극적이고 인상적인 부분은 교코가 구청 직원에게 불려간 대목이었다. 일을 하지 않고, 일을 안 하니 세금도 내지 않는 교코를 수상하게 여긴 구청 직원 다나카는 교코를 불러 원한다면 일자리를 구해주겠다고 말한다. 교코의 대답은 당연히 'No'. 십여 년 밤낮 없이 일했으면 됐지, 일부러 저금까지 해서 일을 그만둔 지금 새삼 일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야멸차게 거절한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인 이 시대에 교코의 행동은 자유를 넘어 오만 또는 방종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일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십 년이 넘는 세월을 참았다. 그녀처럼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자유가 나에게 허락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있다면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교코가 새로운 취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전편에서 일하지 않고 취미도 없이 연꽃 빌라에서 꼬박 1년을 산 교코를 보면서, 대형 광고 회사에 다니던 시절과는 180도 다른 생활에 적응할 시간을 가진 것이리라 짐작했지만, 내심 아직 젊고 건강한데 너무 무료하게 지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코 또한 그랬던 모양이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난 3년 동안의 생활을 지속하겠다는 결심이 옅어진 걸 보면 말이다. 새로운 이웃이 생기고 새로운 취미를 즐기게 된 그녀의 삶에 이제 또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자기만의 삶을 찾을 자유를 얻은 교코가 멋지다. 믿고 보는 무레 요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이쪽 자리가 괜찮으시겠습니까? 와인은 마음에 드시는 걸로 골라 주세요." "지난번 이벤트 건 말씀입니다만, 이야기를 계속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곧바로 수배해서 제가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치 대사라도 외듯, 이제까지 광고주를 상대로 몇백 번이나 읊었던 말들이 입에서 술술 흘러나온다. 머릿속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던 동료와 후배들의 험담이 연달아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십삼 년간 재직하면서 몸에 잔뜩 인이 배어 버린 것 같다. 
"아아 싫다, 싫어. 빨리 몸속에서 빼내고 싶어." 교코는 몸을 흔들었다. 연꽃 빌라에서 나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아부와 접대용 웃음, 그리고 화장과 유행 패션이라는 강철 갑옷으로 단단히 싸여 있던 자신은 여기 있어서는 안 된다. (p.33)


평범한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소설 <카모메 식당>,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등으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무레 요코의 신작이다. 지난해 말 뒤늦게 영화 <카모메 식당>과 드라마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을 보고 감명을 받아 원작 소설로도 만나보고 싶었는데 마침 신작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길래 구입해 읽어보았다.  

주인공은 대형 광고 회사에 다니는 45세 독신 여성 교코. 집에선 시집가라는 잔소리, 회사에선 억지 미소와 아부에 치이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비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한 달에 10만 엔씩 삼십여 년을 지낼 수 있는 저금이 모이면 조기 퇴직을 하리라는 것. 인생의 즐거움을 모른 채 일만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며 직장 생활의 허무함을 체감한 그녀는 새 옷, 새 가방이 나와도 사지 않고 돈을 모아 45세가 되는 해에 마침내 조기 퇴직과 독립을 실행한다. 그녀가 새 보금자리로 택한 곳이 바로 연꽃 빌라. 지진이라도 나면 바로 무너질 듯 낡았지만, 깨끗하고 경관 좋고, 무엇보다 월세 3만 엔(우리나라 돈으로 약 3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 마음에 들었다. 

 
머리카락 컬이 어떻다느니, 암반욕이 어떻다느니, 히알루론산 주사가 어떻다느니 하는 것들은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 화제가 되는 것들을 사 보고 해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입장은 이제 졸업했다. 거품 경제를 경험한 회사의 여자 동료가 "그때가 재미있었지." 하고 애절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교코는 전혀 재미있지 않았었기에 "엥?" 하고 생각했다.
흐르는 강물에 제 몸을 맡긴 사람은 기분 좋게 흘러가지만, 도중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려는 사람에게 현실은 고달프다. 아무 생각 않고 매 순간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사람은 흘러가는 데 능숙해져 오히려 그쪽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교코는 이 나이가 되어 뒤늦게나마 간신히 결단을 내린 것이다. "잘한 걸까, 잘못한 걸까." (p.55)


교코는 어머니의 반대와 집주인의 걱정을 무릅쓰고 연꽃 빌라에서의 생활을 시작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도심 한복판에 사는데도 여름엔 벌레의 습격을 견디고 겨울엔 추위와 사투를 벌여야 하지 않나, 옆방에서 나는 음악 소리가 다 들리지 않나,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월 10만 엔의 생활비로 살다보니 반찬 재료 하나를 살 때도 몇 번을 망설이고, 도서관에선 할아버지들의 추파를 받고, 일도 안하고 집에만 있는 게 수상하다는 이웃들의 눈총도 받는다. 교코 자신도 괴로웠다. 십여 년 전 계획을 세워 열심히 저축해 호기롭게 조기 퇴사와 독립을 실행했건만, 그동안 직장생활이 몸에 밴 교코는 출퇴근 지옥을 겪지 않고, 업무 스트레스와 직장 내 인간관계에 치이지 않는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이기는커녕 불안해하는, 일종의 '금단 현상'을 겪는다.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될까, 괜찮을까, 끊임없이 자문하는 교코를 보니 동물원 우리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동물이 자유를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왜 (자기가 선택한) 자유을 그대로 즐기고 누리지 못할까.

어떤 의미에선 판타지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대도시에서 월 30만 원에 살 집을 구하는 것도 그렇고, 퇴사 후 삼십여 년 간 월 100만 원을 생활비로 쓸 만큼 저금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대한민국의 88만 원 세대인 내게는 그저 꿈 같은 이야기이다. 아니, 먹을 것 아끼고 입을 것 줄여가며 또래 여성들이 누리는 삶을 포기하고 사는 건 똑같은데 생존 조건은 뒤처지니 교코보다도 내가 앞날이 불안하고 위태롭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안타깝거나 화가 나지 않았던 건 교코의 삶이 퍽 마음에 들어서다. 머리카락 컬이 어떻다느니, 히알루론산 주사가 어떻다느니 하는 이야기만 평생 하다가 죽는 대신 자기만의 삶을 찾을 자유, 자기만의 이야기거리를 만들 자유를 찾은 교코가 멋지다. 그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녀의 앞날은 어떤 모습일까. 이어지는 이야기는 속편 <일하지 않습니다>에서 확인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