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김혜나 지음 / 판미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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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대는 처음으로 사회의 높은 벽을 맞닥뜨리고 된통 깨지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평생을 버틸 자신만의 무기 혹은 기술을 만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소설가 김혜나에게 그것은 '요가'가 아니었을까. 김혜나의 산문집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은 20대 시절 우울증과 비만, 생활고에 시달리던 저자가 요가로 망가진 몸과 마음을 바로잡고 삶의 방향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살을 빼기 위해 요가를 시작한 저자는 요가가 망가진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치유하는 것을 체험하며 점점 그 매력에 빠지고 급기야는 요가 지도자가 된다. 요가 덕분인지 작가로서의 커리어도 잘 풀려서 그토록 바라던 등단도 한다. 하지만 만사가 수월하게만 풀릴 수 없는 법. 요가로 얻은 몸과 마음의 안정을 잃어버린 그는 색다른 요가와의 만남을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체험을 한다. 단순히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한 도구로서의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버리고, 불안을 버리고, 욕망을 버리고 온전한 나로 존재하는 법을 배운다.



요가는......, 그런 것이었다. 이전에는 몰랐던 '어떤 것'을 알아가는 것, 깨닫는 것, 어둠에서 빛으로, 무지에서 앎으로 나아가는 것. 아사나를 통해 나는 스무 살까지의 내가 결코 멈추어 있던 것이나 뒤처져 있던 것, 가만히 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요가를 하기 이전에는 명백히 몰랐던 것들이다. 더불어 그것을 깨닫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깨달은 바를 통하여 내 삶을 반추하고 위로하며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그러므로 요가는 결코 운동일 수가 없고, 나 자신을 더듬고 알아가는 위대한 실천 철학이자 몸의 지혜 그리고 기쁨이었다. (p.29)



저자는 요가가 '결코 운동일 수가 없고, 나 자신을 더듬고 알아가는 위대한 실천 철학'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요가는 과거 스승들이 제자들을 가르치기 전에 장시간 혹은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좌법, 즉 똑바로 앉는 법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니 요가를 하면서 몸이 아프거나 심하게는 탈이 나고 병이 나는 것은 잘못이며, 요가를 통해 정신적인 수양과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것 또한 잘못이다. 



나도 이제까지 요가 하면 살을 빼기 위한 운동쯤으로 알았고 책을 읽으면서도 몇 킬로가 빠졌다, 몸의 어느 부분이 좋아졌다 하는 대목이 나오면 솔깃했다. 하지만 저자가 요가를 통해 웃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울기도 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단련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어지간한 각오 없이 도전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습관은 물론 생활습관도 바꾸고 기도와 명상 등 정신적인 수련도 병행해야 한다니 만만치 않다. 다만 요가를 통해 20대를 겪어내고 30대 이후의 인생을 버틸 축을 얻은 것만은 부럽다. 나에게도 요가가 축이 될 수 있을까.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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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적당 언니의 멋내기 일기 - 웃픈 이야기가 가득! 모리시타 에미코의 미용 코믹 에세이
모리시타 에미코 지음, 정연주 옮김 / 경향BP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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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도 멋부리기도 귀찮아 하는 나를 모델로 그린 것 같았다. 적당히 화장하고 적당히 멋부리는 데 만족하고 사는 여자라면 빅재미, 최소 잔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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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적당 언니의 멋내기 일기 - 웃픈 이야기가 가득! 모리시타 에미코의 미용 코믹 에세이
모리시타 에미코 지음, 정연주 옮김 / 경향BP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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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0대 여성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만화가 인기다. 대표 주자는 마스다 미리. 다카기 나오코도 빠지지 않는다. 내가 주목하는 작가는 모리시타 에미코다. 마스다 미리만큼 깊이가 있거나 다카기 나오코만큼 재미있다고 하긴 힘들지만, 소소한 공감과 잔잔한 재미를 추구하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딱이다(그림도 내 취향이다 ^^).


모리시타 에미코의 신간 <적당적당 언니의 멋내기 일기>도 폭풍 공감하며 읽었다. 화장도 멋부리기도 귀찮아 하는 나를 모델로 그린 것 같았다. 팔뚝살 때문에 팔 올리기가 두렵다든가, 운동 용품 사놓고 방치한다든가, 베이스나 섀도우보다 셰이딩이 더 빨리 줄어든다든가(ㅋㅋ). 적당히 화장하고 적당히 멋부리는 데 만족하고 사는 여자라면 빅재미, 최소 잔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심도 있는 미용 만화가 아니라는 점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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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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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이렇게 심장이 쫄깃해지는 소설을 쓸까 궁금했는데 그 비밀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그의 소설처럼 잘 읽히면서 깊이도 있다. 앞으로 그를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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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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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맨처음 떠오르는 이름은 아니지만 작품을 여러 권 읽었고 좋아하는 것도 있다. 이 작가의 특징은 대표작 <빅 픽처>를 비롯해 대부분의 소설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밑바닥으로 추락해 죽을 고비를 넘나드는 모습을 그리는, 소위 '막장 드라마' 저리 가라 할 줄거리라는 점. 작가가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이렇게 긴박감 넘치다 못해 심장이 쫄깃해지는 소설을 쓸까 궁금했는데 그 비밀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빅 퀘스천>은 더글라스 케네디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자전적 에세이다. 사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 직면하게 되는 일곱 가지 '큰 질문(big questions)'에 작가가 답하는 형식이다. 짐작한 대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삶은 그가 쓴 소설 못지 않게 불행이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만나면 싸웠고 아들의 성공을 기뻐하기는커녕 시기하고 돈만 타 쓸 궁리를 했다. 아내는 불평을 그칠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 아들은 자폐아로 태어났다. 애인은 떠났고, 존경하던 스승은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어쩌면 그가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일수록 그에게 못되게 굴고 그를 힘들게 했는지. 오랜 시간 혼자서 투쟁하듯 살아온 그가 안쓰럽고, 꼭 나처럼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처럼 한때는 더글라스 케네디도 자신의 삶을 비극으로 이끄는 사람들을 원망했다. 인생이 힘들고 고달픈 건 부모 때문이고 아내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친구나 지인들이 위기에 몰렸을 때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릇된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며 삶이라는 이야기를 비극으로 만드느냐 희극으로 만드느냐는 주인공인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음을 깨달았다. 삶의 문제를 푸는 해답은 부모도 배우자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이는 유명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는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에 갇혀 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야기는 우리의 관점이 만들어낸 허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얼마든지 관점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p.112)


부모와의 관계도 망치고, 결혼 생활도 망치고, 연애도 망친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끈 건 아마도 자폐증에 걸린 아들을 케어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그는 아들이 자폐증에 걸린 사실을 알고 도망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섰다. 최상의 스태프로 팀을 짜 전심전력을 다해 서포트했다. 그는 아들이 자폐증에 걸린 상황을 비관하지도 신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아들이 자폐증에 걸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들을 케어하는 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을 두고 괴로워할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인생의 구렁텅이에 몇 번이나 빠졌던 더글라스 케네디가 삶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까지의 과정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작가가 <빅 픽처>, <인생의 베일>, <파리 5구의 연인> 등을 쓰던 당시의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점도 독자로서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작가가 자신의 삶을 토대로 글을 쓰고 그 과정에서 삶의 교훈을 배우며 작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성장했다는 점이다. 책이 없고 글이 없었더면 그가 그동안의 고통을 견딜 수 있었을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막장이라고 치부했던 이야기가 실화에 근거한 것임을 알고나니 더 애틋하다.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막장 작가로 치부했다니...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 ^^; 


p.17
사람은 왜 책을 읽을까? 혹시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혼돈의 세상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p.56 
삶이란 결코 원하거나 꿈꾸는 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후회를 줄이고 있는 그대로의 생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암울한 현실을 결코 벗어던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깊은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암울한 현실을 만들어낸 사람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절망감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p.105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도 성공의 환상만을 품었던 윌리 로먼에게는 죽어서도 그 환상만이 남게 된다. 20세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의 모습을 가장 불안하게 그린 아서 밀러는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에드워드 올비와 더불어 개개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쓸 수밖에 없는 미국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꿰뚤고 있다. 미국 사회의 문제는 청교도적 윤리, 열심히 일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정신 그리고 성공 신화로 대표될 수 있다.


p.300 
가장 커다란 '의심'은 자기 자신에 대해 품는 의심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을 잘 다스려 '내일에는 내일의 해가 뜬다.'는 낙관주의를 지켜갈 수 있을까? 바로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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