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OP 2 - ~요아케 이타루의 색이 없는 나날~
요네다 코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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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형사인 프리랜서 보험조사원 '요아케 이타루'와 타인의 감정을 '색'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소년 '쿠로'가 의뢰받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만화다. 이번 권에서 요아케는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미나가와 켄고가 촬영 도중 발생한 화재사고로 심한 화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에 관해 조사하게 된다. 


요아케는 쿠로를 데리고 다니면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가려내도록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쿠로가 미나가와 감독의 외동딸 미우를 좋아하게 되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는다. 쿠로가 짝사랑의 열병을 앓는 동안 요아케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요아케가 극장에서 본 몇 안 되는 영화 중 한 편이 미나가와 감독의 대표작이자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인연이 어지럽게 교차되는 와중에 단 하나의 '진실'을 찾아야 하는 요아케. 과연 이번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깔끔하고 세련된 작화와 탄탄한 이야기 전개에 마음을 빼앗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다음 3권이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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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기와 다리 4
사노 나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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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없는 소노야마 가에 양자로 들어간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소노야마 부부는 자신들이 남자아이 한 명을 입양한 줄 알고 이름을 '히토리(일본어로 '한 명'이라는 뜻)'라고 지어주는데, 사실은 일란성 쌍둥이를 입양했다. 이름도 일본어로 오른쪽을 뜻하는 '미기'와 왼쪽을 뜻하는 '(히)다리'인 소년들은 마치 '한 명(히토리)'인 것처럼 행동하며 소노야마 부부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런 소년들의 모습이 우습게도 보이고 기괴하게도 보이는 독특한 만화다. 


이번 권에서 쌍둥이는 고아원으로 보내지기 전에 엄마와 살았던 이치조 가의 저택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미기가 이치조 가의 아들 에이지에게 잡히는 바람에 굴욕적인 '재교육'을 받게 된다. 한편 히다리는 이치조 가의 밀실에서 이치조 가의 저택과 오리건 마을의 모습을 축소한 디오라마를 발견한다. 대체 이치조 가의 사람들은 무슨 꿍꿍이속인 걸까. 음산한 분위기의 저택과 소름 끼치도록 실물과 똑같은 디오라마의 모습을 보니 자동적으로 영화 <유전>이 떠올라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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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 신데렐라 5 - 병원 약사 아오이 미도리
아라이 마마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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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권에는 약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하지 않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예를 들어 어른이 처방받은 약을 급하다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먹이면 성장 억제로 인한 신장 저하, 체중 증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환자는 약사가 지시한 용량과 용법을 반드시 따라야 하고, 약사 또한 '미움받더라도' 환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행동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한편 약사 경력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업무에 적응한 아오이가 ‘앞으로 어떤 약사가 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도 나온다. 어릴 때부터 약사가 되고 싶었고, 약대에 들어가 국가고시에 합격해 병원 약사로 취업하기까지의 과정은 순조로웠으나, 막상 그토록 염원하던 약사가 되고 보니 약사가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약사의 역할도 다양했다. 


어떤 직업, 어떤 업계든 연차가 쌓이면 장애물이 보이고 새로운 고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는 아오이 미도리의 모습이 너무 멋있고, 보기만 해도 자극이 된다. 다음 권에서는 아오이 미도리가 정들었던 소아과를 떠나 새롭게 산부인과를 맡게 된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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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 - 평범한 어른이 오늘을 살아내는 방법
김나랑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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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잡지 기자라고 하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치열하고 화려하게 살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패션 잡지 보그 에디터 김나랑의 에세이 <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에 따르면, 패션 잡지 기자가 치열하게 사는 건 맞지만 화려하게 사는 건 아니다. 패션 잡지 기자도 상사한테 까이거나 클라이언트한테 무시당하면 계단에서 울고, 쥐꼬리만한 월급 대신 소비로 내 가치를 증명하느라 카드값에 시달린다. 


삼십 대 초반 번아웃이 와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상사가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갑상선암이니?" 갑상선암을 감기처럼 가볍게 말하는 상사의 무심함이 서운했지만, 몇 년 후 정말로 건강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되었을 때는 섬뜩했다. 청춘을 다 바쳐 열심히 일했는데 남은 건 카드빚과 아픈 몸뿐이라는 생각에 서러웠다. 수술을 한 지금은 예전처럼 회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일도 받은 만큼만 하고, 인간관계도 내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한다. "일 때문에 나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내 일을 사랑한다. 잡지가 좋고, 취재가 좋고, 글쓰기가 좋다. 이 일을 오래 잘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건강을 지켜야 한다. 일단 내가 행복해야 일도 잘할 수 있다. 잡지 에디터뿐 아니라 거의 모든 직장인이 비슷할 거다. 우리는 우리를 지켜야 한다. 건강해야 한다. 열정을 회사에 이용당하지 말아야 하고, 부당한 일을 배당받았을 때 중압감에 시달려 해내지 못하면 능력 없다는 자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군가는 너무 안일하다고 하겠지만, 일 때문에 나를 잃고 싶지 않다. (pp.17-8)


어느덧 15년 차 직장인인 저자는 슬슬 두 번째 인생을 고민하는 중이다. 잡지 기자는 수명이 짧은 편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정년을 보장하고 있지만 그 정년을 다 채우고 나간 기자는 한 명도 없다.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와 똘똘한 후배들을 보면, 나는 그저 회사에서 '라떼는 말이야~'라며 답답한 말이나 읊조리는 '꼰대'가 된 것 같다. 새벽 두 시에 카톡 메시지를 보내는 상사를 욕하면서, 정작 자신은 하루 종일 동료들에게 남의 뒷담화를 하면서 부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게 죄스럽다. 


이런 모습으로 계속 나이 먹기는 싫어서, 서른다섯에 처음으로 자전거 타기에 도전하고 구민체육센터에서 수영 강습을 받고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고 채식을 시작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노브라도 해보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해 냉장고도 없애봤다. 아직은 직장을 그만둘 생각도 없고 다른 계획도 없지만, 이만하면 이미 괜찮은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 게 아닐까.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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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 5인 5색 연작 에세이 <책장위고양이> 2집 ㅣ 책장 위 고양이 2
김겨울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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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새벽 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 시즌1에 소개된 글을 엮은 책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읽고 구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엊그제 같은데, 그사이 벌써 시즌2에 소개된 글을 엮은 책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지>가 출간되었다(이놈의 미루기병...). 시즌2에 참가한 다섯 명의 작가들의 면면을 보니 시즌1 못지않게 화려하다. 김겨울, 박종현, 이묵돌, 제리, 그리고 원더걸스의 예은으로도 유명한 뮤지션 핫펠트까지...! (섭외력 실화냐!) 


'책장위고양이'에 참가하는 작가들은 매주 하나의 테마에 대해 한 편씩 글을 쓰게 되는데, 각각의 주제는 작가들이 회의를 통해 직접 정한다고 한다. 시즌2의 테마는 고양이, 삼각김밥, 북극, 망한 원고, 후시딘, 눈(雪), 지하철, 버리고 싶은, 게임, 이렇게 아홉 가지. 보통 이런 프로젝트는 평소에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하기 마련인데, '책장위고양이' 시즌2에 참여한 다섯 명의 작가들은 친분도 없고 공통점도 별로 없어서, 작가들조차 매주 다른 작가들이 이번에는 어떤 글을 쓸까 궁금해했다는 후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앤솔로지 형태의 책은 처음부터 쭉 읽어도 좋지만, 관심 있는 작가나 호기심이 동하는 제목의 글부터 읽어도 괜찮아서 좋다. 나는 먼저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는 김겨울 님의 글부터 읽었다. 김겨울 님은 길을 걷다가 고양이를 마주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우연히 먼지 알레르기,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 다음으로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건 뭐 '고양이 신'을 모시는 사람이 고양이 신에게 "너는 고양이 근처에도 오지 마라."라고 선고를 받은 듯한 기분이 아닐까. (김겨울 님은 소장하는 책도 엄청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먼지 알레르기 조심하시길!) 


가장 좋았던 건 핫펠트 님의 글이다. <지켜보고 있다>는 핫펠트 님의 인스타그램에서 살짝 봤던 고양이 '봄비'와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와 있어서 좋았고, <언제였더라>, <스물한 살, 뉴욕의 지하철>, <노래하는 사람> 등은 아이돌 시절의 생활과 솔로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현재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장위고양이'에 참가하는 작가들과 처음 만난 날의 에피소드가 실린 <엔드게임>이라는 글도 좋았다.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는 목표 외에는 접점도 공통점도 없는 다섯 사람이 마치 어벤저스 멤버들 같았다니. 이보다 찰떡같은 비유가 있을까. 다음 '어셈블'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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