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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ㅣ 정희진의 글쓰기 1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0년 2월
평점 :
정희진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더 치열하게 읽고 쓰겠다고 다짐하지만 쉽지 않다. 생계가 급하다는 이유로 읽기 수월한 책부터 읽고, 삶이 힘들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미루게 되는 까닭이다.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를 읽으면서도 내내 반성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쓰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는 글을 쓰는 최고의 방법은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나쁜 사람 되기는 쉽고,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는 글쓰기는 어렵다. 글쓰기는 글 쓰는 이의 위치를 재정의한다는 점에서 전복적인 행위다. 한 사회의 모든 약자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각자의 삶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차별과 폭력에 대한 고발로 인해, 강자들은 낮에도 고개를 들 수 없고 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그래서?) 여전히 약자들이 쓴 글은 부족하고, 강자들이 쓴 글은 차고 넘친다.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 난민 등의 글을 일부러 더 열심히 찾아 읽어야 하는 까닭이다.
좋은 글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행동으로 '읽은 값'을 치러야 한다. 값을 치르는 방법은 투표, 기부, 청원, 서명, 정치적 소비 등등 다양하다. 작게는 주변 사람들한테 이 글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내가 잘하는 일이다). 올해는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기 위한,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글을 더 많이 읽고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