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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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읽고 '인생이 빛나는' 경험을 했다. 그때까지 생각 없이 사들인 책과 CD를 처분했고, '설레지' 않으면서 본전 생각에 버리지 못한 옷을 모두 버렸다. 틈만 나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쇼핑을 하던 버릇도 없앴고, 쇼핑에 쏟아부었던 시간을 책 읽기, 영화 보기, 사람 만나기 등 경험으로 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뭔가 부족했다. 현재의 생활이 전보다 나아진 건 분명하지만 꿈꾸던 삶은 아니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러던 중 트위터에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모델 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단정하고 깨끗한 이 방의 주인은 일본에 사는 오후미와 티 부부. 두 사람은 필요한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중요한 것을 위해 그 외의 것을 줄이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이다. 물건을 130킬로그램이나 버렸다는 이들은 현재 가장 소중하고 필요한 물건만이 남아있는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산다. 아아, 이는 내가 꿈꾸던 삶이 아닌가. 정리를 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물건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 문제였던 것일까. 어떻게 하면 이들처럼 살 수 있을까.  



(출처 : 오후미 블로그 http://mount-hayashi.hatenablog.com/entry/2015/12/28/185352)



마침 이들의 이야기가 실린 책이 있어서 읽어보았다. 제목은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원래 더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직업이 출판사 편집자라서 책 욕심도 많고, CD, 카메라 등 취미로 수집하는 물건도 많았다. 그렇게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더 많이 가지길 원했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일 중독자가 되었고, 자기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했다. 자연히 몸은 물론 정신까지 피폐해졌다. 연애도 잘 안 되고 인간관계도 소원해졌다.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미니멀리즘을 알게 되었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모든 것을 버렸다. 집이 깨끗해졌다. 물건이 없으니 청소가 쉬워져 매일 청소하는 습관이 생겼다. 욕심도 사라졌다.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대신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게 되었다. 무리해서 일하지 않아도 일의 효율이 높아졌고 그 결과 직장에서 승진도 했다. 방에서 멍하니 TV를 보는 대신 명상을 하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고, 인간관계도 개선되었다. 행복해졌다.


  필요한 물건은 전부 갖고 있으면서도 내게 없는 물건에만 온통 신경이 쏠려 있으니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저것만 손에 넣으면 나는 행복해질 수 있는데, 저것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다. (p.48)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물건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소중한지를 알고 그 외의 물건을 과감히 줄이는 사람이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소중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미니멀리즘에 정답은 없다. (p.52)   



(저자 사사키 후미오를 취재한 EBS <하나뿐인 지구> 물건 다이어트 편)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은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책상 위에 물건이 가득하면 본래 책상에서 해야 할 공부나 일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꼭 필요한 물건만 남기면 물건을 사고 정리하고 치우고 버리는 데 쓰는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꼭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살 수도 있고, 여행이나 취미 활동을 할 수도 있다. 물건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지도 알 수 있다. 수건 한 장, 티셔츠 한 벌이 귀하고, 추운 밤 몸을 녹일 따뜻한 방이 있고 비바람을 막아주는 지붕이 있다는 사실에도 행복함을 느낄 것이다. 


  책에 '인생이 가벼워지는 배움의 기술 55'라는 것이 있길래 하나씩 실천해보았다. 여러 개 있는 물건은 버리라고 해서 책상 서랍 한 칸 가득 있던 포스트잇, 메모지, 책갈피 따위를 하나씩만 남기고 버렸다. 일 년 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버리라고 해서 몇 년 전에 사놓고 본전 생각에 버리지 못한 원피스와 스웨터를 버렸으며, 이제는 좀처럼 쓸 일이 없는 USB도 버렸다. 한 번 더 사고 싶지 않다면 버리라고 해서 효과는 없으나 아까운 마음에 발랐던 화장품을 버렸다. 버리기 힘든 물건은 사진으로 남기라고 해서 앨범과 학창시절 상장, 성적표, 대학 때 과제물 등은 조만간 전부 사진으로 남기고 실물은 버릴 참이다. 오늘도 얼마쯤 버렸는데 마음이 서운하기는커녕 개운하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조언을 따라 웬만큼 버렸지만 여전히 버릴 게 많다. 아직 뭐가 필요하고 소중한 지 잘 몰라서 한 번에 버리지 하고 상자를 마련해 생각나는 대로 조금씩 버리고 있다. 그 결과 일주일 만에 책장 하나를 비워서 책장을 방에서 뺐고, 책장이 사라진 자리에는 베란다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요가 매트를 깔았다. 겨우내 찐 살을 열심히 뺄 생각으로.

  어쩌면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고 덜 소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진지하게 생각함으로써 버릴 용기, 덜 소유할 용기를 내는 일련의 과정을 강조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번에 내가 책장 하나와 그 안에 있던 물건을 모두 버림으로써 날씬하고 건강한 몸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책장 하나를 빼도 이런데 아직 방에 있는 책장과 책상, 침대를 모두 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알게 될까. 궁금해서라도 미니멀리스트의 생활을 실천해봐야겠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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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재발견 - 잘될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짜 잘되는 이유
조셉 T. 핼리넌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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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몸이 아파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앓았다. 몸살 약을 먹고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봤다. 보통 때라면 명사의 강연 영상이나 외국 드라마를 봤겠지만, 어제는 며칠 전 MAMA를 봐서 그런지 한국 아이돌 영상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레드벨벳, 트와이스, 엑소, 샤이니 같은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니 점점 기운이 났다. 이제 더는 그들처럼 젊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 - 심지어는 병상에 누워 있 - 지만 얼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씩씩하게 살고 싶어졌다. 그 덕분일까. 오늘 아침 나는 거짓말처럼 말끔한 컨디션으로 일어났다. 이래서 다들 아이돌, 아이돌 하는가 보다.



  어쩌면 아이돌이 가진 밝고 즐거운 기운이 나에게 전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조셉 T. 핼리넌이 쓴 <긍정의 재발견>에 따르면 '타인의 생각과 행동은 나에게 전염된다'. 사람들은 자기가 다른 사람과 분리되어 있는 '섬'과 같은 존재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다소 감지하기 어려운 "사회 연결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타인의 행동과 의견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받기 쉽다. 쉬운 예가 하품이다.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괜히 하품이 나고 졸리다. 아이돌이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보며 나까지 힘이 난 건 착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렇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가짜 침, 가짜 수술, 가짜 의약품이 놀랄 만큼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과 마찬가지로, 비록 현실과 다르고 실현 가능성이 낮아도 긍정하고 기대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일단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다는 전제를 요한다는 점에서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긍정하고 낙관하는 것만으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리라고 하는 주장과 다르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공이 굴러가는 방향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우리 중 일부는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보통 어느 정도 자기 기만이 필요하다. 그러나 괜찮다. 우리가 믿는 대상은 상상에만 존재할지 몰라도 그것이 산출하는 결과는 실제일 수 있다. 우리가 실제로 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우리가 그렇다고 '믿는' 것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그것이 스스로 속이는 행동에서 비롯되는 숨겨진 힘이다." (p.11)



  이는 또한 공중도덕이나 정치적 신념처럼 기대나 믿음이 행동을 좌우하는 경우에 더 큰 효과를 보인다. 가령 많은 사람들이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이를 믿지 않는 사람보다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응원하는 정당이 선거에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이를 기대하지 않는 사람보다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혹시 내가 하루 만에 병을 털고 일어난 건 아이돌 때문이 아니라 금방 나을 병이라고 믿고 기대했기 때문일까? 어찌 됐든 긍정의 힘이 좋게 작용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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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이유 - 얼떨결에 서른 두리번거리다 마흔 내 인생을 찾는 뜨거운 질문
도다 도모히로 지음, 서라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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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다 들어오는 월급과 안정된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직장을 포기했을 때, 다들 나에게 미쳤다고 했다. 그러고서 시작한 일이 고작 이제 막 생긴 회사에 들어가 아르바이트 수준의 급료를 받으며 잡무를 하는 것임을 알았을 때, 다들 나를 꿈이 덜 깬 몽상가 내지는 성공 가도에서 탈락한 루저로 보았다.


  <내가 일하는 이유>의 저자 도다 도모히로가 1986년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도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그는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후 비철금속 제조회사에 취업했으나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해 입사한 지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후 도다는 사회학부에 편입, 졸업 후 비영리기관과 출판사를 전전하다 커리어 컨설턴트가 되었다. 한편 그를 두고 미쳤다고 했던 사람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명예퇴직을 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이란 나의 능력과 흥미,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렇지 않은 일은 지루하고 무의미할 뿐이다." (도널드 E. 슈퍼)

  도다 도모히로는 일이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며, 누구나 자신의 천직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열정의 정도에 따라 오락과 취미, 특기로 구분한다. 오락이 단순히 머리를 식혀주는 활동이라면, 취미는 자신의 성장과 연결이 되는 활동, 특기는 취미가 누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은 수준에 이른 것을 일컫는다. 


  이 중에 직업으로 삼을 만한 것은 특기다. 단순히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하는 오락이나 좋아서 즐기는 수준인 취미를 직업으로 삼기는 어렵다. 하지만 좋아하지도 않고 여가 시간에 즐기지도 않는 것에서 최고가 되기란 더욱 어렵다. 박지성은 쉬는 시간에도 축구 게임을 즐기고, 김연수는 소설을 쓰지 않는 시간에 노는 감각으로 에세이를 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은 오락과 취미, 특기와 직업이 일치하는 법이다.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파고들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기차 마니아를 예로 든다. 같은 기차 마니아 중에도 카메라파, 제조사파, 모형파, 답사파, 기록파, 시각표파 등 유형이 나뉜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막연히 책이 좋아서 책에 관한 직업을 가진다고 해도 작가, 편집자, 마케터, 사서, 출판 기자, 독서지도사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 중에 무엇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는 직접 경험해 보고 아는 수밖에 없으니 나에게 꼭 맞는 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고(자기성찰), 머리를 쓰고(실용적인 기술과 지식), 위험을 무릅쓸 용기(인생과 대결하는 용기)를 가져라." (고쿠부 야스타카, 고쿠부 히사코, <카운셀링 Q&A>) 

  나에게 꼭 맞는 일 찾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한 번뿐인 내 인생과 견주면 해볼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회사를 그만 둘 당시 회사를 그만두기도 무서웠지만 그대로 다니는 것이 더 무서웠다.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정상, 하기 싫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야말로 이상하다는 말에 공감했다. 


  서른이 다 되어서도 의지할 만한 적금 통장 하나 없고 결혼이며 집 장만 같은 건 엄두도 못 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다.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인터넷 서핑 따위로 인생을 소모하고 지어지지 않는 미소를 짓느라 안면에 마비가 왔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편하다. 몽상가면 어떻고 루저면 어떠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권리조차 누릴 수 없는 어른,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위너는 내 쪽에서 사절이다. 내가 일하는 이유. 그것은 내가 좋아서, 라고 말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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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비 우먼 - 여성 리더 15인의 운명을 바꾼 용기있는 결단의 순간
김선걸.강계만 지음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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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여성에 관한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대학교를 졸업하기 직전, 따뜻한 학교를 떠나 차디찬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던 시절. 그러니까 대학 내내 열심히 쌓은 스펙도 어쩐지 하찮게 보이고, 무엇보다 그 어떤 직장이나 진로도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아 방황하던 시절. 그 때는 성공한 여성에 관한 책을 읽는 것만으로 나도 성공할 것 같았다. 나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승진 가도를 달리고, 연애와 결혼을 일과 병행하며 잘 해나갈 줄 알았다. 그런 건 남 보기 좋게 편집된 인생이라는 걸 알지도 못했고 믿지도 않았다.   



<워너비 우먼>을 읽으면서 그 시절과 달라진 나를 발견했다. 한국의 여성 리더 15인을 직접 인터뷰해 알아낸 그들의 성공 비결과 운명을 바꾼 용기 있는 결단의 순간을 소개하는 이 책을, 20대에 읽었다면 분명 멋지다, 대단하다,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는 감상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나도 이들처럼 알아주는 회사에 다니며 승진을 거듭해 높은 직책에 오르거나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결혼과 육아를 일과 양립하는 것도 거뜬히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순진한 시절엔 말이다.



서른이 되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원하는 걸 다 가질 수 없다는 다소 허무하고 비관적인 결론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여성 리더 15인의 커리어는 분명 근사하다. 개개인의 인생 여정도 훌륭하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쏟아지는 편견과 비하도 슬기롭게 극복했다. 하지만 자세히 이야기를 읽어보면 꼭 하나씩 포기하거나 놓친 것이 있었다. 어린 시절 꿈을 포기한 사람도 있고,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포기한 사람도 있고, 자녀와의 유대 관계를 놓치거나 건강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버텨라. 참아라. 남자를 이겨라. 이런 구호가 아직 유효할 만큼 한국 사회는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난관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남성을 이기기 위한 성공, 남성을 이기는 방법을 통한 성공은 사회 전체를 볼 때 점점 효력을 잃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보다는 남성에게 부족한 여성의 능력을 살리거나, 성구분 없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성공 모델이 앞으로는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이 책에도 모델이 몇 사람 있다. 이재경 삼성증권 전무는 스물세 살에 비서로 첫 직장에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회사와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가 서른 살이 되어서야 영업 분야에 입문했다.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정한 커리어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에 대한 관찰과 도전을 통해 자기만의 커리어를 만든 점이 정말 멋졌다. 



김연경 서호주관광청 이사는 30대 후반에 호주정부관광청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데 왜 사표를 내냐며 의아하게 보았던 동료들은 후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고, 그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홀로서기를 한 김 이사는 서호주관광청의 이사가 되었다. 철밥통,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기존 남성 중심 사회의 이상적인 직장을 버리고 자신만의 감으로 창업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결과다. 이런 여성 모델을 좀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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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유 - 최고의 의사결정을 위한 크라우드소싱의 힘
리오르 조레프 지음, 박종성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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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순에 7박 8일로 일본 여행을 할 예정이다. 여행 일정이 잡히자마자 서점에 들러 여행 책자며 가이드북을 여러 권 구입했다. 그것들을 전부 읽고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에서 여행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나오는 꿀팁, 꿀정보들! 가이드북에 나오는 정보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보편적인 정보인 대신, 나 한 사람에게 맞는 정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는 이 날 어디에 가면 좋은지, 이런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엇을 먹으면 좋은지 등 나에게 필요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정보에 가깝다. 이래서 다들 인터넷, 인터넷 하는구나. 인터넷의 위력을 새삼 느꼈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리오르 조레프의 저서 <생각공유>는 인터넷 검색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크라우드 소싱'의 힘을 역설한다. 크라우드 소싱이란 생산과 서비스의 과정에 소비자 혹은 대중을 참여시켜 더 나은 제품, 서비스를 만들고 수익을 참여자와 공유하는 방법을 일컫는 다. 쉽게 말해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사람들이 표출한 생각을 모은 것을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로서 활용하는 것이다. 


크라우드 소싱은 원래 기업에서 주로 사용했는 마케팅 툴이지만, 저자는 개인의 삶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한다.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 인간관계, 돈 문제, 자녀 양육, 건강 문제 등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문제들의 답을 크라우드 소싱이 알려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두고 다음 커리어를 정할 때 크라우드 소싱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가 페이스북의 '상태'에 "내 다음 커리어는 뭐가 돼야 할까요?"라는 문장을 남기자마자, 전세계의 수많은 '페친'들이 그가 할 수 있는 사업, 컨설팅, 강연, 교육, 마케팅, 집필 등의 진로를 소개해주었다. 직업 소개소나 헤드헌터의 도움이 필요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크라우드 소싱이 알려주는 답은 옳은 것인가. 저자는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TED 강연장에 황소를 끌고 간 그는 청중에게 황소의 무게를 짐작해서 각자의 생각을 스마트폰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황소의 무게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청중이 보낸 무게 추정치는 무려 500가지 이상. 140킬로그램부터 3.6톤까지 다양했다. 황소의 실제 무게는 814킬로그램. 청중이 생각한 무게의 평균치는 813킬로그램으로, 1킬로그램밖에 오차가 나지 않았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 것이 아니지만,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해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이야기는 처음이라서 흥미로웠다. 문제가 생기거나 질문이 있으면 검색을 하거나 지식인에 물어보는 게 고작이었지, 내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해결해볼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저자는 지인이나 심지어는 자기 자신보다도 크라우드 소싱이 자신을 잘 아는 것 같다고까지 말한다. 과연 크라우드 소싱이 알고 있는 내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것도 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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