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페미니즘 - 청소년인권×여성주의 청소년 벗
호야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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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연장자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가장 발언권이 약한 집단은 단연 어린 여성이다. 나 역시 한때는 '어린' 여성이었기에 그들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외 여러 공간에서 어떤 무지와 오해, 편견과 차별, 때로는 폭력을 맞닥뜨리는지 너무나 잘 알고 이해한다. 


그러나 <걸 페미니즘>의 저자인 청소년 페미니스트 27인은 이 책에 담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지금 이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동료가 아니라, 누군가의 과거로 취급'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을 가리켜 '어린애가 똑부러진다', '기특하다'고 바라보는 시선도 거절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연령이나 성별에 대한 편견 없이 온전히, 있는 그대로 읽어주길 당부한다.


이 책은 소녀다움, 생리, 외모주의, 가정 폭력, 어머니-자식 관계, 차별적 학교, 부실한 성교육, 임금 노동, 거리에서의 삶, 성폭력 경험, 낙태죄 문제, 동성애자, 트랜스젠더퀴어, 여성 아이돌 산업, 소녀/소년 만화, BL물, ‘촛불 소녀’ 등의 주제를 다룬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과거로 취급'되길 거부했으나, 실제로 내가 과거에 겪은 문제들은 나의 과거 이야기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소녀다움으로 시작되어 여성성, 모성으로 이어지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올가미, 아직도 폐지되지 않은 낙태죄와 언제 어디서나 도사리고 있는 성폭력의 위험은 과거는 물론 현재도 진행 중인 문제다. 


4부 '당신들의 '소녀', 그 너머'가 특히 흥미로웠다. 여성이 여성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문화, 여성이 여성향 만화를 기피하는 현상과 남성향 만화를 볼 때 느끼는 여성혐오, 소설에 나오는 동성애 묘사는 아무렇지 않은데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동성애 묘사는 거북하게 느껴졌던 경험 등 페미니즘 책은 물론 그 어떤 장르나 주제의 책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고백이 나온다. 나 역시 겪은 적이 있고 공감하는 문제라서 더 깊은 탐구와 분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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