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22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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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조르바의 인생수업>의 저자 장석주 작가가 출연한 팟캐스트 '김태훈의 클래식 클라우드 - 카잔차키스 편'(클릭)을 듣고 그동안 몰랐던 카잔차키스의 생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카잔차키스가 평생 작품 활동을 했던 작가였던 동시에 틈만 나면 바깥 구경을 나서는 여행가이기도 했다는 것. 2017년을 사는 나는 아직 중국과 일본 너머로 가보지 못했는데, 1935년을 살았던 카잔차키스는 이때 이미 세계 일주를 마치고 중국과 일본에까지 왔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부러움)을 느꼈다. 


<일본 중국 기행>은 카잔차키스가 1935년 일본과 중국을 연이어 방문했던 기록과 1957년 사망 직전 아내인 엘레나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던 기록(엘레나가 대신 작성했다)을 담은 여행 에세이집이다. 1935년 일본을 찾은 카잔차키스는 일본에 대해 이미 많이 공부한 상태다. "일본으로 여행을 시작했을 때, 나는 단지 두 마디의 일본어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사쿠라, 고코로. 이 두 마디만 알아도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겸손하게 적었지만, 글을 읽어 보면 카잔차키스가 일본의 역사는 물론 정치, 종교, 예술, 미학 등에 조예가 깊었음이 드러난다. 


여행은 넋을 빼앗기는 사냥과 같다. 어떤 새가 날아올지 전혀 모른 채 앞으로 나아간다.

여행은 포도주와 같다. 무슨 환상이 찾아올지 모르고 마신다. (118쪽) 


카잔차키스는 일본인의 근면함과 중국인의 넉넉한 인심에 감탄하는 한편, 1935년 당시 일본 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던 군국주의 분위기를 포착하고, 중국인의 낮은 위생 관념과 바보처럼 착한 성품을 걱정한다. 카잔차키스가 걱정한 대로 몇 년 후 일본은 군국주의 광풍에 힘입어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중국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인민들이 공산화를 수용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지금은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1935년에 앞으로 벌어질 사태를 예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카잔차키스는 이 밖에도 <러시아 기행>, <스페인 기행>, <영국 기행>, <지중해 기행> 등 여러 편의 여행 에세이집을 남겼다. 조국인 그리스로부터 한참 멀리 떨어진 일본과 중국을 여행하고 나서 이 정도의 글을 썼다면, 같은 유럽인 러시아와 스페인, 영국이나 같은 문화권인 지중해 국가들을 여행하고 나서는 어떤 글을 썼을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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