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라 : 달빛 드레스 도난 사건 - 제1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 수상작 마시멜로 픽션
박에스더 지음, 이경희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학창 시절 나는 어른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보다 내 또래의 아이들이 나오는 이야기에 열광했다. 나처럼 호기심 많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나오는 <빨간 머리 앤>도 좋아했고, 나처럼 성적 때문에 좌절하고 친구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언플러그드 보이>도 좋아했다. <꽃보다 남자>도 <해리 포터>도, 그들이 속한 세계와 나의 세계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지만, 주인공이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제멋대로 공통점을 찾고 한없이 빠져들었다.


요즘 학생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에 열광할까.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반응이 '핫하다'는 책이 있길래 읽어보았다. 제목은 <미카엘라 : 달빛 드레스 도난 사건>. 제목만 보면 미국이나 영국에서 왔을 것 같지만, 박에스더가 글을 쓰고 이경희가 그림을 그린 '순수' 한국 문학이다. 국내 최초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 타깃의 문학 작품 공모전인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 수상작이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여학생 101명으로 구성된 걸스 심사위원단이 직접 읽고 심사를 했다. 


주인공 미카엘라는 브링턴 아카데미 7학년생이다. 한국 나이로 치면 열세 살 또는 열네 살쯤일까. 운동선수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났고 펜싱과 수영이 특기다. 갈색 곱슬 폭탄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이며, 운동을 좋아해서 외모 꾸미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남몰래 패션 잡지를 구독하고 예쁜 아이템을 수집하기 좋아하는 귀여운 소녀다(참고로 나는 미카엘라의 친구인 카밀라와 비슷했다. 학교 신문 편집장이었던 것도, 도서부원이었던 것도, 활자중독인 것도, 안경을 쓴 것도). 


개학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미카엘라는 다른 학생들보다 먼저 학교 기숙사로 돌아온다. 브링턴 아카데미에는 7학년 여학생들만 참가할 수 있는 '두꺼비 잡기 대회'라는 것이 있어서 7학년이 되는 미카엘라는 이 대회 준비를 위해 미리 학교에 온 것이다. 펜싱 연습장에서 대회 준비를 하던 미카엘라는 브링턴 아카데미 8학년이자 학생회장인 유진이 꼭 나쁜 짓을 벌이는 듯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며 걸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뒤를 쫓는다. 


미카엘라는 유진이 두꺼비 잡기 대회 우승자만이 가질 수 있는 보물 중 하나인 달빛 드레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유진이 달빛 드레스에 허튼 짓을 하지 못하도록 유진을 감시하기 위해 유진과 '짝꿍'이 된다. 짝꿍이란 두꺼비 잡기 대회 때 한 편이 되어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유진은 학교 최고의 퀸카이자 두꺼비 잡기 대회의 유력 우승 후보인 신시아로부터 짝꿍이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거절했는데 미카엘라의 요청은 받아들인다.


학교 최고의 퀸카이자 여왕 기질이 다분한 신시아는 미카엘라와 유진이 짝꿍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이로 인해 미카엘라는 두꺼비 잡기 대회 내내 신시아와 신시아를 추종하는 아이들의 모임인 팀 루나의 방해 공작에 시달린다. 하지만 미카엘라는 신시아와 팀 루나의 방해에 굴복하지 않고,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지도 않으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옳은 길을 추구한 끝에 두꺼비 잡기 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보물보다 더 크고 귀한 보물을 얻게 된다. 


내가 만약 미카엘라 또래의 여학생이라면 이 책을 읽고 많은 용기를 얻었을 것 같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추구할 용기를. 경쟁에서 뒤처져도 자신이 걷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용기를. 자신의 단점과 타인의 장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용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고백할 용기를. 이런 용기 있는 소녀를 또래 친구로 둘 수 있는 어린 독자들이 부럽다. 부디 미카엘라처럼 당차게 용감하게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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