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사회주의 중국의 형성으로 일단락되는 중국 근대화투쟁의 사상적 기조는 서구문명의 '부정과 극복'이라는 것으로 두드러진다. (154쪽)


18세기까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문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러나 아편전쟁을 계기로 중국이 서양 국가보다 군사적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며, 이후 열강이 중국 대륙으로 들어와 각종 이권을 침탈하고 국정을 유린하는 과정을 통해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중국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저자는 중국 근대화의 특징을 서구 문명의 부정과 극복이라는 관점으로 본다. 부정과 극복. 일견 모순되는 것 같지만 이는 중국 문화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문화는 수천 년 역사 동안 여러 이민족으로부터 각종 공격과 침략을 받았다. 표면상 패배를 당한 적도 있고 이민족에게 국권을 빼앗긴 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은 이민족 문화를 자국 문화로 동화함으로써 이를 극복했고, 이념보다는 현실을 중시하는 태도로 위기를 넘겼다.


서구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서구 문명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태평천국 운동, 신해 혁명 등의 사상적 기조로 활용하는 등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하지만 서구 문명에 완전히 동화되지는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로만 차용했다. 마르크스 사상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근대화라는 현실적인 목표와 反유럽주의라는 정치적 노선을 달성하기 위한 사상으로서 마르크스 사상을 포용했다. 


동학반란의 '창의문'과 '상소'는 어디까지나 현 체제를 시인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의 탐관오리의 숙청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태평란은 사회제도 그 자체의 부정과 평등, 무계급 사회 건설이라는 분명한 이념을 가지고 있었다. (161쪽)


중국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는 비슷한 시기 조선에서 일어난 사건과 유사한 것이 매우 많다. 저자는 그 중에서도 태평천국 운동과 동학혁명을 예로 든다. 한중일 역사가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막상 구체적인 사건과 사건을 연결할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했다. 한국의 역사만 배울 것이 아니라 가깝게는 한중일, 최종적으로는 세계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배워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