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책상 - 꿈꾸는 청춘을 위한 젊은 시인들의 몽상법
김경주 외 지음, 허남준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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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열심히 읽다보니 책 쓰는 사람들, 책 만드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자연히 궁금해진다. 소설가, 편집자에 이어 이번에 내 눈길을 끌어당긴 이들은 바로 시인. 계기는 <시인의 책상>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 참여한 시인은 자그마치 열 명. 김경주, 김승일, 박성준, 박진성, 서효인, 오은, 유희경, 이이체, 최정진, 황인찬 등 현재 한국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시인들이라고 한다.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것 말고 이들을 연결하는 모티프는 바로 '책상'. 왜 하필 책상일까 생각해 봤더니, 시를 쓰는 행위는 흰 종이와 연필, 그리고 그것들을 대고 쓸 책상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그마저도 필요 없다고 이불 위에 드러누워 쓰거나 밥상으로 대신하는 이들도 몇 명 있기는 했다).


설명할 수 없는 적요와 무수한 이미지의 제국으로 만들어진 
글쓰기의 영토 안에서 자신의 글을 써나가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특별한 탄생을 글쓰기의 경험 안에서 만들어간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 경우 책상이란 존재는 마치 처음 흔들려본 요람처럼 자신의 숨소리를 듣는 
고요하고 무구한 경험의 장소라고 믿을 수밖에. (p.73)


시를 써본 적도 없거니와 시인을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지만, 한글을 겨우 뗀 꼬꼬마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책상 위에서 꿈을 꾸고 꿈을 쓰던 그들의 이야기가 무척 공감되었다. 책상과 흰 종이, 연필만 있으면 그 어떤 친구나 장난감도 부럽지 않았던 내 유년 시절과, 그 때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금의 모습이 그네들의 그것과 퍽 다르지 않기 때문일까.


그들의 책상보다도 나는 책장이 부러웠다. 빽빽하게 꽂힌 엄청난 양의 장서들이라니. 장서의 양이 다르다는 점 말고도 차이점은 그네들의 책장에는 시집이 많이 꽂혀있는 반면 내 책장엔 단 한 권도 없다는 것. 내가 그동안 얼마나 시를 멀리 했는지, 시심(詩心)없는 메마른 삶을 살았는지를 여실히 느꼈다. 그래서 내 책상은 이렇게 썰렁하고 황량한 걸까. 그들의 따뜻하고 풍요로운 책상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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