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착한 기업 시작했습니다 - 젊은 사회적기업가 12인의 아름다운 반란
이회수.이재영.조성일 지음 / 부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사회적 책임, 노블레스 오블리주 운운해도 기업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이윤 추구다.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은 어떨까? 사회적 기업은 '사회 혁신 마인드를 가진 기업가들이 빈곤, 실업, 환경, 교육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비지니스 방식으로 해결하는 혁신적인 기업 조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과 의존의 삶이 아닌 자활과 자립의 길을 열어 주는 등 사회를 혁신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p.5) 일반 기업과 달리 사회적 기업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기업인 이상 어느 정도의 이윤 창출이 안 되면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청춘, 착한 사업 시작했습니다>에 소개된 열두 곳의 사회적 기업을 보면 대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12인의 사회적 기업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에이컴퍼니 정지연 대표는 아티스트 팬클럽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기획하여 재능 있는 신인 작가를 육성하는 동시에 수요는 높으나 공급이 부족한 대중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유명 작가에게만 후원이 몰리고 신인 작가의 진입장벽은 높은 불합리한 구조는 미술뿐 아니라 예술계 전반의 관행이라면 관행인데, 만화, 소설, 음악 등 다른 장르에서도 이런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연극계에는 있다. 바로 김동하 대표가 이끄는 토크앤플레이다. 연극배우 출신인 김 대표 역시 인기 배우, 유명 작품에만 자본이 몰리는 풍토에 회의를 느끼고, 노인이나 학생 등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대중들도 참여할 수 있는 신개념 연극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아직 일반 기업의 수익 구조를 갖추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기대해볼 만 하다.

 

 

이들이 명문대 졸업장이 없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것은 결코 아니다. 모두커뮤니케이션즈 권태훈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의 엘리트다. 우연히 외교통상부에서 군 생활을 하게 된 그는 어려운 외무고시를 패스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가지고도 삶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을 보며 진로를 재고했다.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얻은 정보를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청소년 진로 잡지 'MODU'다. 명랑에너지발전소 안연정 대표는 원래 방송국 PD가 되고 싶었는데, 서울과학기술대 2학년 때 모 방송국 연수에 참가했다가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방송을 만드는 방송국 조직의 한계를 깨닫고 사회적 기업으로 방향을 돌렸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적 기업에 뛰어든 이도 적지 않다. 한국판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라 할 수 있는 직장인, 대학생, 다문화 청소년 멘토링 시스템을 개발한 점프의 이의헌 대표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다. 저신용자부터 정치인까지 '착한 금융'을 지원하는 신현욱 팝펀딩 대표는 삼성그룹과 네이버를 거쳤다. 이들이 높은 연봉과 편안한 생활을 뒤로 하고 사회적 기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배가 부르고 통장에 돈이 쌓이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르그닷이 그 예다. 패스트 패션에 반기를 들고 윤리적 패션을 주도하는 패션 벤처 오르그닷에는 유명 대기업 출신 디자이너들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소비 지상주의, 대기업의 과도한 마진, 중소 하청업체에 대한 착취, 건전한 업무 관행의 말살 등을 목도하다 못 견디고 나온 그들은 사회적 기업에서 해법을 찾았단다. 과도한 스펙 경쟁, 의미없는 삶에 지친 이들에게 이런 청춘, 이런 기업은 어떤지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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