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 신현림 시인의 흔들리는 청춘들을 위한 힐링 응원 에세이
신현림 지음 / 예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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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황이 선물이다. 나를 지지하는 친구, 나를 속이는 이웃, 미소 짓는 이방인, 친절한 사람, 사나운 사람, 내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인물, 그렇지 못한 인물, 모두가 선물이다. 이 모두가 너의 미지의 영역을 발견하고 나를 변화시킬 기회다. - 게리 주커브



청춘에 대한 담론만큼 많은 것이 30대, 40대 등 나이에 관한 담론이다. 사람 사는 모양이 다 다른데 삼십대에 할 일이 정해져 있고 사십대에 할 일이 정해져 있겠냐마는, 막상 이십대의 막바지, 그러니까 그 유명한 '서른 즈음에' 접어들고 보니 삼십대에 할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요즘 닥치는대로 삼십대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있는 것은......



<서른,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의 저자 신현림은 <세기말 블루스>,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딸아, 외로울 때에는 시를 읽으렴> 등의 책을 쓴 시인이자 사진작가다. 어떤 책에서 보니 저자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 큰 딸과 자매처럼 젊게 살고 있다고 하던데, 이 책을 보니 저자가 태생적으로 그렇게 즐겁고 유쾌한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고, 이십대와 삼십대 초반의 시기를 그 누구보다도 고통스럽게 보내고 나서야 겨우 웃음을 찾은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이십대 초반에 대학 입시에 연달아 실패하며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았다. 겨우 들어간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취업이 되지 않아 오랫동안 가족들의 구박을 받으며 백수 생활을 했다. 그러나 소가 여물을 먹듯 꾸역꾸역 책을 읽고 시를 쓰고 영화를 보며 지냈던 시간들은 삼십대에 접어들고 나서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불면증을 앓았던 그녀가 밀려드는 일거리를 해치우느라 머리만 대면 잠을 자는 사람으로 바뀌었고, 사랑하는 딸과 가족, 친구들과 행복을 나누다보니 우울함을 잊었다.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았고, 시련이 닥쳐도 코웃음치며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질풍노도의 이십대를 보냈던 나도 삼십대에는 과연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듯 그녀의 이야기에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다. 



"사람은 일생 동안 천 번 넘어진다. 아프고 힘들어도 다시 일어설 때마다 생기는 지혜나 통찰력으로 삶은 더욱 빛나 열렬히 살고 싶어진다." (p.56) 


"서른 살을 잘 보내야 그 다음 인생이 잘 풀린다. 지나 보니 나의 서른 살이 치열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때의 마음가짐과 사고방식에 따라 인생은 차이가 난다. 마음이 나이를 결정한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는 저질러 봐야 깨닫는다. 인생은 뜻을 품고 행동하는 사람에게만 응답이 있다. 자신의 열정을 가슴속에 묻어 두지 말라." (p.67)


"인생에서 핵심만 생각하자.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남았을까. 행복할 시간도 많지 않다. 아낌없이 사랑해도 시간은 모자르다. 그래, 인생에서 핵심만 생각하자. 서로 편안하게 배려하고 좋은 일만 꿈꾸고 사랑하자." (p.253)



'좋은 시는 돈과 비교할 수 없는 귀한 영적 음식'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이 책에는 매 글마다 저자가 쓴 주옥같은 시가 함께 담겨 있다. 그 시를 썼을 때의 후일담이나 회고 같은 글도 있어서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에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시인들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는 제목대로 삼십대에 해야 할 일을 재테크나 결혼, 사회적 성공 같은 속물적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것으로 본 점이 좋았다. 차고 넘치는 서른살, 삼십대에 관한 책들 중에서 유난히 진한 향기를 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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