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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을 얻는가 - 초한지 유방의 인재경영 리더십
신상이반 지음, 하진이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부터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듣는 일이 드물다. 대중의 관심이 인문학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가보다. 그래도 출판계는 인문학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경제경영 서적만 보아도 아직까지 인문학과 경영학을 결합하는 시도를 한 책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학문으로서의 역사가 짧은 경영학이 학문으로서는 '대선배' 격인 인문학에 답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제간 연구, 통섭이 대세인 요즘 트렌드와도 잘 맞는다. 그러나 책 안 읽는 대중들이 이것을 이해할 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대중들은 인문학에도 경영학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신상이반이 지은 <어떻게 사람을 얻는가>는 대표적인 인문고전 '초한지'에서 인재경영 리더십의 원칙과 기술을 도출하는 내용의 인문경영서다. 흔한 콘셉트지만 원전인 초한지 자체가 워낙 재미있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저자로 나와있는 신상이반이라는 사람이 누구인가 알아봤더니 중국의 잡지사 <소설정선>에서 편집장을 역임하고 있는 유명 컬럼니스트라고 한다. 중국 역사 속에 담긴 지혜와 통찰을 연구하여 그 결과를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글을 주로 쓴다고 한다.
그런 저자인만큼 박식함이 사방에서 느껴지는 책이겠거니 하고 읽어봤더니 역시 그랬다. 먼저 이 책에는 초한지 외에도 삼국지, 중국 근현대사 등 다양한 역사적 사례가 등장한다. 또한 최근 중국과 대만 기업의 비즈니스 사례까지 소개되어 있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고사와 연관되는 비즈니스 사례를 새롭게 알 수 있고, 경영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역사적인 예를 알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인재경영 리더십에 관한 설명도 다채롭다.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인재를 활용하는 기술, 즉 인재경영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항우와 유방이 대치하던 '전쟁' 상황으로 비유하고, 유방의 인재술과 항우의 인재술을 비교함으로써 어떤 인재술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논의하다. 전쟁의 승자가 유방인만큼 이 책은 유방의 인재술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유방은 마흔이 넘을 때까지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러나 대륙을 통일하겠다는 장대한 꿈을 품었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줄 신하들을 모았다. 그의 인재술은 현대의 리더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어떤 리더인지, 항우 스타일인지 유방 스타일인지 생각해보았다. (반장, 동아리 부장 같은 경험 말고는) 아직 리더십을 펼칠만한 큰 기회를 얻은 적은 없지만, 유방보다는 항우 쪽에 가깝지 않나 싶다. 규칙이나 전통을 강조하느라 융통성 있는 판단을 못한 적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믿지 못해서 내가 다 하려고 한 적도 있다. 유방이었다면 좀 더 유연하게, 배포가 크게 행동했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니 내 자신이 부끄럽고,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양 최고의 인문고전 초한지와 인재경영 리더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책이다. 재미와 실용성,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는 욕심많은 리더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