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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 우리 시대 명사 50인이 지난날에 보내는 솔직한 연서
김정운.엄홍길.안성기.박경철.공병호.조영남.김창완.정민.승효상.김형경.이지성.김홍신.조수미 / 위즈덤경향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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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도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위대함은 다른 사람보다 앞서 가는 데 있지 않다. 참된 위대함은 자신의 과거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가는 데 있다.' 아무리 '긍정의 힘'이 강력하다고 해도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마저 긍정해버리면 사람은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돌아보고, 반성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사람은 성장하고, 성숙하는 게 아닐까?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를 읽으면서 참 많이 놀랐다. 박경철, 김정운, 김형경, 정민, 강지원, 손숙, 조영남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명사들에게도 이런 부끄러운 과거가 있었다니......! 보기에는 그저 부럽고 화려하기만 그 분들의 인생에도 시련이 있고, 후회스런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한편, 이 분들도 나처럼 보통의 사람이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의사이자 경제 전문가로 유명한 박경철은 자신이 의사이면서도 아버지의 건강검진에 무심했던 일을 후회한다고 했고, 학자이자 작가인 정민은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면서 외국어를 많이 섭렵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직업인이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직업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욱 후회하고, 그 때문에 더욱 열심히 자신의 분야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나중에 돌이켜보면 더 많은 책을 읽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더 많은 글을 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겠지?
후회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어린 시절 병약하여 뜻하지 않게 비주류가 되었던 경험이 경제학자의 길로 이끌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고, 강지원 변호사는 사무관, 검사로 일하느라 좀 더 일찍 인권변호사가 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이 후회가 청소년, 장애인, 여성 등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일하면서 장벽에 부딪치고 고난을 겪을 때마다 꿋꿋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나 역시 지금 겪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이 오히려 감사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