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부의 지도 - 정치와 경제가 한눈에 보이는 지도 경제학!
류비룽.린즈하오 지음, 허유영 옮김, 이상건 / 라이온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지정학을 만난 것은 어언 6년 전, 대학교 3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 처음 지정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되었고, 매시간 열심히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자랑을 좀 보태자면 성적은 A였다 ㅎㅎ)

 

혹자는 지정학에 대해 한 국가의 지리적 특성이 그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지정학의 진정한 의미는 그런 결정론적인 것이 아니다. 국제정치학에서 국력을 비교할 때 흔히 쓰는 변수인 인구나 경제력, 외교력 등의 변수에 지리적 특성이라는 가중치를 더한 것뿐이다. 지리적 특성이라는 것은 영토의 특징, 산업 분포, 민족이나 인종 구성, 종교 분포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는 데다가, 여기에 인접국가와의 관계까지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국가만 개별적으로 분석하거나 여러 국가를 지역별로 나누어 분석하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    

 

언젠가 교수님께서 지정학은 국제정치뿐 아니라 경제학을 공부할 때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어떤 학문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정치와 경제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데다가, 요즘 같은 글로벌 경제 시스템 하에서는 그 나라의 정치적인 상황을 알면 투자나 산업적인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씀이셨다. 그러면서 한 선배가 정외과 출신으로 드물게 금융권에 취업하여 지정학 지식을 활용하여 경이적인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좋아서 정외과에 들어갔지만 과연 이 지식을 어디에 써먹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던 차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솔깃했다.

 

<10년 후, 부의 지도>는 그 때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씀에 딱 들어맞는 책이다. 대만의 국제관계전문가 류비룽과 국제관계학 지식을 바탕으로 외국계 자산관리업체에서 활약한 이력이 있는 린즈하오가 공저한 이 책은, 국제관계학, 그 중에서도 지정학적 지식을 통해 투자에도 성공하는 비법이 담겨 있다. 정치외교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한 나한테는 익숙한 이야기지만, 두 학문과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는 전혀 낯선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투자에 있어 국제관계라든가 지정학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소위 '증권가 찌라시'만 봐도 그렇다. 연예인의 사소한 가십조차도 투자의 향방에, 크게는 국가 경제에 영향을 끼친다는데, 하물며 정치라고 예외일까...)

 

이 책에서 다루는 가장 큰 테마는 역시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이다. 20세기 최고의 패권국으로 탈냉전 이후 점점 커지는 듯 보였던 미국의 파워는 2001년 9.11 테러와 중국의 부상으로 주춤하고 있다. 여기에 2000년대 말 금융위기와 무역수지 적자, 재정위기 등 일련의 사건으로 미국의 국력뿐 아니라, 미국이 상징하는 자본주의 질서와 자유무역 기조에 대한 회의론마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중국은 등소평 시대 이후 점점 국력을 회복하고 있으며, 2000년대에는 기록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며, 약점으로 지목되었던 사회체제의 불안정성이라든가 내수 부족 현상도 완화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유럽 지역과 일본 등 기존 선진국의 위기, 브릭스, 아세안 등 신흥 지역의 부상이 맞물리며 국제정치는 종잡을 수 없는 흐름으로 내달리고 있다. 이 책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구체적인 데이터와 이론은 물론, 각각 지정학과 금융에 잔뼈가 굵은 두 저자의 분석과 함께 제시되어 있다.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현재 국제정치와 국제경제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 책에서 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모드에 인도, 서아시아, 중남미, 동남아,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들이 결부되는 양상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몇 세기 동안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패권을 잡는 추세였지만, 이제는 육로 대결이 새로운 추세라고 한다. 미국과 중국이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그 사이에 있는 동아시아, 서아시아, 유럽 등의 국가들과 부지런히 연계하며 세력을 넓히다보면 언젠가는 충돌하는 지점이 생길 것이다. 지리적으로 보았을 때 동아시아에 위치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에서 국제정치에 대한 관심, 그 중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국제정치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공부하는 자세가 꼭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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