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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인문학 강의 - 전 세계 교양인이 100년간 읽어온 하버드 고전수업
윌리엄 앨런 닐슨 엮음, 김영범 옮김 / 유유 / 2012년 10월
평점 :
하버드 클래식이란
하버드 대학교의 총장을 지낸 찰스 윌리엄 엘리엇이 기획하고 윌리엄 앨런 닐스 교수가 편집한 고전 시리즈로,
고등교육의 수혜를 받기 어려운 일반 대중들이 기초적인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여러 분야에 걸쳐 엄선한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시대에,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대중들을 계몽하기 위한 교양서 시리즈를 기획했다는 점도 신기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겨우 들어온 클레멘트 코스(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칼리지 수준의 인문학 교육)의 정신이
그 때 이미 존재했다는 점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것이 20세기에 미국을 최강국으로 만든 저력이 아닐까?)
<열린 인문학 강의>는 바로 이 하버드 클래식을 읽기 위한 안내서로 기획된 책이다.
쉽게 말해 하버드 클래식 시리즈의 요약서인 셈인데,
시리즈 전권을 늘어 놓으면 무려 3미터에 달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방대한 양을
이 책 한 권으로 읽을 수 있으니 독자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이 책은 크게 역사, 철학, 종교, 정치경제학, 항해와 여행, 희곡, 시 - 이렇게 일곱 파트로 되어 있다.
관심 분야인 정치경제학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맨 처음에 나오는 역사 부분부터 읽는 게 좋은 것 같다.
문명의 탄생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을 개괄한 다음,
철학, 종교, 정치경제학 등 다른 분야의 내용을 시대순으로 정리하면서 읽는 방법을 추천한다.
사실 이 책만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아서
우연히 지난 봄에 <하버드 인문학 서재>라는 책을 먼저 읽은 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하버드 클래식의 존재도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인데,
저자가 1년에 걸쳐 하버드 클래식을 읽으면서 혼자서 공부하고 느낀 점들을 담담하게 쓴 책이라서
본 적도 없는 하버드 클래식이라는 시리즈가 가깝게 느껴졌고, 심지어는 읽은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 책을 읽고 나서 <열린 인문학 강의>를 읽어보니
저자가 왜 하버드 클래식이 서양 편향적이라고 했는지(동양에 대한 부분은 불교와 논어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항해와 여행'이 정치경제학, 철학 등의 학문과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진 게 왜 신기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또 하나 신기했던 점은 분명히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학자들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을 살았던 이들인데,
이들의 글이 21세기인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생각이 시대를 앞서갔다는 뜻일까, 아니면 이 시대가 그 때에 비해 덜 성숙하다는 뜻일까.
그저 인문학의 힘이라는 말로 덮어버리기엔 아쉬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