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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ㅣ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8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를 읽고 저자인 고미숙 님의 글에 반했다.
저자 님의 명성이야 전부터 익히 들어왔으나 책을 읽어 볼 엄두는 내지 못했는데,
사주명리학에 관심이 있어 어머니와 함께 읽을겸 무심코 산 책이 뜻밖에도 매우 재미있어서
이 분의 책이라면 어떤 내용이든 다 읽어볼만 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하여 읽게 된 책이 바로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다.
저자는 경제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요, 주식투자, 재테크 같은 돈을 많이 버는 비법에 해박한 분도 아니다.
다만 '돌고 돌아 돈이라는' 돈이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세태에 대한 탄식과,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을 잃고 있는 요즘 세대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에는 '88만원 세대'의 일원으로서 공감이 되는 내용이 아주 많았다.
한 시간 꼬박 일해야 겨우 천원짜리 몇 장이 쥐어지는 알바생의 생활,
비정규직으로 '정규직만큼' 일해도 '정규직처럼'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도 겪었다.
천원짜리 대용량 과자를 사서 5일 동안 점심을 때운 적도 있다.
명품백, 외제차는커녕, 교환학생, 어학연수도 사치스런 꿈이다.
'연구공간 수유 너머', '감이당' 같은 학문 공동체를 이끌며 젊은이들의 현실을 가까이 접하고 있는 저자의 글에는
이 시대의 현실이 그 누구의 글보다도 절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현실에 대한 답도 나와 있다. 바로 공부, 그리고 공동체다.
현대 사회의 공부는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돈이 되지 않는 공부를 해도 돈이 될까? 마법처럼 들리지만 존재한다. 저자가 바로 산 증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고전문학 전공을 해도 박사학위까지 받았고,
교수가 되지 않아도 평론가, 작가로서 충분히 밥벌이를 하고 있다.
아니, 다른 이들처럼 처음부터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학문에 더욱 정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또한 학문 공동체를 만들어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는 저자 자신도 불과 십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한다.
공동체 식구 대부분이 부자도 아니요,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회인도 아니지만,
누구 하나 돈 때문에 쪼들리지도 않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돈 때문에 가족도, 애인도, 친구도 버리고, 돈이 없으면 사람도 못 만나는 세상에서,
돈 때문에 궁해지지 않고, 돈 없이도 사람을 사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나한테 1만원이 없어도, 기꺼이 천 원씩 나눠줄 친구 열 명이 있으면 궁해지지 않을 것이다.
현대의 인간은 그런 친구가 없어서 남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애를 쓰는 게 아닐까?
경제학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나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해 그 어떤 경제학 입문서보다도 많은 것을 배웠고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