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 살라딘
타리크 알리 지음, 정영목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다보면 이탈리아 및 유럽에 관한 이야기 못지 않게

터키를 비롯한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시오노 나나미의 소설을 읽고 좋아해온 나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술탄이라든지, 콘스탄티노플이 되기 전의 이스탄불이라든지, 이슬람교의 특징이라든지 등등...

 

하지만 국내에서 이슬람 문화는 무관심에 가까울만큼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편이다.

끽해야 시오노 나나미 같은 작가들이 쓴 역사서 또는 역사 소설을 읽는다든가

오르한 파묵 같은 해당 문화권의 작가들이 쓴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식을 얻는 정도다.

 

시오노 나나미의 소설에 묘사된 이슬람 문화는 기독교 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려하고 개방적인 것이 특징이다.

그리스 문화 유산을 직접적으로 이어받았기 때문에 르네상스 이전까지만 해도 학문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기독교 문화권에 비해 훨씬 앞서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타리크 알리의 [술탄 살라딘] 에는 십자군 전쟁 당시의 이슬람 문화의 수준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영국의 이슬람 문확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타리크 알리는 이 책 외에소 여러 권의 책을 쓴 유명한 작가다.

 

[술탄 살라딘] 에서 그는 11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이슬람 세계를 이끌었던 지도자 살라흐 앗 딘에 주목했다.

살라흐 앗 딘은 쿠르드 족 출신으로 드물게 왕위에 올라 프랑크인들에게 빼앗겼던 예루살렘을 탈환한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크인들은 예루살렘을 빼앗을 때 도시에 있던 모든 이민족과 이도교들을 처참하게 살해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래서 살라흐 앗 딘이 예루살렘을 탈환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또한 복수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놀랍게도 그는 다른 생각, 다른 종교를 관용하는 이슬람 정신으로 프랑크인들을 용서했다.

 

이 책은 유대인 서기 이븐 야쿠브가 술탄 살라흐 앗 딘의 곁에서 그의 일대기를 받아적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술탄 외에도 왕비, 왕자, 주변의 가신들, 환관, 궁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흡사 아라비안 나이트를 보는 듯 했고,

딱딱한 정치나 역사 이야기 외에도 당시 문화에 대한 묘사와 높은 수준의 철학 담론도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수위가 높은 부분이 제법 많으니 19세 이하의 청소년은 잘 생각해보고 읽도록... ㅎㅎ)

 

아쉽게도 살라흐 앗 딘 사후 이슬람 세계는 서구에 밀리며 급속히 쇠락했다.

문화적으로 우수했고, 경제적으로도 밀리지 않았으니, 문제는 정치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서구 국가들은 십자군 전쟁 이후 절대왕정 단계로 돌입한 반면,

이슬람 세계는 여러 왕이 난립하여 왕권이 미약했고, 통치체제 또한 통일되지 않았다.

거기에 종교 문제, 민족 문제까지 얽혀 사회 발전에 국가의 역량을 투입하기가 어려웠다.

 

 아직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는 읽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 그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분석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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