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삼십대 - 비자발적 프리랜서의 인생점검 여행기
조한웅 지음, 박링고 그림 / 소모(SOMO)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돌이켜보면 십대 때는 모든 감정이 극단적이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가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멋진 사람인 줄 알았고,

싫어하는 학교 선생님은 말 그대로 마귀 같고 독사 같았다.

수학 문제를 풀다 지겨워지면 공부가 내 적성이 아닌 것 같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싶었고,

친구와 조금만 서먹해도 세상 모든 사람이 날 버린 것 같은 절망감에 빠졌다.


다행히도 이십대가 되면서 극단적이었던 감정이 조금씩 균형감을 찾았다.

좋아했던 아이돌 가수는 생각만큼 잘나고 멋진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고,

싫어했던 학교 선생님의 처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십대들도 무섭지만 우리 때도 만만치 않았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젊은이들을 걱정했다지?)

뭔가를 하다가 지겨워지는 것은 적성 문제가 아니라 일시적인 컨디션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고,

친구와 서먹해져도 커피 한 잔, 술 한 잔으로 푸는 여유가 생겼다.


삼십대가 되면 난 또 어떻게 달라질까? [깍두기 삼십대]를 읽으면서 상상해보았다.


저자 조한웅은 대학 졸업 후 카피라이터로 십여 군데의 광고회사를 전전한 뒤 홍대에서 카페를 창업했다 접었고,

[낭만적 밥벌이], [독신남 이야기] 등의 책을 낸 후 현재는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작가다.


'비자발적 프리랜서의 인생점검 여행기'라는 부제대로

이 책은 서울에서 의정부, 전주, 통영, 부산, 제주도를 거쳐 멀리 일본까지 누비는 기행문 형식이다.

그리고 각각의 공간에서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과 학창 시절의 기억, 이십대의 단상들과

사랑, 친구, 가족, 일에 대한 깨달음 내지는 고민들이 펼쳐지는 식으로 되어 있다.


영화처럼 큰 감동이 있고 드라마처럼 반전이 있는 - 그런 에피소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억을 더듬다보면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도 같은 기분이 들만한 내용이라서 공감이 되었다.

방향 감각을 상실한 듯한 삼십대 청춘들, 어른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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