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법 - 그 많던 야자수의 열매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홍창모 지음 / 소모(SOMO)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제까지 살면서 제주도에 가본 건 단 두 번.

열 살 때 가족여행으로 한 번,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한 번 가본 게 전부다.

 두 번 다 어른의 손에 이끌려 무슨 동굴에 갔다가,

성산일출봉에 올랐다가, 말타는 사진 한 번 찍는 - 그런 여행이었다.

 

타의에 의해, 정해진 일정대로 행동하는 여행이 '그냥 여행'이라면,

자의로, 그리고 큰 계획 없이 무턱대고 덤벼드는 여행이야말로 '티오피(?)'라고 믿는 사람으로서

이제까지 한 제주 여행은 모두 그냥 여행에 불과 했다는 생각을 하면 씁쓸하기 그지 없다.

 

[제주여행법]을 읽으면서 그 씁쓸함은 배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홍창모는 제주에서 태어나 자라 스물이 되어 서울로 올라온 제주 출신의 디자이너다.

남들이 추천해주는 장소를 휙 돌아보고 제주를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제주 출신만이 아니는 '진짜 제주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고,

그런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니 내가 알던 제주는 티오피가 아닌 '그냥 제주'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재주소년'의 어느 노래 배경이기도 한 - 제주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주시청 근처라든가,

촌스럽다 싶을 만큼 옛날의 향수를 그대로 간직한 - 인천 월미도 유원지를 연상시키는 탑동,

제주사람들만 알고 찾는다는 맛집까지!

 

특히 나는 '해미안'이라는 예쁜 이름의 목욕탕이 확 끌렸다.

글쎄 이곳의 야외탕에 몸을 담그면 제주의 바다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아닌가!!!

(제주도 어느 목욕탕에 대한 고찰 <해미안> 편 참조 p.92)

바다를 보면서 목욕을 하는 건 일본 노천탕에서나 가능한 일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이것말고도 제주에는 제주 사람이 아니면 모를 멋과 재미가 많이 있을 것 같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 손에 꼭 들려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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