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처 스토리콜렉터 1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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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한국문학이 (비단 문학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일제 식민지 경험이나 한국 전쟁, 민주화운동 등 역사 문제에 관한 것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학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문학이 사회나 역사 문제로부터 완전히 무관하기란 애초부터 어렵지 않나 싶다. 미국만 보더라도 여전히 인종갈등에 관한 소설이 나오고, 유럽에서는 1,2차 세계대전과 냉전의 역사를 다룬 소설을 적잖이 볼 수 있다. 특히 나치와 홀로코스트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는 독일과 주변 국가들의 소설은 나치 피해자와 네오 나치 문제가 거론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가령 얼마전 북구 소설로는 드물게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된 밀레니엄 시리즈 역시 네오 나치의 문제를 다뤘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 [깊은 상처] 역시 나치와 홀로코스트의 상흔에 대한 소설이다. 오래 전부터 그의 명성을 들었지만 소설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를 시작으로 네 번째 작품이자 최고의 화제작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그리고 최근작 [사악한 늑대(가제)] 로 이어지는 일련의 소설들은 이른바 '타우누스 6부작'으로 불리며 독일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세 번째 작품인 [깊은 상처]는 저자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소설은 강력반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여형사 피아가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세 명이나 연달아 피살 당하는 사건을 맡게 되면서 시작된다. 평안한 노후를 보내는 줄로만 알았던 노인들의 배후에 끔찍한 역사적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기에 차기 수상 후보인 유타 칼텐제가 속한 명문 칼텐제 가문이 엮이면서 사건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서독 출신으로 가족 중에 피난민이 없는 저자가 동프로이센 피난민 출신의 인물들의 삶에 대해 소설을 썼다는 것은, 우리나라로 치면 남한에서 태어나 가족 중에 피난민이 없는 사람이 이북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소설을 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연이 없다는 이유로 역사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누군가 그곳에서 태어나 살았던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나도 모르는 인연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현실은 과거로부터 비롯된 현재를 사는 이상 과거를 몰라서는 안된다. 이런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한국의 독자들이 잘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역사적 의의 외에도 이 책의 장점은 아주 많다. 무엇보다도 보덴슈타인과 피아라는 주인공 두 사람의 캐릭터와 관계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추리소설 내지 형사물은 사건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역할이 매우 큰데, 냉철함과 침착함이 돋보이는 보덴슈타인과, 형사물에 나오는 형사로서는 드물게 여성이며, 적극적이고 감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피아, 이 두 사람의 조합을 보는 맛에 다른 시리즈도 읽고 싶어졌다.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성격, 직업, 계층 등이 다양하게 제시되는 점과, 스토리 구조가 마지막까지도 범인을 추측할 수 없게끔 탄탄하게 짜인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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