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살며, 생각하며, 배우며
이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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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사회에 나와보니 학교에서 가르쳐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일단은 옷 입기와 화장하기. 중, 고등학교 시절 내내 칙칙한 교복, 편하기만 한 체육복만 입고 지내다보니 사람 만나고 사회생활 하면서 꼭 필요한 옷 입는 감각은 못 길렀다. 이래봬도 옷이 의식주 중의 하나인데도 말이다. 사람 사귀는 방법도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학교에서는 보통 앉는 자리가 가깝거나 등하교 할 때 집 방향이 같은 친구들,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친구를 사귀기 쉽다. 하지만 사회에 나오면 자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사람을 사귈 수도 없고, 집 방향이 같다고 무작정 친구가 될 수도 없고, 취미 활동을 하면서 사람 만나는 것도 제한적이다. 수학문제 풀고 영단어 외우듯이 사회생활 잘 하는 방법, 어른이 되는 방법을 배웠다면 사회에 나와 조금 덜 울고 더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배우고 싶은 것이 바로 사랑. 사랑하는 방법은 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일까? 사랑은 본능이라지만, 막상 사랑에 빠지면 본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어느 정도 기술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능만 믿고 덤벼든 첫사랑과, 첫사랑을 잊기 위해 만난 두번째 사랑이 모두 실패로 끝난 건 내 본능 부족이 아니고 연습부족, 스킬부족이다. (라고 믿고 싶다...)

 

<사랑할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제목만 보았을 때는 흔한 연애 에세이일 줄 알고 사실 처음엔 슬렁슬렁 읽었다. 한장 한장 읽다보니 이게 웬걸. 이 책이 그저 그런 연애 에세이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저자의 독서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롤랑 바르트, 슬라보예 지젝, 앤서니 기든스, 리처드 도킨스 등 철학과 인문학, 자연과학 분야의 유명한 학자들부터 정유정의 '7년의 밤' 같은 최신 소설, 이성복 시인까지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좋은 글들이 이 책에 인용된 원전이다. 게다가 이 글들을 오직 '사랑'이라는 주제로 엮고 다듬은 저자의 글재주라니... 책 읽고 글 쓰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눈이 휘둥그레 지고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아, 나도 언젠가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책에는 두려움, 방황, 욕망, 환상, 조건, 기다림, 외로움, 미련, 스킨십, 편견, 강박, 운명 등 사랑의 테마 열 두 가지가 각각 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느낀 점은 사랑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나를 아는 것이라는 점. 사랑이 두려운 것은 내가 나를 아직 몰라서이고, 상대의 조건만 따지는 것 역시 나의 부족함을 정확히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안다면, 나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인정할 줄 안다면 상대의 허상만 보고 사랑에 빠졌다가 후회할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고, 조건만 따지느라 소중한 인연을 놓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한 사랑을 하기 전에 먼저 사랑을 알아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사랑, 친구나 선배, 언니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일뿐, 나의 사랑과 다르다. 내가 하고 싶은 사랑, 상대가 원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궁극적으로는 서로 어떤 사랑의 모습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 때, 재벌 2세를 꿈꾸고 명품백 선물로 사랑의 크기를 재는 멍청한 사랑'놀음'을 피할 수 있다.

 

사랑을 배우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시중의 연애 책들은 남성과 여성을 반으로 나눈 채 성별에 따른 심리만을 늘어놓기 때문에 아무리 읽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남자와 여자라는 틀에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다 사랑은 심리를 헤아리는 성별 역할극이 아니거든요. 얄팍한 연애서를 읽어 그대로 할 수 있다면 우린 이미 '연애의 달인'이 되었겠죠. 설익은 경험들을 마구 늘어놓고 어쭙잖게 충고하는 연애상담이 아니라 인간은 왜 사랑을 하며, 사랑이란 무엇인지 파고들어갈 때, 진정한 사랑이 시작되고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p.6 서문 중에서)

 

놀라운 것은 이미 동서양의 수많은 학자들과 작가들이 후세를 위해 사랑의 교훈들을 글로 남겨두었다는 점이다. 어떤 사랑이 불안정하고 위험한지, 처음엔 좋았던 사랑이 어떻게 식어가는지, 우리는 이미 여러 책과 영화, 드라마, 음악을 통해 스스로 배웠고,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학교에서는 사랑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사랑 앞에서 두려워하고 연인을 힘들게 만들고 결국 사랑에 실패하는 것일까? 그것이야말로 연습부족, 스킬부족이 아닐까? 사랑에도 연습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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