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아했던 것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2
미야모토 테루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주말 도서관에 갔을 때 일본소설 코너를 보다가 이동진 평론가님이 미야모토 테루를 좋아한다고 하신 게 기억나서 딱 한 권 있던 <우리가 좋아했던 것>을 빌렸다. 미야모토 테루가 썼다는 것 말고는 책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몰라서 이 책이 연애소설인지, 가족소설인지, 스릴러인지 감도 못 잡고 '어떻게 끝이 날까' 궁금해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었다.

 

이 소설은 주인공 요시가 친구 당나귀, 그리코 우연히 바에서 만난 여성 아이코와 요코 - 이렇게 넷이서 뜻하지 않은 공동생활을 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의 남녀 넷이 한 집에 살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상상대로(!) 금세 두 쌍의 커플이 생겨났고, 동거라고 부르기는 부족하고 그냥 공동생활이라고 부르기는 또 아쉬운 관계로 발전한다. 디자이너인 요시는 자기 회사를 차리는 것이 꿈이고, 카메라맨인 당나귀는 지구상에 얼마 없다는 나비를 사진에 담는 것이 꿈이다. 아이코는 회사원이고 요코는 독립을 앞둔 실력있는 미용사다. 모두들 자기 일이 있고 삶이 있는 어엿한 성인이지만, 같이 살게 되면서부터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비밀과 오래된 상처가 드러난다. 이 때 이들은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얼마 없는 돈을 모으고 합심하며 서로를 돕는다. 그들마저 '우리는 왜 남이 곤란에 빠진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일까' 자문하게 될 만큼 큰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네 사람은 겉만 자란 어른아이에서 속까지 여문 어른으로 '진짜 성장'을 한다.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은 설정이고 매력적인 에피소드도 많아서 읽는 내내 즐거웠고 책장을 덮을 때는 가슴뭉클했다. 훗날 나는 무엇을 좋아'했다'고 말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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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상하게도 우리 네 사람은 하나같이 남을 위해 살아가려고 한 것이다. 자각하지 못한 채, 같은 경향을 가진 네 사람이 우연히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데 가치나 행복을 느끼는 자신의 성향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슨 인연인지 우리는 한 자리에 모였다. 남을 위해 살아가자고 한 것도 아니고 그러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남이 곤란에 빠진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p.245)

 

시간도 우연도 돈으로는 살 수 없다는 네 말은 옳아. 그렇지만 생명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해. 돈이란 놈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놈을 위해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거야. (p.156)

 

우리는 마음에 너무 민감하면 사회적인 방해꾼으로 취급받는 시대에 살고 있어. 마음의 느낌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이 사회의 둔감증을 견딜 수 없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히고 말아. 그러지 않고서는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됐어.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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