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꿈이었을까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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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정주행하는 중이다. 들으면서 책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고 느낀 점도 많다. 그 중 하나는 내가 소설을 많이 안 읽었다는 것. 외국문학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도 꾸준히 읽고, 일본문학을 나름 즐겨 읽는 편이지만 한국 소설은 좋아하는 작가만 편식?편독?해온 것 같다. 마침 어제 들은 '빨책'에 얼마전 <태연한 인생>이라는 신작을 내신 소설가 은희경 님이 직접 스튜디오에 나오셨길래, 이참에 작가님을 비롯해서 한국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도서관 가서 여러권 빌려왔다. (은희경의 '그것은 꿈이었을까', 김중혁의 '펭귄 뉴스', 김탁환의 '노서아가비' 등등)


소설의 주제나 줄거리에 관한 감상보다도, 일단 문장이 좋았고, 비틀즈의 음악과 함께 흘러가는 구성이 좋았다. 소설의 몽환적이고 음울한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이 책이 하이텔에 연재가 된 소설이라는 점이다. (하이텔이라니...! 응답하라 1997!!!이 책은 개정판으로, 초판은 1999년에 나왔고, 그보다도 먼저 하이텔에 연재가 되었다고 하니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연재 소설은 그다지 새로운 게 아닌 모양이다. 당시만 해도 PC 통신에 소설을 먼저 연재하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 출간한다는 것이 참 신선한 시도였을 것 같은데, 이제는 팟캐스트를 통해 저자의 육성으로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궁금해져서 소설을 찾는 시대가 되었으니 참 신기하다. 미래에는 과연 소설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읽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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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치 물의 여행처럼. ... 정말 그뿐일까. ... 한번 존재한 것이 영원히 존재한다면 얼마 전 오려두기를 했다가 잘못해서 날려버린 진의 컴퓨터 파일은 어디에 존재해 있다는 것일까. (p,50)

 

진은 인생이란 택시 잡기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가 잡히고 안 잡히고는 전적으로 운이겠지. 둘 중 하나잖아. 어떻게 보면 확률이란 성립이 안 돼. 잡힐 확률이 구십구 퍼센트라고 하더라도 하필이면 내가 일 퍼센트에 속해서 택시를 못 잡을 수도 있는 문제니까. 그런 줄 알면서도 택시가 잘 잡힐 만한 곳을 조사하고 통계를 내고, 또 그 정보를 알아내고 그 정보가 지시하는 위치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게 인생이겠지. ... 세상은 무위를 용납하지 않으니까. (p.150)


꿈을 꾸지 않게 되면 떨어질 곳도 날아오를 곳도 없어진다. 누군가는 위에서 걷고 또 누군가는 아래에서 걷겠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반복되는 시간의 평지를 걷는다는 점은 다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걷다보면 죽음과 만난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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