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신화에서 찾은 '다시 나를 찾는 힘'
구본형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경제경영, 자기계발 분야와 인문학을 접목하는 것이 요즘 출판계의 트렌드인가 보다. 얼마 전에 읽은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인문학에서 경제학의 원리를 찾았고, <공병호의 고전 강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자기계발의 교훈을 찾았다. 인문학의 위기 속에 이런 식으로라도 인문학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반길 일이 아닌가 싶다. 아니, 원래 인문학은 텍스트, 그 외의 학문은 텍스트를 해석하기 위한 수단 내지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학자, 작가들의 연구 방법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까.

 

이번에 읽은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도 이러한 트렌드를 이어가고 있는 책이다. 변화경영사상가로서 활발한 저술 및 코칭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 구본형은 이번 책에서 서구의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신화에서 자기계발의 비법을 찾았다.

 

수많은 텍스트 중에 저자는 왜 신화를 선택했을까? 알다시피 신화에는 변신, 변화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동물, 심지어는 빗물로 변신을 하기도 했고, 그 전까지는 평범했던 인물이 어떤 사건을 통해 영웅으로, 왕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이 '변화경영' 사상가인 저자의 마음을 울렸고, 신화 속 이야기를 변화경영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훌륭한 교훈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제까지 신화를 그저 이야기로만 읽었는데, 저자를 보니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관점으로 해석을 하면 사람에 따라 수백, 수천가지의 변용이 가능할 것 같다. 나는 신화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앞으로의 숙제다.

 

이 책은 각 챕터마다 제우스, 비너스, 시시포스, 이카루스, 피그말리온 등 잘 알려진 (그러나 여간해서는 제대로 읽어본 적이 거의 없을) 신화 속 명 장면이 등장하고 저자의 해석과 견해가 더해지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신화 이야기야 원체 재미가 있지만, 저자의 글이 하도 좋아서 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또한 이야기마다 뒤따르는 저자의 설명이 탁월하고, 조셉 캠벨, 칼 융 등 다양한 인물의 삶이나 어록이 인용되어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나는 '피그말리온' 챕터에 나오는 루 살로메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까지 여러 책에서 단편적으로 읽다가 이번에 자세히 알게 된 것도 있지만, 그녀의 삶을 피그말리온 이야기와 연결한 점이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희대의 인물들의 가슴에 사랑의 씨앗을 뿌린 여성으로서뿐만 아니라, 어느 남성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그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완성한 여인, 루 살로메. '염원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깎아, 단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낸' (p.109) 그녀의 삶이 참 멋지게 느껴졌고, 닮을 수만 있다면 닮고 싶다. 

 

이 책 자체도 배울 거리가 매우 많지만, 나는 저자의 삶의 행보 자체도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작년 초여름에 저자의 <깊은 인생>을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 책에서 저자가 역사학도에서 직장인, 그 후엔 변화경영 전문가이자 사상가, 작가로 변화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특히 조셉 캠벨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일 년이 조금 넘은 지금 그의 신간을 보니 여전히, 그리고 끊임 없이 변화하는 삶을 살고 계시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고, 살아보고자 하는 모습에 점점 가까워지고 계신 것 같아서 독자로서 뿌듯하고 또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더욱 저자의 글이 마음에 와닿고, 변화하는 삶을 살고 싶으면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저자의 행보를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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