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정치혁명 세대의 탄생 - 네트워크 세대는 어떻게 21세기 정치의 킹메이커가 되는가?
한종우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예전에는 선거운동 하면 후보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여 군중 앞에서 연설을 하거나, 지하철이나 길거리, 시장 등에서 유권자들을 한명 한명 만나며 유세를 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선거운동의 특성상 후보자들이 만나는 유권자들도 학교나 직장에 있는 청년층보다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선거운동 풍경은 조금 다르다. 과거의 모습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형태의 선거운동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간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이 활발해지더니, 얼마 전부터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 서비스를 통한 선거운동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매체들은 후보자 개인과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쌍방향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또한 그동안 주요 유권자층에서 배제되다시피 했던 젊은층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래의 유권자인 청소년층도 인터넷을 통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일도 적지 않다.

 

+

 

<소셜 정치혁명 세대의 탄생>은 바로 이러한 새로운 정치현상을 적확하게 짚어내고 구체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 한종우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미국 시러큐스 대학에서 석사, 박사를 취득하고 맥스웰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사이버 세대의 정치현상에 관해 활발한 연구,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정치학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같은 디지털 정보 기술을 활용하여 한국의 정치문화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분석 자료와 함께 보여주었다. 정치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등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주제들이 한 데 어우러져 있어서 어떤 책일지 궁금했는데 읽어보니 역시 좋았다.

 

먼저 저자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변화 현상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 현상의 기원을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과거 알렉산더 토크빌이 당시 신대륙이었던 미국에서 발견한 '타운 미팅'을 이 현상의 기원으로 제시했다. 토크빌은 권력 상층부의 주도 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공 문제를 논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타운 미팅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한국의 유권자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정치 문제를 논의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현상은 현대판 타운 미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이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도 아니다. 4년 전 미국 대선에서 정치 신인이나 다름 없던 오바마가 노장 맥케인을 누르고 대통령으로 선출된 데에는 디지털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젊은 세대들의 공이 컸다. 또한 이집트, 튀니지 등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에도 트위터, 페이스북의 영향이 컸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 있는 'R세대'에도 주목했다. R세대는 다른 말로 '2030세대'로도 불리는데, 신네트워크 정보 기술의 폭발적 보급과 동원력을 바탕으로 정치 무관심층에서 참여적 유권자로 극적으로 변모한 점이 특징이다. (p.124) 흔히 젊은 세대는 개인주의적인 속성이 강하고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말이 있는데, R세대는 다르다. 부모 세대인 386세대에 비하면 이념적인 성향도 낮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부여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R세대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휴대폰을 자유자재로 이용해 왔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에 친숙하고,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 미디어 활동을 통해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도 크다.

 

특히 저자는 '생활정치'라는 개념에 주목하여 R세대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생활정치란 앤서니 기든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평등이나 해방과 같은 이슈들과는 관련이 적고, 급속한 탈전통화 추세 속에서 개인이 자신의 삶을 구축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p.169) R세대는 정치 외에도 경제, 환경, 문화, 복지 등 다양한 이슈에 관심이 많고, 이는 바로 생활정치에 속하는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R세대는 당장 정치에 관심이 없어도 내가 좋아하는 문화, 내가 관심 있는 환경 문제에 찬성하는 후보자가 있으면 바로 열성적인 유권자층으로 돌변할 수 있다. R세대의 이러한 특징을 잘 이해하고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후보자가 정치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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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책 후반부에 일본 정치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일본 정치에 관심이 많아 이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비슷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는 대신,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거나, 왜 일본은 이러한 변화에서 뒤처지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책이 차후 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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