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고전강독 3 -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진정한 행복을 묻다 공병호의 고전강독 3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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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인가, 서울 모 처에서 열린 공병호 소장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때가 마침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는데, 그 강연에서 공병호 소장님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다. 청중들의 질문에 정성스럽게 답해주시는 모습,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하시면서 즐거워하시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귀감으로 남아있다. 그 때 그 소장님의 모습을 보며 언제나 겸허하게 살고, 마음 먹은 일은 포기하지 말고 꼭 이뤄내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들었던 앞으로의 계획 중에 고전을 바탕으로 하는 책을 쓰고 싶다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공병호의 고전 강독' 시리즈가 그 결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책을 받았을 때 가슴이 무척 설렜다. 계획한 일은 반드시 실현시키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책 한 권이지만 한 사람의 오랜 꿈이 실현된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고, 책을 대하는 마음이 경건해졌다. 그 때 이런 책을 구상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내심 어떤 책으로 완성이 될까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왠지 운명 같은(!) 기분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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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째를 맞이한 '공병호의 고전강독' 시리즈는 1,2부에서는 서양 철학 사상의 원류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다뤘고, 이번 3부에서는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메인이다. 고전강독이라는 제목 답게 각 챕터마다 원전인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번역본이 먼저 제시되고 그에 대한 저자의 풀이와 견해가 해설처럼 덧붙여진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인문서, 철학서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고전 번역본만 보면 낯선 어휘도 있고 딱딱한 개념이 많이 등장하는 데다가, 추상적인 문장이 많아서 어려웠다. 하지만 저자의 해설 부분은 저자가 직접 겪었거나 주변에서 관찰한 경험담, 사례도 나오고, 현대어로 쉽게 풀이가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이렇게 읽으면 어려운 고전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고전강독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면 고전이 한결 친숙하게 느껴질 것 같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들 니코마코스를 위해 쓴 책으로 알려져 있는데, 재미있게도 저자 역시 이 책에 아들과의 애틋한 추억이 담겨있다고 한다. 저자의 막내 아들이 군입대를 하고나서 저자는 아들이 떠나고 없는 방에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그 책이 바로 '니코마코스 윤리학'이었다. 마침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했지만, 아들이 학교에서 이 책을 공부하면서 여백에 메모를 하기도 하고, 밑줄을 그은 부분을 보니 마치 입대한 아들과 대화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고, 저자는 입대한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고대와 현대의 두 부자(父子)가 같은 책 한 권을 통해 교감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렇게 읽게 된 이 책에서 저자는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윤리학'이라는 제목만 보면 이 책이 윤리나 도덕에 관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직접 저자가 읽어보니 요즘 말하는 '자기계발서'의 고전이라고 봐도 좋을만큼 개인의 행복과 성공에 관한 이야기로 풀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저술한 수많은 책 중에서 이 책을 이번 시리즈의 주제로 선정했고, '행복과 성공에 관한 인류 최고의 고전'으로 이 책을 평가한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고대 그리스의 인물인 아리스토텔레스가 현대의 자기계발서의 고전을 제시했다는 저자의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 책을 읽어보니 먼 옛날 고대 그리스에서 쓰인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자기계발서를 연상시키는 구절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간의 모든 행위와 선택은 결국 행복을 향한 것이다, 행복을 위해서는 탁월성을 갖춰야 한다, 탁월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한다 등 현대 자기계발서라고 해도 감쪽 같이 속을 만한 경구들을 보며 역시 기본적인 원칙과 철학은 시대를 관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자기계발서의 창시자로 일컫는 사람이 미국의 데일 카네기인데, 최근에 읽은 책들을 보면 그는 결국 자본주의, 산업시대에 한정된 자기계발서를 쓴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특정 시대, 특정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도리와 역할에 관한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근래에 나온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깊이와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고대의 사상가인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인간에게 있어 더없이 중요한 것은 행복,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충분히 활용하며 사는 것이었지만, 요즘 나오는 자기계발서를 보면 그저 직장에서 성공하고, 돈 많이 벌고, 남들보다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팁만 제시된 것도 많다. 인생에는 물질적인 풍요나 남과 비교해서 얻어지는 우월감보다 중요한 것이 많은데 현대인들은 그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전을 읽고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공병호의 고전강독' 역시 그런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으로서, 자기계발을 위해, 성공을 위해 먼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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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 읽고보니 미처 못 읽은 공병호의 고전강독 1,2, 그리고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여름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과 교감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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