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사회 - 솔깃해서 위태로운 소문의 심리학
니콜라스 디폰조 지음, 곽윤정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하루라도 루머를 듣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루머사회>를 읽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모 방송 프로그램에 여배우 고소영 씨가 출연해서 몇 년 전 악성 루머로 인해 심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털어놔 화제가 되었다. 또 지난 주말에는 모 걸그룹에 관한 루머로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졌었다. 연예계 루머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접하는 루머도 참 많다. 회사 상황이 실은 어떻다더라, 어느 부서 누구와 누구가 그렇고 그런 관계라더라, 이웃집 누구 엄마가 어떻고, 친구 누가 어떻고 등등...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또 아무리 세상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단 한번 루머를 들으면 신경이 쓰이고 더 알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인터넷이나 커뮤니티 게시판 같은 데서 이니셜 루머를 접할 때마다, 그닥 궁금하지 않은데도 이니셜의 주인공이 누군지 검색해보고 싶어지고, 스캔들이나 루머에 빠삭한 친구나 지인에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참, 이런 루머에 대한 관심만 좀 끊었어도 내 생활이 더 윤택해질 수 있었을텐데... 쩝쩝...

 

이 책의 저자 니콜라스 디폰조는 자타공인 세계최고의 루머 전문가라고 한다. 심리학에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루머에 관심을 가진 학자가 있다는 사실이 일단 신기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루머 전문가로서 루머가 어떻게 만들어는지부터 루머의 다양한 종류 - 소문, 뒷담화, 도시괴담 등 -, 그리고 사람들이 루머에 열광하는 이유, 루머를 통제하는 방법 등 루머에 관해 연구하고 분석한 내용이 총망라 되어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사람들이 루머에 열광하는 이유에 관한 저자의 분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이 루머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불안감' 때문이다. 진실을 알기 전까지 불안한 상태에 있는 것보다는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뜬 소문을 믿는 것이 사람들한테는 훨씬 안정적인 상태라고 한다. 예를 들어 회사 사정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회사가 곧 구조조정을 한다는 소문을 듣고 어떻게든 대비를 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으로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즉 소문에 좌지우지 되다보면 정작 자기가 가장 하고 싶고, 자기한테 가장 중요한 일은 놓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보면 소문이라는 것이 그저 뜬소문, 스캔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내 인생, 내 생활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루머가 스캔들이나 연예계 가십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 PR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 스마트폰을 통해 SNS서비스가 보급 되면서 이런 서비스를 통해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는 버즈 마케팅, 입소문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마케팅 방법은 입소문이 역사가 깊은 마케팅 수단인 것은 사실이고, 잘만 사용하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좋은 점을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또 저비용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모 회사 제품은 쓰면 안 되는 위험한 원료를 쓴다더라, 모 회사는 특정 정치 성향을 지녔다더라 등등 악성 루머인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실제로 세계적인 몇몇 기업은 특정 인종, 특정 종교를 후원한다는 루머에 오랫동안 시달리기도 했고, 잘못 알려진 소문으로 인해 잘 만들어진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오해를 받고 외면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기업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루머를 제대로 이해하고,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고보면 세상에는 루머에 휘둘리는 사람과 루머를 휘두르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루머를 휘두르는 사람은 아니고, 루머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신하... 고 싶지만 루머에 휘둘리는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좋게 사용하면 약도 될 수 있지만, 나쁘게 사용하면 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발 없는 말을 천 리 가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루머다. <루머사회>를 읽으며 나는 오늘도 루머에 휘둘렸는지, 아니면 루머를 휘둘렀는지, 앞으로 루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등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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