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 북미 최후의 인디언이 천 년을 넘어 전한 마지막 지혜
위베르 망시옹.스테파니 벨랑제 지음, 권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돈을 사랑하지 않는 그들을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반값 도서로 나온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있다. 저 가진 것도 얼마 없으면서 한 번 만나고 그만일 나그네를 위해 먹을 것, 입을 것을 내어주는 인도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소유'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전보다 가진 것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만큼 가지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지금 가지고 있는 옷도 충분히 많은데 매 시즌마다, 아니 모임 약속이 잡힐 때마다, 일이 생길 때마다, 심하게는 즐겨 찾는 쇼핑몰의 신상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위시리스트 - '가지고 싶은' 옷의 목록이 늘어나는 건 왜일까. 이쯤되면 정말 필요해서, 가 아니라 그저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요, 채워도 채워도 차지 않을 소유욕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의 저자 위베르 망시옹과 스테파니 벨랑제는 바로 이런 탐욕의 시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한 것 같다. 망시옹은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고, 벨랑제는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했으며 퀘벡 TV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로프트 스토리'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력만 보아서는 물질 문명의 가장 중심에서 살아온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망시옹이 직접 북미대륙의 최북단인 북퀘벡에 가서 그곳에 사는 인디언 '크리족'에 관한 기록을 시작하면서 삶의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망시옹은 <몬트리올에서 살아남은 유럽인들>, <최후의 자유, 치부가모에 대해서> 등 인디언 관련 서적을 연이어 발표하며 인디언 연구를 이어가고 있고, 벨랑제는 크리족의 오랜 전통과 지혜의 정수를 망시옹에게 들려주며 함께 집필하고 있다. 

 

사물들이 맺고 있는 현재의 관계를 살피는 데 집중하다 보면 당연히 자유의 개념도 바뀐다. 세상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나 역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내 행동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훨씬 많아지게 된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처럼 원주민들은 행동 하나하나가 전체 환경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살아 있는 생물뿐만 아니라 무생물도 마찬가지라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사냥감도 죽었든 살았든 존중해서 다뤄야 한다. 돌, 물, 산도 섣불리 대해서는 안 딘다. 모든 것이 균형이고, 관계이며 조화이기 때문이다. (p.49)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크리족에 대해 경의를 표현할 목적으로 집필된 이 책은 인디언 관련 서적 중 단연 최고의 학술적 가치를 지닌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크리족에 대한 인류학적 조사는 물론, 그들의 삶으로부터 현대인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지혜까지 무엇 하나 빼놓지 않은 책이다. 물질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크리족의 삶은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정치, 문화적인 수준도 낮아 보이지만, 정말 그럴까? 저자가 직접 크리족과 살며 그들의 삶을 관찰한 바에 따르면, 현대인들이 돈과 자본을 추구하느라 놓치고 있는 진정한 행복과 마음의 안정, 건강, 영적인 성장과 치유 등 인간으로 태어나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끽하고 있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들이라고 한다. 

 

미디어는 전 세계에 사랑이라는 한 가지 표상을 전파했고, 그것은 우리의 집단무의식을 지배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미디어가 규정한 최고의 사랑은 로맨틱하고 관능적이다. 그러다 보니 그런 사랑의 감정을 알지 못하는 민족은 사랑이라는 걸 모르나 보다, 하고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 어떤 슬라브족 노부인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영화 속 주인공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며서 영화와 같은 상황에 처해보지 못했으니 자신은 남편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할머니는 영화에 등장하는 신경질적인 여자 주인공들보다 더 많은 사랑을 탐험했을 것이다. (pp.160-1)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왜 물질적인 혜택은 누리면서도 정신적으로, 영적으로는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책에서도 지적한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현대의 소유는 결국 내가 진정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보다는, 남이 가진 것을 보고, TV 드라마나 광고 속 연예인이 가진 것을 보고 부럽고 탐이 나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그러다보니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가지게 되고, 그만큼 자원이, 물과 공기 같은 자연이 쓸데 없이 소비되고, 그러면 결국 그 영향이 나에게로 돌아와서 몸에 병이나거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로 시작하는 인디언들의 시가 더욱 애달프고 절절하게 들리는 것은. 저자들이 물질 문명의 한 가운데에서 살면서도 크리족의 삶을 동경하여 그들의 지혜를 구한 것이 괜한 일이 아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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