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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코마에 두부 - 생뚱맞고 시건방진 차별화 전략
이토 신고 지음, 김치영.김세원 옮김 / 가디언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콩으로 만든 음식을 참 좋아한다. 그냥 먹는 콩도 맛있고, 삶아서 먹는 콩도 맛있고, 두부, 두유, 청국장, 콩국수 등등 하나같이 다 맛있다. 그 중에서도 두부는 가장 질리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고, 요리법도 다양해서 즐겨먹는데, 이 두부는 한국 사람도 참 좋아하지만 일본에서도 인기가 엄청나다.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간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굽거나 으께서 다른 재료와 볶아 먹기도 하고, 색다르게 튀겨 먹거나, 중국식으로 마파두부를 만들어 먹는 것도 대중화 되어있다.
이 두부에 일생을 바친 일본인이 있다. 이름은 이토 신고. 아버지가 운영하던 두부 하청업체를 이어받아 고작 '두부 한 모'로 700억 신화를 달성한 대단한 인물이다. 그가 만든 '오토코마에 두부'는 일본 닛케이트렌드지 선정 '일본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선정될만큼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의 성공의 비결은 다름아닌 독특하고 엽기적인 차별화 전략! '오토코마에(男前) 두부'라는 이름만 봐도 이 두부가 얼마나 특이한지 알 수 있다. '오토코마에'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남자다운', '터프한', '강한' 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말이다. 서민들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두부라는 식품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 신선함이, 독창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했다. 일본 전통 이미지를 살린 패키지도 '디자인 강국' 일본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요인 중 하나다. 불황 속에서 다른 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가격을 내리며 가격경쟁을 할 때 나홀로 가격을 올리며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 점도 특이하다. 인터넷 홈페이지, 블로그 등을 통해 바로바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훈도시 축제' 같은 독특한 이벤트를 열며 대기업의 안일한 홍보방식과 차별화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 '오토코마에 두부'야말로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혼자 'NO'를 외치는, 그런 업체가 아닐런지.
이토 신고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을까? 나는 무엇보다 학창시절 열광했던 스타들의 이미지를 잘 기억해서 제품에 적용한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가 제품에 차용한 '오토코마에' 이미지는 어린시절부터 그가 동경해온 야자와 에이키치, 우키야 도지로 같은 스타들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60년대생 남성들의 로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들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걷는 자유로운 정신, 반항아 정신 등을 상징한다. 그는 이 스타들한테 열광했던 시기를 잊지 않고 제품에 반영했다. 캐릭터, 디자인뿐만 아니라 업계 포지셔닝까지도 이들의 이미지와 일치했다. 주 소비층인 같은 세대의 소비자들한테 어필한 것은 당연하다.
내가 하도 재미있게 읽고 있으니 동생까지도 옆에 와서 읽으며 '너무 재밌다'를 연발했다. 신선식품이라서, 일본에서만 이 두부를 먹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아쉽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언젠가 일본에 갈 기회가 생기면 '오토코마에 두부', 꼭 먹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