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동안 읽은 책들을 대강 세어보니, 외국어, 학습서, 실용서는 제외하고 139권 정도 되네요.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책들을 골라서 정리해보았습니다. 순서는 가나다순입니다.

 

 

내 인생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에 종사하다가 인생 후반에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에 눈을 떠서 과감히 전직을 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올해 최고로 hot한 소설 중 하나인 <7년의 밤>의 저자 정유정 작가님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아마 의료계통에 종사하시다가 작가가 되셨다고 하죠.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개인의 적성이나 능력보다 돈이나 명예 등 물질적인 결과만 중시하고, 20대, 30대, 1년, 3년, 10년... 이렇게 단기적으로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무조건 달성할 것을 강요하는 반면, 이 책은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일과 인생이라는 화두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보게끔 하고, 일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전반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지금 무엇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스스로 고민하게끔 한 점이 좋았습니다. 이직, 전직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고, 일에 대한 가치관도 변해가는 요즘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룬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노 임팩트맨 저자가 실제로 1년 동안 지구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살아보는 프로젝트에 도전한 일을 수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 지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쉽지, 생활 필수품이나 전기, 수도 같은 에너지 자원까지 쓰지 않고 스스로 자급자족하면서 사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수기 형식이라서 읽기 쉽고 재미있어요. 환경운동,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모르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닥치고 정치 사실 베스트셀러를 바로바로 챙겨서 읽는 편은 아니고, 읽더라도 일부러 한참 뒤에 읽는 편인데요, 이 책은 워낙 화제라서 읽어봤는데 예상 외로 좋았어요. 한국 정치의 문제의 원인을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문제에서 찾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책부터도 어려운 정치학적 개념을 최대한 배제하고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문제의 핵심을 제시한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꼼수'의 인기에 힘입은 덕도 있지만,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로 사랑받는 것을 보면 우리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도 많고, 좋은 책이 있으면 기꺼이 읽어볼 의향도 있는 것이겠지요. 이 책의 인기가 한 번의 열풍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져서 한국 정치에도 좋은 영향으로 작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방랑식객 자연 그대로의 재료로 한국인의 입맛에 맛는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님이 우리나라 방방곡곡부터 일본, 중국 등을 누비며 요리를 만드는 내용입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풀 냄새가 나는 것 같고 푸근하고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읽으면서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건강을 생각해서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빅 픽처 이 책을 쓴 더글라스 케네디는 본국인 미국보다도 유럽에서 더 인기가 많다고 하죠. 스토리 전개가 정말 흥미롭고, 그러면서도 인생의 교훈을 잘 담고 있어서 '재미'와 '의미'라는ㅡ 소설이 갖춰야 할 두 가지 축을 모두 갖춘 소설이었습니다. 요즘 이분의 다른 작품 <위험한 관계>를 원서로 읽고 있는데 이 책도 참 재밌네요.

 

 

 

3096일 최근에 읽은 책이기도 하지만, 워낙 충격적인 내용이라서 올해 읽은 책 중에 이 책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 책이 없었어요. 1988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소녀 나타샤 캄푸쉬가 실제로 10살 때 한 남자에 의해 납치되어 8년에 이르는 시간을 지하 감옥에 감금되어 폭력과 성폭행 등을 견디고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내용입니다. 사실 에세이라는 장르가 자칫 작가의 소소한 감상이나 소회 같은 것 주가 되어 신변잡기적인 정도로 그치기 쉬운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에세이가 그 어떤 소설보다도 강렬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 CNN 앵커 앤더슨 쿠퍼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 언론인이 되고나서의 생활 등에 대해 직접 고백한 자서전. 외가가 미국에서 손꼽히는 재벌가이고 어머니가 유명 디자이너여서 어릴 때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았는데, 아버지와 형의 잇단 죽음으로 부나 명예, 그리고 인생이라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죽음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전쟁터에서 보도를 하는 저널리스트가 되었다고 합니다. 본인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쓰여있어서 더욱 마음에 와닿았고, 이 책 읽고 이 분 팬 되어서 뉴스도 챙겨보고 인터넷에서 이 분이 진행하는 토크쇼도 찾아보고 있네요 ㅎㅎ

 

 

소셜 애니멀 가상의 두 인물의 일생을 통해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한 내용인데요, 저는 성공 보다도 인간의 일생을 관찰하는 데 있어 교육학,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경영학, 정치학 등 무수히 많은 학문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어요. 여러 학문에 두루두루 관심이 많고,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사회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눈을 가지고 싶은 분들한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언어의 감옥에서 지난해 내내 생각했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고민할 문제를 제시한 책입니다. 재일교포인 저자가 일본어를 쓰고 일본어로 생각하면서 재일동포의 주체성, 독자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자기모순과 한일문제의 접근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언어는 학문은 물론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인과 일본인이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가 곧 인식의 차이를 야기하고, 인식의 차이가 상호 간의 깊은 감정의 골을 낳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지한 주제라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사전 언어, 외국, 그리고 연애 ^^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모티프가 많이 들어있어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중국인 여성이 영국으로 어학 연수를 가서 지내면서 사람도 만나고 연애도 하면서 문화차이도 겪고, 그러면서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그런 내용이에요. 이 책의 원서를 꼭 구해서 읽고 싶은데 아쉽게도 구하기가 참 어렵네요ㅠ

 

 

 

 

6인의 용의자 비카스 스와루프의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읽고 곧이어 읽은 책인데요, 같은 작가의 작품 답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나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비카스 스와루프는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프로 작가도 아닌데 이야기 구성을 참 매끄럽게 잘 하고, 다양한 인물상을 통해 인도의 정치, 사회, 종교 문제나 사회적 분위기를 전하는 점이 멋지고 마음에 듭니다. 제가 존경하는 작가 중에 한 분이에요. <슬럼독>과 같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유명 웹툰 작가이자 카피라이터인 '루나파크' 홍인혜 님이 쓰신 여행 에세이입니다. 제목 그대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회사일을 놓고 장기간 영국 런던에 체류하며 겪은 일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여행 에세이지만 2,30대 여성들이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재미나 행복, 어처구니 없는 실수부터 나란 존재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같은 것이 잘 녹아있는 책이에요. 여행 에세이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 책은 정말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읽고나서 주변 사람들한테 계속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있어요 ㅎㅎ

 

 

크리티컬 매스 저자 백지연이 진행하는 방송 <피플 인사이드>에서 인터뷰한 인물들의 삶을 토대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성과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점 등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나오는 인물들도 멋지고, 분석도 참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모든 인터뷰를 지휘하고 그것을 책으로 구성한 저자의 능력과 감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이트의 환자들 지난해에는 심리학 서적을 여러권 읽었습니다. 전에는 좀 더 대중적인 에세이 형식의 책을 주로 읽었는데, 작년에는 비교적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는 책에도 도전해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프로이트의 이론에 등장하는 개념들에 대해서도 더욱 자세히 알게되었고, 프로이트가 생전에 치료했던 사례들과 개인사까지 두루두루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법 두꺼운데 사례가 대부분이라서 읽을만 합니다.

 

 

 

허삼관 매혈기 현대 중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 제가 너무 늦게 읽은 감이 없지 않죠...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자식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사랑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눈물 펑펑 흘리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중국문학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at pray love 작가가 일년 동안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각각 4개월씩 살아보면서 이혼의 상처를 씻고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삶과 사랑에 대한 희망을 찾아가는 내용인데, 영화화된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싶을만큼 전개가 재미있고, 일과 사랑, 친구 등 여성으로서 고민하는 문제들이 많이 나와서 마치 인생 선배나 멘토와 대화를 나누듯 곰곰 생각해보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로도 나왔는데 영화는 책만큼 재밌지는 않다고 하더군요.

 

 

 

the help 1960년대 말 미국 남부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한 젊은 백인 여성이 흑인 가정부들의 인권문제를 다룬 책을 쓰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소설로, 어둡고 무거운 주제인데도 따뜻하고 감동적이고, 가끔은 유머러스한 부분도 있어서 전혀 어렵지 않게 읽었습니다. 마침 이 책을 읽을 때 흑인 인권 문제을 다룬 책을 여러 권 읽고 있어서 더욱 공감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난해 읽은 소설 중에 가장 마음에 남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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