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 말과 글을 단련하고 숫자, 언어, 미디어의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기술
노르망 바야르종 지음, 강주헌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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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버젓이 '촘스키'라는 이름이 들어 있지만, 이 책은 촘스키가 쓴 책도 아니요, 촘스키에 대한 책도 아니다. 원제는 'A short course in intellectual self-defense'로 역시 촘스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우리말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제목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쉽게' 바뀐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때문에 '제목에 낚였다'는 리뷰도 종종 보았다) 

이 책에서 저자 노르망 바야르종은 인간의 사고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크게 언어, 숫자, 경험, 과학, 미디어 등으로 보고, 이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왜곡과 거짓으로부터 이성적인 사고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전쟁에 쓰이는 완곡한 표현 

완곡한 표현(직설적 표현)

부수적 피해(민간인 사망) 
화해를 위한 시설(강제수용소) 
국방부(외국 침략부?) 
방어를 위한 공격(폭격) 
전략적 후퇴(아군의 후퇴) 
전술적 재배치(적군의 후퇴) 
특별한 폭발물(네이팜탄)  ...

p.26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언어. 저자가 제시하는 언어적 오류의 예를 하나하나 읽고 있자니 대체 제대로 된 말과 글은 어디에 있나 싶다. 수없이 듣는 말과 읽는 글에서도 수십 가지의 오류를 찾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내가 직접 하는 말과 쓰는 글에는 얼마나 많은 오류가 있을까? 생각만해도 오싹하다. 그냥 입 다물고, 절필하고 사는 게 낫겠다 싶다. (작가도 아니고, 게다가 인터넷에 글을 쓰는 정도이니 '절필'까지도 못되지만...)

홍보는 민주적인 삶과 정보 제공이란 개념에서 잉태됐지만, 현실에서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쓰인다. ... 현재의 미디어는 홍보회사와 역사적 배경이 유사하다. 오늘날 미디어는 거대기업으로 변해, 그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고 이해하려면 주도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런 조사를 꼼꼼하게 하면, 미디어의 프로파간다 모델은 무엇이고, 미디어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며, 이상적이고 선언적인 민주주의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민주주의에서 그들이 여론을 어떻게 형성해가는지 등을 밝혀낼 수 있다. (pp.277-8) 

이밖에도 숫자, 경험, 과학에서 비롯될 수 있는 오류에 대해 설명하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요소가 바로 미디어다. (이 부분 때문에 한국어판 제목이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이 되지 않았나 싶다.) 미디어가 괜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이 아닌 게, 이제까지 설명한 언어, 숫자, 경험, 과학 등 오류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들이 전부 미디어를 구성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광고는 관련 제품의 결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광고는 이성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방법보다는 다양한 심리적 기법을 동원한다. 
광고는 종종 기만적인 수법을 사용한다. 
과대 광고가 많다. 
광고는 전문용어나 기만적인 유머를 사용한다. 
광고는 소비자가 엉뚱하게 추론하도록 유도한다. 권위자를 내세워 소비자의 합리적인 추론을 방해한다. 
광고는 우리의 가치관에 영향을 끼쳐, 관련 제품으로 쉽게 채울 수 있는 가치관으로 바꾸도록 유혹한다.  (p.292) 

그 중에서도 문제가 되기 쉬운 것이 바로 광고다. 광고 자체가 특정 기업이나 단체의 이익을 대변해주기 위한 것인만큼 논리의 비약이나 왜곡이 있기 쉽다. 그런만큼 소비자는 최대한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구매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하다못해 여기 알라딘 서점만 해도 '유명 작가 00이 추천한 책', '00에서 필독서로 선정한 책', '가장 많이 읽힌 책' 등 사고를 왜곡시키는 문구들을 다수 활용하여 구매자들을 유혹한다. 이해는 하지만 '낚이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겠다. 

광고라고 하니, 외국 방송을 많이 보는 사람으로서 방송 광고를 볼 때 우리나라 방송 광고와 비교를 많이 하게 된다. 두드러지는 차이점 중 하나는 우리나라 방송 광고 중에는 구체적으로 무슨 제품을 파는지는 등장하지 않고 00, XX, @@ 등등 기업명만 등장하는 광고가 많은 반면, 외국 방송 광고는 전적으로 제품이 메인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명이나 기능은 무시하고 무조건 광고에 나온, 이름이 잘 알려진 대기업 제품만 구매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이것은 나의 막연한 추측이고,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다 써놓고 보니 이 책 제목이 참 역설적이다. 언어로 인한 거짓을 구분하는 방법에 관한 책 제목이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이라니!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촘스키가 아니므로) 촘스키처럼 생각하기도 어렵고,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이라는 말 자체도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애매모호한 말이다. 이걸 이제야 알았으니, 나는 역시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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