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본심 - 스탠퍼드 교수들이 27가지 실험으로 밝혀낸
클리포드 나스.코리나 옌 지음, 방영호 옮김 / 푸른숲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슷한 사람끼리 더 잘 맞고 잘 어울린다. 성격이 반대일수록 끌리고 더 잘 맞는다는 설도 있지만, 실제로는 반대인 성격끼리 서로 닮아가는 과정에서 호감을 가지게 되고, 이성인 경우에는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한다. 

<관계의 본심>은 사람의 성격 유형과 관계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친구든 이성이든 동료든,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독 나와 잘 맞고 호감이 가는 성격 유형이라는 것이 있다. 가령 나는 적극적이고 활발한 사람보다 조용하고 침착한 사람이 좋고, 상식적인 사람보다는 독창적이고 개성있는 사람에게 끌린다. 저자의 결론대로라면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서, 또는 그렇게 되고 싶기 때문인 모양이다. 

사람들에게서 호감을 얻고 싶고, 자신이 얼마나 지적으로 보이는가에 관심이 없다면 스스로를 비판하고 타인을 칭찬하면 된다. ... 우리가 호감을 얻지 못하면, 사람들은 우리가 지적이라고 생각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를 칭찬하지 않거나 우리의 능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다른 누군가를 비판할 때 자신과 의견을 주고받는 사람을 노골적으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 (p.90) 

인간의 유형을 나누는 방법으로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책에는 크게 지배형과 순응형, 냉정형과 다정형이 제시되어 있다. (지배형+냉정형=비판형, 지배형+다정형=외향형, 순응형+냉정형=내향형, 순응형+다정형=수용형. 자세한 사항은 책 참조) 

그 중에서도 지배형과 순응형에 대한 분석이 재미있었다. 지배형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기를 좋아하는 유형으로, 보통 이런 문구에 호감을 느낀다. "반드시 B 말고 A를 선택해야 합니다. A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여섯 가지가 넘습니다. 이번 평가를 90퍼센트 확신합니다." 반면 순응형은 남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꺼리는 유형으로 이런 문구를 좋아한다. "혹시 B 말고 A를 선택해야 할까요? A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평가를 40퍼센트 확신합니다." 

지배형인 저자는 과연 순응형의 문구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표현이 모호하고(선택해야 할까요?, ~있는 것 같습니다), 문구가 자신감이 없어보이기 때문이다(40퍼센트만 확신합니다). 하지만 그의 순응형인 제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배형의 문구는) 막무가내로 횡포를 부리는 것 같네요. 거만한 사람 같아요.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닐까요? 별로 눈여겨볼 게 못 되는 것 같네요." "(순응형의 문구는) 이것들이 사려 깊게 보여요. 이 문구를 쓴 사람은 불확실한 일을 단정적으로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아는 듯 해요. 이 사람의 생각에 믿음이 가네요." (pp.106-7) 

이 부분을 읽으면서 대부분의 광고나 매체가 지극히 '지배형 위주'라는 생각을 했다. '00을 강력추천합니다', '00을 자신있게 권합니다' 이런 멘트에 지배형 인간들은 호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순응형의 인간들은 '웃기네, '그래서 뭐?'라는 반응을 할 것이다. (내가 그렇다.) 오히려 비판적이다 싶을만큼 치밀하고 객관적인 문장이나 글에 믿음을 주고 호감을 보일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서평. 대가를 받고 쓰든, 비판이 두렵든 간에 무조건 칭찬 일색인 서평에는 마음이 덜 간다. 아주 작은 흠이라도 적혀있을 때 '과연 그럴까?' 하는 호기심에 읽어볼 마음이 들고, 직접 읽고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많다. 서평을 쓰고 책을 읽는 사람 중에는 (대개 외향적인) 지배형보다는 (내향적인) 순응형이 많을테니, 서평 쓰는 사람들은(그리고 서평단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칭찬하는 서평만 고집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람들은 성격이 분명히 드러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알아채기 힘든 성격의 사람에게는 반감을 보인다고 한다. (p.114)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ㅡ 비슷한 사람끼리 더 잘 맞고 좋아한다고 해서 자신을 감추고 반대 타입의 사람에게 무리하게 맞출 필요는 없다. 오히려 외향형인지 내향형인지, 지배형인지 순응형인지 알아채기 힘든 사람에게는 호감도, 무관심도 아닌 반감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성격에 대한 힌트는 주로 외모나 옷차림, 목소리 등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에 맞추어 이미지를 연출할 필요가 있다.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이 침착해 보이는 모노톤의 의상을 고집하고 낮고 점잖은 목소리로 말하면 상대가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반대로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이 화려한 옷을 입고 높은 톤의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상대를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의외로 생활 속에서 실천(내지는 연출?) 하기는 힘든 것 같다.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것은 며칠로 끝낼 수 없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기대한 책은 아니었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의 분야로 여겨지기 쉬운 인간심리와 관계에 대해 이렇게 과학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도 괜찮은 시도인 것 같다. (심리학도 사회과학의 일종이니 크게 새로운 시도는 아니지만...) 한동안 이런 책을 즐겨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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