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유랑 - 서른 살 여자, 깡 하나 달랑 들고 꿈을 찾아 나서다
윤오순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급하게 읽느라 뒷부분은 대강 읽어서 아쉽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좀 더 찬찬히 읽어봐야지. 
그래도 앞부분은 꼼꼼히 읽었으니 리뷰를 남긴다.   

<공부 유랑>. 이 책의 저자는 상고 졸업 후 증권사에 취업하여 10년을 근무한 후 뒤늦게 배움의 뜻을 품고 대학에 들어가 철학을 전공했다. 늦게 이룬 배움의 재미가 더 컸는지, 저자는 졸업하자마자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 공부를 하고, 다시 일본으로, 영국으로 유학을 다니며, 그야말로 '공부유랑' 인생을 살았다.  

저자의 '유랑기'를 읽으며 새삼 '공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공부란 무엇일까?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고 잘 하지도 못해서 이렇다 하는 대답은 못 하만, 적어도 조상들의 공부와 현대인들의 공부가 다르다는 것은 알겠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도 있듯이, 옛사람들은 공부를 스스로를 수양하고 주변을 다스리고 나라에 보탬이 되는 길, 즉 '도(道)'의 차원으로 생각했다. 요즘으로 치면 국가 고등고시나 다름없는 과거시험도 급제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도를 수행하는 방법 중 하나로 보았을 것이다. 반면, 이제는 '사'자 붙는 직업으로 추앙(?)받는 학문인 의학, 법률, 통역 등은 공부가 아닌 기술이라고 보아 중인들이나 배우게 하였다.  

반면 현대인들이 하는 공부는 입시, 취업, 자격증 취득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문학은 학과 존폐 위기에 놓였다. 옛날 사람들처럼 휴일도 없이 밭을 일구고 소를 키울 필요는 없어졌지만, 그만큼 남는 시간에 더 공부를 하는 사람은 없다. 아니, 밥벌이도 안 하고 공부만 하는 사람을 오히려 '한량'이라고 부르며 놀린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공부철학은 요즘 세상과 참 안 어울려 보인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늦게 공부를 시작한 것도 특이하지만, 전공도 철학, 지리학, 예술경영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고보니 전공도 죄다 돈 안 되어 보이는 것들이다.) 게다가 돈도 없고 인맥도 없이, 마치 옛날사람처럼 발품을 팔아 교수를 찾아다니고 모르는 것은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학위 과정을 밟았다. 순전히 '공부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움직였다.  

물론 공부가 열정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다른 리뷰를 읽다가 저자가 이렇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평을 보았다. 확실히 좋은 지도교수를 만난다거나 기숙사장이 된다거나 장학금, 유학생 지원 프로그램 등에 선발되는 것은 실력뿐 아니라 운도 작용할 것이다. 저자도 책 곳곳에서 '운명', '우연' 같은 단어를 썼다.  

하지만 운보다도, 그 운을 만들어주는 열정이 없이 공부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참 많다. 그래서 진심으로 공부를 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알아보기가 더 쉬울지 모른다. 오랫동안 공부한 교수들의 눈에 저자가 더 특별하게 보였던 것이고,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났던 것처럼 말이다. 만약 '공부의 신'이 있다면 그 신마저도 그녀를 기특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책 여기저기에 저자가 성실하게 살아온 모습이 느껴져서 좋았고, 저자의 공부 철학에 깊이 공감했다. 다만 공부법이든 유학생활이든 학문적 성취에 관한 것이든 무엇 하나 포인트를 잡아서 촘촘히 내용을 연결했더라면 저자의 열정이 좀 더 생생하게 느껴져서 더 멋진 책이 되지 않았을까. 공부만큼이나 책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