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생각을 훔치다 - 박경철 김창완 최범석 용이… 생각의 멘토 18인
동아일보 파워인터뷰팀 지음 / 글담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도대체 어떻게 공부했느냐?"는 평범한 질문에 그는 현학적으로 대답했다. "니체가 이렇게 말했죠. '네게 닿지 않는 것에 선의를 갖고 대하면 언젠가 그것이 네 것이 된다.' 고요. 이를테면 교향곡은 처음 듣는 사람에겐 불협화음으로 들리는 것이 당연해요. 하지만 선의를 갖고 대하면 어느 순간 소음에 불과하던 소리들이 협화음으로 들리고, 언젠가 기쁨을 준다는 거죠. 모든 공부의 원리가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의 입에선 프리드리히 니체의 경구가 흘러나왔다. (p.16)

 

 

<그들의 생각을 훔치다>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1년 이상 동아일보에서 연재한 '파워인터뷰'라는 코너의 뒷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동아일보 독자가 아니라서 그런 코너가 있는 줄은 몰랐지만, 박경철, 김창완, 최범석, 용이, 안성기, 김수정 등 인터뷰이 면면이 화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권의 책으로서 완성도가 높지 않고 '묶음집' 수준에 그쳤다. 박경철, 한경희, 한일, 김가성, 전현경 등은 관심있는 인물들이라서 저작이나 인터뷰를 찾아 읽고 직접 강연을 들은 적도 있는데, '내가 들어서 아는 이야기에 비하면' 책에 실린 내용이 너무 부족했다. 인터뷰에 실리고 남은 취재 뒷이야기를 '묶은 책'이니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래도 첫 장에 실린 시골의사 박경철 편은 좋았다. (이분 얘기는 들은 얘긴데도 좋아...) 알려져있다시피 박경철은 외과의사, 경제분석가, 칼럼니스트, 저자, 라디오 진행자, 강연가 등으로 활동하며 이 시대의 멘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정작 자신에 대해서 '특별한 분야에 일가를 이루지 못한, 80점짜리 제너럴리스트'라는 겸손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정작 그가 '제너럴'한 수준이라며 몸을 낮춘 분야들을 보면 하나하나 장난이 아니다. 의학, 경제학, 철학, 인문학... 하나하나 7,80점 받기도 어려운 학문이거니와, 공부를 할 마음조차 못 먹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학문뿐만이 아니다. 그는 취미 하나에도 전문가 수준의 열정을 쏟으며 끝장을 볼 때까지 파고든다. 잉어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낚시 이론소 10여 권을 사고 전문지를 독파하며 매일 퇴근만 하면 낚시터로 향했다. 그리고 5개월 후 잉어를 낚았다. 한번은 트로트나 김광석 노래만 듣다가 클래식을 '극복한다'고 마음을 먹고 그날부로 클래식 CD 100장을 구입하여 하루 스무 시간을 들었다. 그 결과 지금은 모차르트의 <레퀴엠>만으로 감정을 정화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혹자는 타고나지 않은 것을 억지로, 일부러 하는 것은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므로 좋지 않다고도 말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안 좋은 본성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과 학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탓이다. 타고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한 것 자체가 그의 재능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노력이다. 세상에는 그런 인식조차 없이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더 많다.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아무런 노력도 없이 타고난 재주만으로 산다는 생각 자체가 도둑놈 심보다. 나도 이렇게 단 몇 장 분량의 이야기만으로 누군가에게 자극이 되고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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