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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구하기 - 개정판
조나단 B.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2009-05-05
아마도 사회과학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수업 시간이었을 것이다. 경제학과 교수님께서 경제학이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진다면 읽어보라시며 책 제목 몇 개를 칠판에 적어주셨다. 그 책들은 대부분 '경제팩션(faction)' 이었다. 당시 나는 [북& 월드] 에서 나온 [소설로 읽는 경제학] 시리즈를 찾아서 읽었는데, 이 책들이 나의 경제학 성적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경제학적 사고방식에 적응할 수 있게끔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애덤 스미스 구하기] 역시 그 목록에 있었으리라고 짐작되는데, 당시에는 읽어보지 못하고 이제서야 읽어보았다.
2003년 1쇄 발행되고, 올해 12쇄 발행된 [애덤 스미스 구하기] 는 세계 유명대학이 교재로 택하고 있으며, 여러 신문과 잡지, 단체에서 선정한 책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기도 있고 명성도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에이~ 경제학 책이 재밌어봤자 얼마나 재밌겠어?' 하는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경제학 책이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구나' 싶은 책이었다.
이 책의 매력은 첫째, 애덤 스미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와 자유무역 경제의 기초를 제공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경제학이나 애덤 스미스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손이나 푸줏간 주인의 일화 등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실은 도덕성과 정의를 중시한 인물이었다는 주장은 매우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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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은 인성의 본성이지만 그 이기심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안정감을 얻으면서도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분별력 있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 그게 바로 자기애야. 이기심이란 자신의 욕구가 타인의 합법적인 권리와 상충될 때 자기 본위대로 자기 욕구에만 집착하는 것을 뜻하니까. (p.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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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구하기] 는 경제학 서적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철학 서적에 가깝다. 이는 애덤 스미스가 경제학자가 아닌 도덕 철학자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경제학 공부에 보탬이 되거나 지식을 얻기 위한 '참고서'로서 이 책을 읽는다면 곤란하다. 오히려 이 책은 이제까지의 경제학적 개념을 뒤흔드는 경험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 초보나 학부 신입생이 읽는다면 미리 경제학적 배경을 다진다는 점에서 좋을 것이고, 경제학을 오래 배운 사람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다. 적어도 말로만 들었던(!) 애덤 스미스의 책들을 한 번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둘째, 여행기 혹은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학과 대학원생인 주인공은 우연한 계기로 애덤 스미스를 만나서 자동차 여행을 하게 된다. 여행을 하는 틈틈이 애덤 스미스의 사상에 대한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편안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또한 두 사람은 여행 도중에 애덤 스미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괴한에게 연달아 습격을 당하는데,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나가는 후반의 즐거리는 흡사 추리소설을 읽는 듯하다.
이 책은 본문 외에도 애덤 스미스 연보, 자료 노트, 참고문헌 가이드, 교사를 위한 가이드 등 알찬 부록이 실려 있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나는 초록색 표지와 가로 폭이 좁은 디자인, 그림과 사진 등 이미지가 거의 없고 활자가 위주인 편집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이런 '책 다운 책'이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요즘은 양장본에, 활자는 별로 없고 이미지만 잔뜩 들어있는 책이 많이 나와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