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밖에 나오는 것보다 교도소 안에 있는 편이 차라리 나아요.

그곳엔 친구들이 다 있거든요. 누가 나를 판단하지도 않고요. 내 범죄 기록에 대해서 욕하지도 않고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에요. 하루 종일 운동하거나, 아니면 작업장에서 일하지요.

돈은 아주 조금밖에 못 벌지만 먹고 잘 수 있고, 게다가 빨래까지 해주잖아요.  

텔레비전도 있고, 어학과 컴퓨터 수업도 받게 해주고요.

밖에 나오면 일자리도 없죠, 얻어 걸리는 숙소라곤 더럽고 누추하죠, 놀림받죠,

남들 시선이 두려워요. 그래서 어느새 다시 구걸을 하게 되는 거에요......"

 

올리비에 로뱅은 호되게 한 방 맞은 것처럼,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사람들은 자유로운 상태를 좋아하지 않아...... 자유는 고뇌인거야.  

사람들은 충분한 자유가 없다고 불평하기나 좋아하지.

하지만 막상 자유를 주면 어찌할 바를 몰라. 그래서 자유를 박탈하겠다고......  

깜짝 놀랄 만한 식으로 이런 제안을 받으면 그들은 동의하고, 마침내 자유의 중압감에서 놓여나 안심을 하지.>

 

그는 혼자 생각했다. 그는 깊숙이 눌러앉았다.

로마가 공화정이었을 때 황제가 되려는 카이사르에게 로마인들이 어떤 환호를 보냈던가, 그 기억이 났다.

프랑스 사람들이 어떻게 투표로 나폴레옹 3세를 제위에 앉혔는지도,  

일본 여행 갔을 때 일본인이 털어놓던 말도 생각났다.

<유권자들이 민주적으로 뽑은 사람과, 태양의 자손인 천황의 아들, 둘 중 어느 쪽이 낫죠?>

 
   

 
 

이제까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이번에 읽은 <파라다이스>가 가장 좋았다.

너무 자신 있게 얘기했나? 정정한다. 내 취향에 가장 맞는 책이었다.

 

'있을 법한 추억', '있을 법한 미래'라는 작은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총 두 권에 실린 열일곱 편의 단편들은 모두 베르베르의 상상력 속에서 탄생한 과거 또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1권을 보자. <환경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꽃 섹스>, <영화의 거장> 등등 제목만 보아도 웃음이 큭큭 난다.

환경파괴범은 모두 교수형이라니!

본문의 내용은 더 웃기다. 미래에는 환경 오염을 우려하여 전력을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운행시키려면 장정들이 도르래를 돌려야 하고,  

텔레비전 뉴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에서 연극처럼 상'연'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볼까. 불과 몇 십년 전에 존재했던 초기 형태의 엘리베이터는 전력이 아닌 인력으로 운행되었고,

텔레비전, 컴퓨터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극, 방송의 시초는 연극이다.

기술을 가동시킬 에너지원이 없다면 그 때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2권은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 <상표 전쟁> 등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미국화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본다는 점은 여느 프랑스 작가 내지는 유럽 출신 작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상상 '이라는 형식을 빌려서인지 비극적인 분위기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2권에 실린 단편들 중에서는 <농담이 태어나는 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작가들이 써주는 농담을 자신이 쓴 것 마냥 연기하며 살아온 유명 코미디언이 유머의 근원을 찾아간다는 내용인데,

오와라이 팬한테 '코미디언의 고뇌'라는 주제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게 또 있을까.

요시모토 직원이 이 책을 읽고 제안서를 올려서 판권을 사서 직접 영화하하면 재밌을 것 같다.

주인공은.... 고뇌에 찬 일본 최고 게닌 역할이니까 역시 맛쨩이 어울리려나.

하지만 프랑스와 일본의 거리와 문화 차이 등등을 고려했을 때, 소망은 소망일뿐.

맛쨩이 다른 극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더 빠르겠다. 에휴...

 

 

 

그래도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기분 좋다.

이것이 바로 상상의 힘,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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